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PO OLED, 첫 적용

애플이 지난달 발표한 ‘애플워치 시리즈4’가 전작에 비해 배터리 크기가 작아졌으면서도 사용시간은 동일하게 유지해 눈길을 끈다. 더 커진 화면에 심전도측정(EKG) 등 각종 새로운 기능까지 추가됐다는 점에서 부품 전반적으로 효율을 끌어 올렸을 거라는 추정이다. 특히 애플이 이번에 처음 양산 적용한 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LTPO)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배터리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 시리즈4. /애플 제공

 


배터리 용량 17% 줄어든 애플워치...사용시간은 동일


애플이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신사옥에서 공개한 애플워치 시리즈4의 배터리 용량은 291.8mAh(44㎜ 모델 기준)다. 전작인 ‘애플워치 시리즈3’와 비교하면 17% 가량 줄었다. 애플워치 시리즈4의 케이스 크기(세로)가 종전 대비 2㎜ 커졌음에도 배터리 용량은 줄인 것이다. 그럼에도 애플워치 신제품의 사용 시간은 18시간으로 시리즈3와 동일하다.

통상 모바일 기기에서 전력 효율 개선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이뤄진다. 애플워치 시리즈4는 기존 시리즈3에 탑재된 ‘S3’ 대비 속도가 2배 빨라진 ‘S4’ AP를 탑재했으나 애플은 특별히 전력 효율 개선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디스플레이와 관련해서는 처음 LTPO OLED를 적용했고, 전보다 배터리 사용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LTPO OLED는 디스플레이 동작을 제어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전력 사용 효율을 크게 높인 제품이다. 애플이 아이폰 시리즈에 사용하는 OLED는 TFT로 LTPO가 아닌 저온폴리실리콘(LTPS)을 사용한다. 요약하면 애플이 애플워치 시리즈4 전력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디스플레이, 그 중에서도 LTPO TFT 덕분이다.

그렇다면 LTPO가 어떤 구조이기에 애플워치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줄 수 있었을까.


▲애플워치 시리즈4에 장착된 배터리. 전작 대비 17% 가량 용량이 줄었다. /아이픽스잇

 

 

LTPO, LTPS & 옥사이드 장점만 흡수


디스플레이를 세워놓고 측면에서 바라보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실제 우리 눈에 화면으로 보이는 부분이 프런트플레인(Front plane)이고, 뒤에서 각 화소를 컨트롤하는 부분을 백플레인(Back plane), 혹은 TFT라고 부른다.

디스플레이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프런트플레인은 우리 눈에 보이는 껍데기이고 백플레인은 엔진이다. 모든 자동차가 앞으로 간다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어떻게 동력을 생성하는지는 휘발유⋅경유⋅전기차⋅수소차가 천차만별이다.

LTPO OLED는 두 부분 중 껍데기(프런트플레인)을 그대로 두고 엔진(백플레인) 부분만 개선한 OLED다.

백플레인은 어떤 방식으로 제조됐느냐에 따라 ▲비정질실리콘(a-Si) ▲LTPS ▲옥사이드 등 3개로 재차 나뉜다. 그동안 중소형 OLED용 백플레인은 LTPS가 대세였다. 옥사이드 기술이 전력 효율에서 앞서지만, LTPS가 중소형 패널 화질을 높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업체들은 모두 LTPS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스플레이를 자사 제품에 채택했다.

애플이 이번에 처음으로 애플워치에 적용한 LTPO는 LTPS와 옥사이드의 장점만을 합친 백플레인이다. 전력효율과 고화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부품이다.

백플레인은 ‘스위치TFT’와 ‘구동TFT’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 LTPO는 스위치TFT 부분은 기존 LTPS 기술을, 구동TFT는 옥사이드 기술을 적용했다. 한 몸에 두 기술을 녹여냈다.

덕분에 기존 LTPS의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력 효율은 높아졌다. LTPS 백플레인은 검은색을 표현하기 위해 개별 화소의 전원을 끄더라도 상당히 높은 전류가 흐른다. 일종의 대기전력인 셈이다. 이는 완벽한 검은색을 표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 전력을 높이는 원인이 됐다.

옥사이드 백플레인은 화소를 구동시키기 위한 전압, 즉 문턱전압(Threshold voltage) 이하에서 흐르는 전류량이 상대적으로 작다. 마치 대기전력이 낮은 가전제품처럼 쓸데없는 전력을 소모하지 않는 것이다.

 

▲전압 변화에 따른 전류량 변화. LTPS는 문턱전압 이하에서도 소모전력이 상당하다. /Sharp

 


LTPO 공정 투자 잇따를 듯


다만 LTPO 백플레인을 사용한 OLED는 기존 OLED 라인에 추가 공정이 필요하다. 9개의 마스크를 사용해 생산하는 LTPS OLED 대비 2개의 마스크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장비소요 대수도 30%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정시간도 길어졌다. 기존 패널 업체들이 투자해놓은 기판투입 기준 월 1만 5000장 라인에서 LTPO OLED는 최대 1만2000장 정도만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품목 변경으로 생산능력이 20% 가량 줄어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탕정 A3 공장에 애플 전용으로 구축한 OLED 라인 규모가 6세대(1500㎜ x 1850㎜) 원판투입 기준 월 10만5000장이다. 만약 이들 라인 전체를 LTPO OLED 공정으로 바꾸면 최대 기판 투입량이 8만4000장으로 감소한다.

이 때문에 애플이 애플워치를 넘어 아이폰용까지 LTPO OLED로 변경할 경우, OLED 시장에 다시 한번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출시된 애플워치 시리즈4용 LTPO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하는데, 종전 AP2-E2 공장에서 생산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워치를 통해 OLED 디스플레이를 처음 적용해 본 애플이 이번에도 애플워치에서 LTPO OLED를 처음 등장시켰다”며 “향후 아이폰으로 LTPO OLED를 확대 적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LTPO 백플레인의 구조. LTPS와 옥사이드 백플레인의 구조를 합쳐놓았다. /USTPO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