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마트폰에 메탈 케이스가 확산 적용되면서 소재 업체간 기술 경쟁이 뜨겁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세계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물량은 지난해보다 54.6% 늘어난 6억대로 예상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둔화됐지만, 메탈 케이스 시장은 여전히 고성장세인 셈이다. 

 

애플은 이미 대부분 아이폰 시리즈에 메탈 케이스를 채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의 채택률 확대가 두드러진다. 특히 삼성전자와 중국 오포(OPPO)는 올해부터 메탈 케이스 채택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photo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가공 사진./ 삼성투모로우 제공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아직은 풀 CNC 방식이 대세

 

 

현재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시장은 고온 압출로 뽑아낸 알루미늄 덩어리를 컴퓨터정밀제어(CNC) 밀링 머신으로 깍아내는 ‘풀(Full) CNC’ 방식이 주류다. 강도가 뛰어나고 질감도 좋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유리하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등 대다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샤오미 등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도 풀 CNC 방식 메탈 케이스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가공을 위해 2조원을 투자해 베트남 공장에 2만대 규모 CNC 가공 장비를 깔았다. 메탈 케이스 수급이 불안정해 갤럭시S 시리즈 등 프리미엄 모델 출시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프리미엄 모델 판매량은 생각보다 신통찮았고, 2만대 규모 CNC 장비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메탈 케이스 내재화를 주도한 김종호 사장(전 GTC 센터장)은 투자 실패 책임을 지고 삼성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전자로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CNC 장비를 구축한 만큼 감가상각 비용 차원에서라도 라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일본 화낙으로부터 구입한  CNC 장비는 스마트폰보다 큰 기구를 가공하는데 적합하지 않아 스마트폰 외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1만4000대 장비는 베트남 제2 공장에 구축했고, 4000대는 후이저우 공장에 깔았다. 나머지 2000대는 인탑스・모베이스 등 플라스틱 케이스 협력사에 임대해 위탁 생산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풀 CNC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풀 CNC 방식으로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내 가격 경쟁을 감당할 수 없다는 주장이 삼성전자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김종호 사장 대신 장시호 부사장이 후임 제조센터장(GTC) 자리를 맡으면서 이런 기조는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photo
 ▲메탈 케이스 채택 스마트폰 비중 추이./ IHS 제공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가공 방식은 바뀔까

 

 

풀 CNC 방식은 가격이 비쌀뿐 아니라 작업 시간이 길고 공정이 복잡하다. 현실적으로 중저가 제품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 모델에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풀 CNC 방식의 한계를 알고 투자를 단행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예전만한 힘을 발휘 못하면서 이 같은 전략은 날개조차 펴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자작한 풀 CNC 방식 메탈 케이스는 18~20달러 수준에 납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다.  

 

풀 CNC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메탈 케이스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진 이유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용 메탈 케이스 가공 방식으로 주목하는 기술이 바로 스탬핑(Stamping)과 다이캐스팅(Diecasting)이다. 스탬핑 공법은 프레스로 알루미늄 바(bar)를 반가공한 후 CNC 밀링 장비로 깎는다. 다이캐스팅은 용액 상태로 녹인 알루미늄을 틀에 붓고 식힌 후 CNC 장비로 가공하는 방식이다. 

 

 

photo
▲메탈 케이스 가공 방식 비교./ KIPOST 

 

 

국내에서 스탬핑 공법을 주도하는 회사는 성우전자다. 다이캐스팅 방식은 KH바텍이 독보적이다. 

 

성우전자는 지난해 말 베트남 2공장 증설과 동시에 제3, 제4 공장을 한꺼번에 완공했다. 신공장에서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용 메탈 케이스 프레스 및 데코 공정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스탬핑 공법은 기존 풀 CNC 방식 대비 공정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CNC 장비 한 대로 두 배의 생산능력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가격은 15달러 수준으로 기존 풀 CNC 대비 20~30% 싸다. 가공 물량이 늘어나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배가되면 원가 경쟁력은 더욱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9용 메탈 케이스에 스탬핑 공법을 처음 적용한 바 있다. 

 

현재 성우전자는 스탬핑 방식 월 200만개 메탈 케이스 생산능력을 구축했다. 얼마 전부터 성우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프레스 처리한 반가공 상태 메탈 케이스를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등에 공급하고 있다. 향후 스탬핑 방식 메탈 케이스 물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스탭핑 방식은 향후 고가 스마트폰용 풀 CNC 방식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고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아노다이징 표면처리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내 최고 메탈 소재 업체 KH바텍도 새로 개발한 다이캐스팅 공법으로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4년 KH바텍은 갤럭시노트4에 다이캐스팅 방식 메탈 케이스를 공급한 바 있다. 그러나 강도가 약하고 표면 질감이 떨어져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밀려났다. 무엇보다 완제품 조립 후 틈이 벌어지는 유격 문제는 다이캐스팅 방식 메탈 케이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KH바텍은 이번에 ‘다이캐스팅+아노다이징’ 공법을 새로 개발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이캐스팅 메탈 케이스의 질감이 떨어지는 문제를 아노다이징 후공정으로 해결했다. 

 

상업화된다면 10달러 내외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풀 CNC 방식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표면 질감 문제를 아노다이징으로 해결한다 해도 강도가 떨어지는 약점은 여전히 한계다. 기포 등으로 인해 틈이 벌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