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중복, 서두르지 않는 듯

삼성전자가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S10(가칭)’의 생체인식 방식이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FOD, Fingerprint On Display)으로 결정됐다. 대신 애플이 ‘아이폰X’에 선보인 3차원(D) 안면인식 기술은 들어가지 못할 전망이다.

3D 안면인식 모듈 개발이 미완성인데다, 기능상 FOD와 용도가 겹치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도입하지는 않기로 한 것이다.


▲초음파 방식의 FOD 모듈. /vivo 제공



갤럭시S 탄생 10주년, 어떤 기능 담길까


내년에 출시되는 갤럭시S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 ‘갤럭시S’를 처음 선보인 이후 10주년 기념작이다. 그만큼 업계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프로젝트명도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뜻의 ‘비욘드(beyond)’다. 아직 디스플레이 측면에서의 약간의 화질 개선 외에 다른 특징들이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삼성전자는 초음파 방식의 FOD를 장착하는 방안은 확정했다. 초음파 방식 FOD는 디스플레이 뒷면에 초음파를 방출하고 흡수하는 모듈을 심어 사용자의 지문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미국 퀄컴이 칩을 개발했고, 이를 모듈화하는 작업은 중국 오필름이 각각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빛을 이용한 광학식 FOD도 검토했으나 야외 뱕은 빛 환경에서 인식률이 떨어지는 단점 때문에 최종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학식 FOD 모듈 개발에는 미국 시냅틱스가 참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음파 방식 FOD를 갤럭시S10에 적용하기로 톱 레벨(고위급)에서 결론이 났다”며 “오는 11월부터 모듈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FOD를 적용키로 하면서 기기 후면, 카메라 옆에 있던 지문인식 모듈은 사라진다. FOD가 OLED 화면 뒤 일부 영역에 매질을 채우고, FOD 모듈을 합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디스플레이 제작 중에 일부 공정이 추가될 수 있다.


▲2010년 출시된 갤럭시S 첫 모델. 갤럭시S10은 10주년 기념작이다. /삼성전자 제공



3D 안면인식은 이번에 탑재 못할 듯


애플이 ‘아이폰X’에 처음 적용하면서 화제가 된 3D 안면인식 모듈은 갤럭시S10에는 탑재되지 않을 예정이다. 안면인식 알고리즘과 도트프로젝터 등 각종 부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X에 사용한 안면인식 기술은 3만개의 점으로 된 격자 무늬를 얼굴에 쏘아 준 뒤, 격자 무늬가 일그러지는 정도를 파악해 사용자를 인식한다. 이른바 ‘광 패턴(SL, Structured Light)’ 방식의 기술이다.

SL 방식의 안면인식 모듈은 일그러진 격자 무늬를 인식하는 알고리즘이 가장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아직 알고리즘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애플조차 양산에 애를 먹었던 도트프로젝터와 수직캐비티표면광방출레이저(VCSEL) 등 부품 수급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FOD를 장착하기로 확정한 상태에서 3D 안면인식 기술 탑재가 급할 게 없다는 측면도 있다. FOD나 3D 안면인식이나 모두 사용자 인증을 위한 기술이다. 기능이 겹치는 기술을 모두 탑재하기에는 원가 부담도 적지 않다.

중국 오포가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파인드X’는 삼성전자와 반대로 3D 안면인식을 적용하는 한편, FOD 탑재는 포기했다. 애플의 길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애플 아이폰X의 3D 안면인식 모듈 구성. /블룸버그



그렇다고 삼성전자 3D 안면인식 기술을 무한정 연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향후 기기 후면에 ‘비행시간(ToF, Time of Flight)’ 방식의 3D 뎁스 카메라를 탑재하는데, 여기에 SL 방식의 3D 안면인식 기술도 일부 사용되기 때문이다.

SL 방식이 격자 무늬 패턴의 왜곡 정도를 읽는 기술이라면, ToF는 빛이 사물에 맞고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해 3D 화상을 구현한다. SL 방식이 사용자 인증 정도에 활용되는 데 그친다면, ToF 기술은 증강현실(AR)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업계 관계자는 “FOD를 탑재하기로 하면서 3D 안면인식 과제는 다소 미뤄진 상황”이라며 “향후 ToF 적용을 위해서라도 개발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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