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시리즈의 핵심 부품에 중국 협력사를 활용한다. 그동안 애플은 주요 부품은 미국, 일본, 한국, 대만 업체들과 거래했다.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갖추면서 애플의 공급망관리(SCM) 전략도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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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름이 개발한 카메라모듈 구조. /오필름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8’의 전면카메라 모듈 공급 업체로 중국 오필름을 신규 승인했다.


오필름이 공급하는 카메라모듈은 전면 초점 고정(FF) 방식으로, 1개 모델에 우선 적용하고, 내년 모델부터 공급량을 늘릴 전망이다. 이 회사는 최근 애플용 카메라모듈 생산 라인을 중국 난창에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의 FF 전면 카메라는 코웰이 주로 납품해왔다. 코웰은 홍콩 증시에 상장한 한국 기업으로, 중국 둥관에 애플 전용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둥관 지사에서 애플과 생산 협의를 책임지는 주요 경영진도 한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중국 업체에 문호 여는 애플 


중국 기업이 애플 협력사로 선정된 건 첫 사례는 아니다. ATL은 지난 2~3년간 애플 아이폰 배터리 제1 협력사로 제품을 공급해왔다. 

 

ATL과 오필름의 차이점은 ATL은 주요 경영진이 미국 실리콘밸리 유학파로, 홍콩에 본사를 뒀고, 오필름은 중국 본토에서 대학을 졸업한 롱쥔카이 회장이 세운 회사라는 것이다. 카이 회장은 광저우성 내 산터우대학 출신으로, 이스트먼코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오필름을 창업했다. 

 

지난해에는 BOE가 아이패드용 LCD 패널 공급을 승인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소형 LCD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물량을 중국 업계가 가져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여전히 기술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스마트폰의 혁신이 주로 카메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LG이노텍의 매출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력 제품이기도 하다. 


애플의 카메라 생태계에 중국 업체가 등장하면 한국·일본 업계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3D 안면인식 센서, 후면 듀얼카메라 등 혁신 기술에서 여전히 중국 업체를 배제하는 건 맞다"면서 "그래도 일단 협력업체로 승인한 이상 다양한 분야에서 오필름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필름, TSP·카메라모듈 전방위서 약진 

 

오필름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중국산 터치스크린패널(TSP) 업체를 협력사로 끌어들이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2002년 적외선(IR) 차단 필터회사로 출발, 2010여년 경부터 스마트폰용 TSP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에는 2011년 지사를 설립해 삼성전자·LG전자와 주요 TSP 센서 업체에 영업을 해왔다.  

 

TSP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카메라모듈과 지문인식 시장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부터 전체 매출액 중 카메라모듈 비중(12.6%)이 TSP(11.5%)를 넘어섰다. 카메라 매출은 2013년 9000만달러(약 1000억원), 2014년 4억4600만달러(약 5000억원), 2015년 6억3200만달러(약 7100억원)로 수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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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름 매출액과 순이익 추이.(단위: 위안) /오필름 2016 연간보고서, KIPOST 

 

 

지난해 주요 고객사는 샤오미, 오포·비보, 화웨이, 레노버 순이다. 2015년까지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이었지만 카메라모듈 공급량이 늘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판매량이 삼성전자를 상회하면서 중국 기업 비중이 커졌다. 

 

중국 내에서는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주력 공급업체인 삼성전기, LG이노텍, 엠씨넥스 등 한국 업체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오포·비보의 플래그십 모델 카메라모듈도 삼성전기를 오필름이 대체했다.  

 

오필름은 대대적인 인수합병(M&A)와 기술 제휴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터치 센서 전문업체 TPK 지분 5. 46%를 사들였고, 4월에는 광저우 소니 카메라모듈 공장을 인수했다. 

 

올해 1분기 이 회사 전체 매출액은 61억9254만위안(약 1조367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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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모듈 업체 매출액 추이. /ResearchInChina, 미래에셋대우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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