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세계 IT 시장에서 우리 기업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은 해외에서 소재부품을 조달해 조잡한 수준의 가전 제품 정도만 겨우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전기차・드론 등 첨단 제품뿐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도 내재화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1위 애플, 2위 삼성전자에 이어 3~5위 자리를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드론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이 1위를 차지했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BYD는 테슬라를 긴장시킬 정도다. 

 

이미 상당수 대다수 소비자들은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제품을 쓰는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국내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혁신적인 중국 제품을 선호하는 마니아층까지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한 때는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어떻게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을까. 그 비결은 바로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가성비다. 

 

얼마 전 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가성비를 놓고 ‘도대체 어떻게 그 가격에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는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 기업을 보는 시각이 여전히 편협하고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우리만의 시각으로 중국 기업을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앞으로 중국 시장과 중국 기업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리 기업에 미래는 없다. 손자병법에 이르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반대로 적(중국)을 모르면 결코 이길 수 없다. 

 

골리앗처럼 거대한 중국 기업을 상대하려면 우리 기업은 다윗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고 과감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KIPOST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가성비의 비밀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봤다. 

 

 

▲ 샤오미가 출시한 미니 세그웨이 / 샤오미 홈페이지 

 

 

내수 시장의 힘...프리미엄부터 산짜이까지

 

1~2년 전만 해도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를 방문한 국내 전문가들은 생산라인 수율이 엉망이라며 우리나라를 따라오는데 한 참 걸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BOE・CSOT 등 중국 업체들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몇 년 전 애플과 삼성전자는 9mm대부터 7mm대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두께 디자인 경쟁을 벌였다. 중국 업체 화웨이가 6mm대 두께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애플과 삼성전자는 머쓱해하며 스마트폰 두께를 마케팅 포인트에서 제외했다. 

 

제조업에서 생산을 많이 할수록 기술과 품질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기업은 낮은 생산 수율로도 꾸준하게 생산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다. 물론 대만뿐 아니라 한국・일본 제조 기술 인력을 꾸준히 스카웃하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중국 업체 생산 수율이 낮다는 것도 우리 기업만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물론 양품 생산율이 높은 것이 중국 업체에도 좋다. 그렇지만 중국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불량품도 엄연히 시장이 존재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S급부터 C급까지 다양하다. 우리 기업은 S급, A급 정도만 팔 수 있다. B급 이하 제품은 불량품으로 폐기하거나 창고에 불용재고로 쌓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S급부터 C급까지 다양한 시장에 제품을 팔 수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 원자재 구입 비용도 저렴하다. B2B 시장에서 100개를 사는 고객과 1000개를 사는 고객에 제시하는 견적 단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중국산 제품 가성비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연마되는 셈이다. 

 

 

▲ 국민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한 샤오미 보조 배터리 / 샤오미 홈페이지

 

 

중앙 정부부터 지방 정부까지...천문학적인 보조금

 

중국 정부는 산업 육성을 위해 자국 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한다. 8세대 LCD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데 몇 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지원해주는 자금을 제외하면 실제로 기업이 집행하는 자금은 몇 천억원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설비 감가상각 부담이 거의 없이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원가 이하로 판매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중국 기업이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파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업은 중국 기업과 치킨 게임을 벌이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경쟁력을 위해 시장의 논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의 이 같은 행보에 딴지를 걸 만한 국가도 없다. 미국조차 자국 기업이 중국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노심초사하면서 조심스럽게 지적할 뿐이다. 

 

중국은 이 같은 방법으로 태양광・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성공 스토리를 엮어냈고, 앞으로 전기차・반도체 시장에서도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전략이다. 

 

첨단 제품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가 쌓일수록 완제품 성능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스마트폰・드론・전기차 등 완제품이 쓸만해진 것은 그 안에 장착되는 핵심 소재・부품을 내재화한 덕분이다. 

 

과거 단순히 외산 소재・부품을 사와서 조립하던 때와 직접 만드는 지금은 제품 경쟁력에서 수준 자체가 다르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체 모두가 중국 가성비의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다. 중국산 제품의 가성비는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