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애플 쇼크’로 물량 가뭄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 소재부품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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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이노텍 카메라모듈. /LG이노텍 제공

 

1차 파장은 국내 카메라모듈 업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에 렌즈,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 연성회로기판(FPCB), 검사장비 등을 공급하는 후방 협력사들은 애플 물량 감소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 모바일 카메라모듈 업체다.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해온 덕분에 매년 큰 폭으로 매출 성장해왔고 생산능력도 키웠다. 

 

핵심 소재부품 내재화도 상당 부분 진행 중이었다. 애플 신규 모델 물량이 뚝 끊기면 공격적으로 설비투자를 해온 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LG이노텍 1, 2차 협력사들의 직간접적인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샤프가 사실상 애플 아이폰 차기 모델 카메라모듈 물량을 독점하게 된 만큼 일본 내 네트워크가 좋은 국내 후방 업체들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업체 특성상 속도감 있게 후방 공급망을 바꾸는 경우가 드물고, 애플이 소재부품 조달 통제권을 쥐고 있는 만큼 기회를 잡는 국내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 카메라모듈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 카메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이 애플 물량 감소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과 자동차 전장 카메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국내 카메라모듈 업체간 출혈 경쟁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생산라인 가동률이 크게 낮아져 적자를 내는 것보다는 역마진을 각오하고 물량을 밀어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LG이노텍은 대만 및 중국 스마트폰 시장 영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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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애플 홈페이지 제공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로 호기를 맞은 전장 카메라 시장에도 부정적이다. LG이노텍은 몇 년 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전장 카메라 시장 공략에 집중해왔다. 모바일 카메라모듈 물량이 빠지는 상황에서 LG이노텍 경영진으로서는 매출 하락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전장 카메라 사업을 수익보다는 점유율 확대 쪽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국내 전장 카메라 업체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LG이노텍 사건으로 국내 애플 협력사에 대한 시각도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협력사들은 애플 아이폰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쇄회로기판(PCB), 카메라모듈, 수동소자 등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과 거래하는 업체는 국내 대기업 거래 기업보다 다소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보안 및 관리 부분은 까다롭지만, 상대적으로 단가인하 압력이나 거래 안정성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도 최근 아이폰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후방 산업망을 얼마든지 큰폭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향후 원가 경쟁력 및 협력사 통제를 위해 중국, 일본 협력사로 물량을 몰아주는 식의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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