세계 반도체 산업 양대 산맥 삼성전자와 인텔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눴다.

 

삼성전자가 차기 성장동력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포문을 열었고, 인텔은 메모리 사업 재개로 맞불을 놓고 있다. 두 회사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각각 선점하면서 공존해왔다. 타이젠 등 새로운 운용체계(OS)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찰떡 궁합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물통신(IoT)·전기차 등 차세대 시장이 열리면서 동지에서 적으로 갈라섰다. 두 회사는 향후 서로의 텃밭을 건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3D X포인트'메모리의 '크로스포인트 어레이(Cross-Point Array)' 구조/ 인텔 제공 

 

 

인텔, 메모리 시장 철수 이후 30년만에 사업 재개...타깃은 삼성전자

 

인텔은 지난 1970년대 수익성 악화로 메모리 사업을 철수했다. 일본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메모리 시장이 급속도로 레드오션화된 탓이다. 이후 인텔은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면서 인텔의 메모리 시장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모바일뿐 아니라 IoT 등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키우려는 인텔에게 삼성전자는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의 원천은 공정 기술이다. 메모리 사업에서 거둔 수익을 시스템반도체에 재투자해 14나노 핀펫 등 공정 기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텔은 주 수익원인 메모리 사업을 흔들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를 끊는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과거처럼 직접 메모리 사업을 전개하는 것보다는 마이크론·중국 BOE 등 업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론과 오래 전부터 3D 엑스포인트(Xpoint) 등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메모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BOE와 밀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3D X포인트는 트랜지스터 대신 다이오드를 사용했다/ 마이크론 제공

 

  

인텔-마이크론, 차세대 메모리 3D 엑스포인트(Xpoint) 내년 양산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동 개발한 3D 크로스포인트는 기존 3D 낸드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3D 엑스포인트는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기존 낸드 플래시 메모리보다 1000배 빠른 데이터 속도와 긴 수명을 갖췄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이 낸드 플래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내구성은 10배 이상 높다. 트랜지스터가 없어 지연(Latenacy)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3D 엑스포인트는 전류가 흐르는 비트라인(BitLine, BL)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워드라인(WordLine, WL)의 교차점(크로스포인트)에 셀이 위치한다. 낸드 플래시는 데이터에 접근할 때 블록 내 워드라인 한 줄을  검색해야 한다. 반면 크로스포인트는 각 셀에 개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데이터에 접근할 때 트랜지스터를 거치지 않아 지연시간도 줄어든다.

 

아직 원가 경쟁력이 취약하지만, 인텔의 영업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우주/항공 및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서버 등에 당장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마이크론은 연내 128Gb 시제품을 생산하고 내년 양산에 돌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3D 낸드가 3D 엑스포인트보다 우월하다고 자신 

 

삼성전자는 당분간 3D 엑스포인트가 낸드 플래시를 대체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D램과 낸드 플래시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인 데다 공정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D 엑스포인트는 크로스 포인트 어레이(Cross Point Array) 구조와 P램을 사용한 제품이다. 

 

낸드 플래시보다 1000배 속도가 빠르지만, D램보다는 5배 느리다. 회로 밀도도  D램보다 8~10배 높지만, 3D 낸드 대비 매우 낮다. 긍정적으로 보면 D램과 낸드 플래시의 특성이 결합된 혁신적인 제품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D램과 낸드 플래시 사이에 어중간한 위치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P램은 고온에서 데이터가 사라지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P램은 전압에 따라 결정 구조가 바뀌는 물질을 이용해 0과 1이라는 데이터를 파악한다. 결정 구조를 바꿀 때 열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고온에서 동작할 때 데이터가 사라지는 단점이 있다. 

 

공정 효율성도 떨어진다. 크로스 포인트 어레이 구조는 한 번에 한 개 층만 형성하는데, 적층수가 많아질수록 마스킹 공정도 늘어난다. 이는 원가와 직결된다. 

 

이번에 인텔과 마이크론이 공개한 시제품은 2단 적층 공정을 적용했다. 상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공정 기술로는 크로스 포인트 어레이 구조로 4단 적층이 한계라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여러 업체들이 크로스 포인트 어레이 구조 메모리 기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산에 뛰어들지 않은 이유다. 샌디스크는 지난 2008년, 도시바는 2013년에 크로스포인트 어레이 구조를 적용한 메모리를 선보인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난 2011년 학회에서 3D 엑스포인트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3D 낸드 이후 차세대 기술은...수직 저항램(ReRAM)?

 

인텔이 잇따라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공개하고 있지만, 기존 업체들은 3D 낸드 적층수 증가 쪽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3D 낸드 이후 차세대 기술로는 3D 저항램(ReRAM)이 유력한 상황이다. 10나노 미세공정 기술도 3D 저항램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3D 저항램은 3D 낸드와 공정이 비슷해 기존 팹을 활용할 수 있고, 트랜지스터 구조여서 누설 전류 발생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층수를 높여 회로 밀도를 높이는 데도 기존 CMOS 공정 대비 유리하다. 

 

저항램은 1970년 IBM이 개발한 기술이다.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선두 업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저항램에 관심을 표명한 이후 최근까지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HP와 손잡고 공동 개발 중이다. 

 

반면 인텔과 마이크론이 밀고 있는 P램은 3D 낸드 양산으로 시장 내 관심으 크게 줄었고, 고온에 취약한 단점 탓에 주류 기술로 자리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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