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본격 확장하면서 태양전지 시장에서 장비 업체들이 불붙인 치킨게임이 반도체 시장에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뒤늦게 반도체 시장에 진입한 BOE로서는 글로벌 장비 업체들을 통해 양산기술 획득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9년 호황이던 태양전지 시장을 과열 양상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다름 아닌 독일 장비회사들이다. 전 세계 태양전지용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 시장의 60%를 장악했던 독일 센트로섬과 로스앤드라우는 ‘일괄수주계약(턴키)’을 통해 시장을 거머쥐었다.

 

턴키 계약은 증착부터 노광, 에칭 등 전 공정 장비를 특정 업체가 한꺼번에 수주한 뒤 일부 장비를 재하청 주는 방식이다. 수주시 단서조항으로 태양전지 완제품 성능을 일정 수준까지 보장해주기 때문에 양산 기술이 전무한 회사도 태양전지 시장에 조기 진입할 수 있었다.

 

▲반도체 장비 업체 공장 사진 / KIPOST 제공 

 

조선 업체인 현대중공업, 통신장비 업체 미리넷, 석유화학 업체 한화석유화학도 턴키 계약을 이용해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당시 센트로섬과 로스앤드라우는 태양전지 완제품 광변환효율 13% 보장 조건으로 장비를 수주했다.

 

선텍 등 중국계 태양전지 업체 역시 장비업체와 턴키 계약을 맺고 조기 양산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태양전지 업체가 난립하는 계기가 됐고, 2011년 이후 업계 구조조정을 불러 왔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BOE 역시 당장은 장비 업체를 통해 양산기술을 학습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태양전지 만큼은 아니지만 반도체 역시 장비 도입시 일정 수준의 수율을 보장해주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업체들의 노하우가 직간접적으로 유출된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서도 장비 업체들은 경쟁 업체 기술을 관행적으로 영업에 활용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장비 업체를 통해 국내 양산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0년 검찰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제공한 혐의로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한국지사 전 대표 및 직원을 기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BOE에게 장비 업체들이 노하우 전수를 앞세워 영업할 가능성이 크다”며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BOE가 양산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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