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규격 상용화를 앞두고 안테나 업계 격변이 예상된다. 기존 4세대(4G) 기술 대비 초고주파 대역에서 신호를 송수신한다는 점에서 안테나의 소재·형태 등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비용은 물론 신규 설비투자 금액까지 크게 늘면서 안테나 업계가 ‘승자독식’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5G NR의 주파수 대역./퀄컴


기지국에 쓰이던 기술이 스마트폰으로



5G 기술 도입이 안테나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는 이유는 주파수 때문이다.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기구 3GPP가 상용화를 추진 중인 5G 규격 ‘뉴라디오(NR)’는 6㎓ 이하와 24㎓~100㎓의 고주파수 대역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5G NR의 주파수 대역폭은 6GHz 이하 주파수에서는 최대 100MHz, 6GHz 초과 대역에서는 최대 400MHz다. 기존 LTE의 주파수 대역폭은 최대 20MHz다. 대역폭은 데이터가 오가는 일종의 고속도로다. 종전 LTE가 1차선이었다면, 5G는 각각 5차선, 20차선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이에 다운로드 속도는 최대 20Gbps까지 빨라진다. 지연시간도 마이크로초(ms) 단위로 짧아져,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자율주행 등을 구현하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24㎓ 이상의 밀리미터파(mmWAVE)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게 되면 신호가 빛의 성질에 가까워져 산이나 건물 같은 장애물을 피해가지 못한다. 파장 길이도 1~10㎜에 불과해 각 기지국이 주파수를 송수신할 수 있는 영역(커버리지)도 좁다.


또 주파수대가 높은 신호는 한 방향으로 몰아서 보내지 않으면 신호 송수신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왼쪽은 LTE의 기지국-단말간 통신이고, 오른쪽은 5G NR의 기지국-단말간 통신이다. 빔포밍 기술과 매시브 MIMO를 활용, 단말과 기지국 안테나가 서로 집중적으로 신호를 주고받는다./자일링스


이 때문에 5G 이동통신에는 빔포밍(beamforming)과 매시브 다중입출력(Massive MIMO) 기술이 활용된다. 


빔포밍은 여러 안테나 소자로 전파 빔을 만들어 안테나가 특정 방향에서 전파를 집중적으로 송수신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만든 적응형 안테나는 현재 기지국에 적용돼 있다. 기지국 안테나는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한 뒤 마치 여러개의 밝은 조명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듯, 해당  단말에 주파수를 집중적으로 쏜다.


5G NR에서는 빔포밍 기술이 기지국이 아닌 개별 스마트폰에도 적용돼야 한다. 

해바라기가 해를 쫓듯 위치에 따라 가장 많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지국 안테나를 골라 신호를 주고받아야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MIMO 기술은 기지국·단말기에서 다수의 안테나를 사용, 여러 안테나가 한 번에 신호를 주고받게 해 데이터 전송량을 높이는 기술이다.



반도체만큼 작고 복잡해지는 안테나



결과적으로 빔포밍과 MIMO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더 많은 수의 안테나가 탑재돼야한다. 

 

▲LTE용 LDS 안테나 예시도. 가로·세로 각각 50㎜, 18㎜의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학술 논문집 ‘Radioengineering Jornal’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열 가소성 수지(케이스)에 끈(Strip) 모양의 패턴을 레이저로 그린 뒤 도금하는 LDS(Laser Dirert Srtructuring) 안테나가 탑재된다. LTE 기준 최대 4개까지 한 기판에 그릴 수 있어 4x4 MIMO(기지국 안테나 4개와 스마트폰 안테나 4개가 각각 정보를 송수신) 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5G 규격에서는 하나의 기판에 끈 모양의 안테나를 더 많이 그려 넣어야 한다. 주파수 간섭 현상을 줄이려면 안테나끼리 일정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해 안테나 크기도 작아져야 한다. 다만 레이저로 이 같은 패턴을 얇게 그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안테나 업계 관계자는 “기판을 두고 제작하던 이전과 달리 반도체 칩 사이즈만한 면적에 패턴을 구현해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이라며 “LDS 방식의 스트립 안테나는 5G에 활용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5G 8X8 MIMO DPA 스마트폰 구조 예시도. BF모듈 안에 안테나 소자(황토색 사각형)가 가로 4줄, 세로 2줄로 배열돼있다./IEEE Xplore


이에 기지국에서 MIMO와 빔포밍을 구현했던 위상 배열(phase array) 안테나가 대두되고 있다. 안테나 소자들을 바둑판처럼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고, 이를 기판에 여러 개 탑재하는 식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안테나 패턴을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에 인쇄하고, 기판을 통째로 RF칩(RFIC)이 내장된 PCB와 솔더볼(solder ball)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때 RF칩은 PCB에 패키지관통전극(TPV)으로 연결되고 PCB 아래 표면실장소자(SMD) 부품이 위치한다. 


하지만 PCB와 기판 간의 간격, 칩과 기판 간의 간격이 달라 솔더볼을 따로 형성해야하고, 패턴이 미세화되면서 납땜시 수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FPCB 소재인 에폭시(FR4)의 경우 유전체 손실이 많고 고주파 활용시 유전상수가 변해 효율도 낮다. 


안테나 업계 관계자는 “납땜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주파수를 송신하지 못해 수율이 낮다”며 “테프론 기판이나 인터포저(interposer) 위에 안테나 패턴을 형성하는 것도 검토했지만 제조 단가가 기존 RF4 소재 PCB보다 급상승해 상용화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저온동시소성세라믹(LTCC)으로 안테나 모듈을 만들어 RF칩이 내장된 PCB에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성능이 뛰어나고 두께를 줄일 수 있지만 강도가 약하고 공정이 복잡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LTCC 안테나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안테나가 쉽게 깨져버린다”고 설명했다.


안테나 소자들을 PCB 상하단에 일렬로 배치하고 소자 사이사이에 RFIC를 둬 연결하는 방식도 있다. 기판 설계의 자유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안테나 소자와 RFIC 간 간격이 멀어지면 신호의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신호 처리 알고리즘이 복잡해진다.


소재의 투과율과 유전율을 조정하는 ‘메타’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 나노 크기의 자성 소재를 얇게 도포해 특정 주파수에서 소재가 산(△) 모양으로 뭉쳐져 이 주파수만을 집중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EMW가 ‘메타’ 기술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반도체 업계까지 뛰어든다… 국내 부품 업계 타격 우려



이렇듯 5G NR이 상용화되면 안테나의 형태부터 소재까지 모든 게 바뀐다. 


이미 연구개발(R&D) 비용만 LTE 때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상태고, 양산시 신규 설비 투자가 불가피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내 안테나 업계가 5G NR 기술을 선점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여기에 안테나 크기가 반도체만큼 작아지면서 미세 회로에 익숙한 반도체 업계가 안테나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칫하면 국내 안테나 업체들은 나머지 물량을 주문자위탁생산(OEM)만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테나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케이스에 안테나가 내장되면서 설계 기술의 주도권이 세트업체로 넘어간 상태”라며 “새로운 안테나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술 선점의 가능성은 있지만 제조 기술이라도 확보, OEM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직접 안테나를 제조·생산하기보다는 특허권을 등록해놓고 반도체 업계나 완성품 업계가 이를 활용하게 해 로열티만 받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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