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나노 핀펫 공정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삼성전자 시스템LSI 차기 사업부장 자리를 놓고 설계와 공정 중 누가 차기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설계와 공정 모두 공이 커 삼성이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시스템LSI 사업부의 차기 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차기 사업부장으로 강인엽 부사장과 윤종식 부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시스템LSI는 우남성 사장이 지난 2013년 물러난 뒤 김기남 메모리 사업부장이 시스템LSI까지 담당하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부각되는 인물은 강인엽 부사장이다. 미국 퀄컴에서 베이스밴드 개발을 담당했고, 지난 2010년 삼성으로 영입했다. DMC연구소 시절부터 통합칩 개발을 지휘했고, 시스템LSI 모뎀개발실장을 거쳐 SoC개발실장(부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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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엽 시스템LSI SoC개발실장/ 링크드인 캡처



강 부사장은 특히 삼성의 오랜 숙원이던 베이스밴드 통합칩 개발을 성공시켜 대내외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6’에 처음으로 퀄컴을 밀어내고 AP 주요 물량을 공급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삼성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강 부사장은 매주 열리는 임원진 회의에서도 열외 되는 등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 쪽에서는 지난 연말 파운드리 사업팀장으로 발령난 윤종식 부사장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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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식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팀장/ 삼성전자 제공


윤종식 부사장은 지난 2011년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은 뒤 상무에서 부사장까지 3년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승진 속도만 봤을 때는 무선사업부 스타로 떠오른 노태문 부사장과 견줄만하다. 덕분에 내부에서는 공정 전문가가 차기 리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윤 부사장은 14nm 핀펫 공정을 세계 최초로 안정화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TSMC와 손잡았던 애플, 퀄컴 등 대형 고객사를 다시 자사 파운드리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엑시노스가 퀄컴보다 성능 평가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던 데도 14nm 공정 쪽 공이 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설계 분야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전통적으로 공장(팹)을 맡아 본 사람이 제조를 책임져야 한다는 기조도 있다”며 “권오현 부회장도 공정을 담당했던 만큼 제조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14나노 핀펫 공정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가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삼성의 전략과 미세공정 시스템 반도체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 설계에 방점을 찍을 경우 파운드리 사업도 자연스럽게 빠르게 미세화 공정을 구축해 AP 등 특정 아이템을 생산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공정에 힘을 싣는다면 삼성이 시스템반도체 성패를 공정에서 찾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기존 28나노 공정을 활용한 신규 아이템 발굴 등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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