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ToF(Time of Flight) 기술을 이용한 3차원(D) 카메라 역시 애플이 역대 처음으로 구현한 기술이 아니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14년 ‘프로젝트 탱고’라는 이름으로 ToF 카메라의 운을 떼었다. 애플은 ToF 카메라 역시 MP3 플레이어⋅스마트폰 처럼 선구적으로 시장을 열지 못했지만, ‘가장 애플답게’ 시장을 재정의하는 방법으로 장악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은 ToF 카메라로 어떤 신시장을 개척할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이는 애플이 지난해 인수한 확장현실(XR) 기기 회사 버바나(VRvana)를 통해 미리 짐작할 수 있다. 



AR⋅VR 뛰어넘는 XR이 목표



애플이 지난해 11월 3000만달러(약 333억원)를 주고 인수한 버바나는 캐나다에 위치한 XR 기술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토템(Totem)이라는 XR 기기를 선보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토템은 일반 카메라와 함께 ToF 카메라를 장착해 공간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이 ToF 카메라가 토템이 XR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이다.



▲버바나가 개발한 XR기기 '토템'. /버바나 제공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더한 개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홀로렌즈’ 출시와 함께 내놓은 혼합현실(MR, Mixed Reality)과 유사하다.


VR은 100% 창조된 가상세계 안에 사용자가 위치해 있다면, AR은 현실을 바탕으로 특정 영역에 가상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XR은 현실 위에 특정 이미지를 더한다는 점에서 VR 보다는 AR에 좀 더 가깝다. 


그러나 기존 AR은 단순히 위성항법장치(GPS) 기반 정보만을 취합해 이미지를 뿌려주기 때문에 품질 수준이 조악했다. XR은 GPS 정보는 물론 현재 사용자가 위치한 공간의 면적, 피사체와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화면을 구성한다. 따라서 현실과 거의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이미지를 합성한다. 


대표적인 AR 게임인 ‘포켓몬 고’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의 스마트폰에서 포켓몬 고 캐릭터들은 GPS 위치만 일치하면 어디든 나타났다. 그러나 ToF가 적용된 XR 스마트폰이라면 전방을 벽이 가로막고 있거나 다른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 현실을 반영해 캐릭터가 물리적으로 가려지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유행하는 1인칭 슈팅게임(FPS)에 XR을 접목하면 단순히 모니터에 앉아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온라인 쇼핑에 XR을 적용해도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종전에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2차원 사진만 확인하고 주문했으나, XR 앱에서는 실제 상품에 가까운 3차원 이미지를 통해 구매결정을 내릴 수 있다. 마치 상품이 이미 사용자의 손에 있는 것처럼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토템을 이용해 자동차 내부를 들여다 보는 모습. /버바나 제공


여행 관련 서비스에 XR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애플은 지난 2015년 메타이오라는 AR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메타이오는 손쉽게 X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타임트레블러’라는 여행 앱을 운영하는 회사다. 


타임트레블러는 독일 베를린 등 역사가 깊은 도시의 과거 모습을 현실에 재현한 콘텐츠다. 예컨대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장소에서 해당 지역을 카메라로 비추면 과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모습을 영상에 합성해준다. 메타이오는 이 같은 콘텐츠를 일반인들도 만들 수 있을만큼 간단한 툴을 제공한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지도 앱에 메타이오의 XR 콘텐츠 제작 툴을 접목하면, 다양한 아마추어 XR 콘텐츠들이 애플 지도 앱에 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ARcore만으로 ToF 대체 가능할까



구글이 프로젝트 탱고라는 ToF 카메라 솔루션을 출시하고도 2017년 이를 접은 이유는 굳이 ToF가 아니더라도 기존 카메라로 공간의 심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존 듀얼카메라가 사람의 눈처럼 서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화각차를 이용해 심도를 측정할 수 있다. 사람도 왼쪽눈과 오른쪽 눈의 화각차를 분석해 공간의 거리와 깊이를 인식한다. 구글은 여기에 AR코어(ARcore)라는 플랫폼을 결합하면 ToF 없이도 충분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듀얼카메라는 두 렌즈간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ToF처럼 사물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렌즈 사이 거리가 가까울수록, 피사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듀얼카메라를 통한 거리 인식 정확도는 떨어진다. 



▲메타이오의 페라리 쇼룸 서비스. 여러가지 자동차 옵션들을 미리 적용해 볼 수 있다. /메타이오 제공



기존 AR보다는 나은 품질의 서비스가 가능하겠지만, XR 수준의 서비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AR코어를 통해 서비스를 개발한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AR코어로 제작한 콘텐츠 품질이 프로젝트 탱고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플래그십 스마트폰만 판매하는데 비해 구글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비율이 높다”며 “ToF 카메라처럼 하드웨어 가격이 비싼 기술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ToF 카메라가 온다] ③ToF 카메라 서플라이 체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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