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LCD 시장 판도에 직격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저가형 스마트폰 사업 방향을 재조정한다. 기존에는 저가형 제품에도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고수해왔다면, 앞으로는 수익성 확보 측면을 훨씬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부 소재⋅부품 조달 측면에서 중국산 제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채용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 대비 열세에 있는 국내 소재⋅부품 업계로서는 향후 사업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저가 라인업 ‘J시리즈’ 버리고 ‘M시리즈’로

▲삼성전자 'J시리즈' 스마트폰. 내년부터는 'M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출시된다. /삼성전자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3월 새로 출시할 저가형 스마트폰 이름을 ‘M시리즈’로 결정했다. M시리즈는 기존 ‘J시리즈’를 계승하는 모델이다. J시리즈는 디스플레이 크기와 저장공간(스토리지)별로 J1부터 J8까지 출시됐으며, 중간중간에 ‘프라임’, ‘프로’, ‘에이스’ 등의 파생모델도 다양하다. 매년 20여가지 파생모델이 출시되는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인지도가 높지만, 사실상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볼륨을 떠받치는 모델은 J시리즈다. 지난 2016년 기준 J시리즈 판매량은 1억500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모든 J시리즈의 판매량을 합쳐 1억3000만대를 돌파했다. 삼성전자가 한해 3억대 안팎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J시리즈의 점유율이 절반 안팎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J시리즈 사업전략으로 ‘박리다매’에 ‘차별화’를 혼용해왔다. 비록 저가형 모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값비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극 채용해 온 것도 차별화의 방편이었다.

그러나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판도는 점점 박리다매와 차별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하기는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국 시장을 벗어나 인도⋅동남아 등 신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기존 J시리즈의 텃밭을 잠식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 5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현재 추세대로 스마트폰 판매가 이어진다면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 등 중국 상위 네 업체의 합산 점유율이 57.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015년 28.4%에서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해왔다. 올해 1⋅2분기에도 이 업체들의 점유율은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9'. S시리즈의 인지도는 높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볼륨은 J시리즈가 떠받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2015~2016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점유율 1위였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3위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5위까지 순위가 하락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4분기에는 점유율이 10%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는 분기별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볼륨⋅수익성 확보에 총력...OLED 비중 줄인다


따라서 향후 삼성전자의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전략은 볼륨(판매량) 유지를 통한 수익성 확보로 변경된다. 이를 위해서는 소재⋅부품 조달부터 가격 경쟁력을 높여 중국 스마트폰 업체만큼 저렴하게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J시리즈가 M시리즈로 변경되면서 가장 크게 바뀌게 될 부분은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J시리즈 디스플레이의 70% 가량을 OLED를 적용해왔다. 한해 최소 8000만개 이상의 OLED를 J시리즈용으로 구매했다.

앞으로는 OLED 대신 인셀 LCD를 주력 디스플레이로 채울 예정이다. 당장 내년부터 M시리즈의 디스플레이 점유율은 인셀 LCD가 최소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이를 위해 일본 JDI는 물론, 그동안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영향력이 적었던 중국 BOE⋅CSOT까지 폭넓게 접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관계사인 삼성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  A1⋅A2 공장의 가동률을 떠받쳐왔던 1등 공신이 삼성전자 J시리즈용 OLED였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당장 A1⋅A2의 가동률 저하가 불가피하다. A1⋅A2가 생산하는 리지드(기판이 유리로 된) OLED는 가뜩이나 LCD와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가동률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용 유기재료를 공급해왔던 업체들에까지 연쇄적으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써니옵텍이 생산한 AF모듈. 카메라 모듈 업체들도 M시리즈 출시에 따른 직격탄을 받을 전망이다. /써니옵텍 제공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구애가 더욱 강해졌다”며 “당장 내년부터 생산라인에 물량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시장 역시 M시리즈 출시에 따른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카메라 모듈 산업은 국내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부품 산업이다. 이 역시 중국 써니옵텍(써니옵티컬테크놀러지) 같은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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