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내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탑재한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역시 한국산을 구매할 계획이다. 그동안 애플 아이폰용 FPCB는 일본 니폰멕트론이 주요 공급사 자리를 지켜왔지만, 내년부터는 바뀐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OLED와 FPCB가 합쳐진 모듈 형태로 OLED를 구매할 계획인데, FPCB 공급사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협력사 중에 지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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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용 RF-PCB. /인터플렉스 홈페이지 캡처





애플 아닌 삼성디스플레이가 구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애플에 OLED용 FPCB를 공급키로 계약이 진행 중인 회사는 총 다섯 군데로 추려진다.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영풍전자, 삼성전기, 코리아써키트 등이다. 


이 중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영풍전자는 공급이 사실상 확정됐고, 삼성전기와 코리아써키트는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비율은 인터플렉스가 40% 전후, 비에이치가 30% 안팎, 영풍전자가 10% 정도를 담당키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5% 정도는 삼성전기와 코리아써키트 중 한 곳으로 배정될 예정인데, 최근 코리아써키트로 분위기가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내년에 1억대, 내후년 2억대 이상의 OLED 모듈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을 계획이다. 계산대로라면 인터플렉스는 내년에 최소 4000만개, 비에이치는 3000만개 이상의 OLED 아이폰용 FPCB를 공급하게 된다. 실제 FPCB 공급 시점은 내년 4월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OLED 모듈에 붙는 FPCB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퀄(품질승인)을 주고 직접 구매까지 한다”며 “국내 FPCB 업체를 중심으로 협력사가 꾸려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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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7 플러스’. 애플은 내년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OLED를 구매하면서 FPCB까지 일괄 수급할 계획이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FPCB 업계 간만의 봄볕드나



애플이 아이폰용 OLED를 국내서 수급함에 따라 FPCB 및 후방 산업에도 봄볕이 들 전망이다. 최근 2~3년새 스마트폰 시장이 주춤하면서 국내 FPCB 및 후방 업체들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일부 업체들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FPCB 전문업체 세일전자는 인천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3년 700억원을 투자해 제 2공장을 건립했으나, 동시에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경영난에 봉착했다. 2008년 42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3년 1819억원까지 수직상승했지만, 이듬해 적자전환했다. 2015년에도 1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역시 FPCB 전문업체인 플렉스컴도 지난 3월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힘입어 베트남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지만 가동률이 50%에 그치면서 최근 2년간 누적적자가 129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애플이 구매하게 될 내년 1억대, 내후년 2억대의 FPCB는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 물량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국내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에 없던 억단위 물량이 한번에 쏟아지는데다, 애플이 수급할 FPCB가 최소 4층 이상의 초고다층 경성⋅연성-PCB(RF-PCB)이기 때문이다. RF-PCB는 에폭시처럼 단단한 재질로 만든 PCB와 폴리이미드(PI) 처럼 잘 굽혀지는 FPCB를 접합해 만든다. 


애플은 RF-PCB를 최소 4층 이상 쌓은 제품을 내년향 OLED 아이폰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들어가는 제품들 대비 부가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모듈을 구매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물량까지 고려하면 FPCB 업계에도내년부터 OLED 특수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가동률 저하 탓에 경영난을 겪어 왔던 FPCB 업체들이 이제는 신규 설비 투자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며 “초고다층 RF-PCB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업체라면 OLED 아이폰용 FPCB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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