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IT 사업 경쟁력의 원천은 반도체다.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어떤 신시장이 열리더라도 경쟁업체보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과거에는 D램,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가 삼성전자 전자 사업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통신칩과 AP를 시스템온칩(SoC)으로 구현한 새로운 엑시노스를 내놨다. 처음으로 자체 아키텍처 기술도 가미했다. 퀄컴 출신 강인엽 부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 칩 설계 기술이 그 만큼 진보한 셈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엑시노스는 영국 ARM이 제공하는 코어를 받아 여기에 살을 덧붙여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8 옥타.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이번 엑시노스에는 ARM 아키텍처를 재설계한 자체 기술을 더했다. 퀄컴, 애플과 같은 칩 설계 기술 선두 반열에 오른 셈이다.  코어에 근접한 칩 설계 기술을 보유했다는 것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전기차, 가전 등 다른 기기에도 얼마든지 프로세서 칩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전자가 뒤늦게 자체 AP를 개발한 것도 스마트폰 사업을 위한 향후 확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LG그룹은 배터리-전장 부품-모터-경량화 차체 등 전기차 전반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갖췄다. 그러나 자체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 없다는 것은 향후 삼성전자 등 경쟁자에게 얼마든지 추격당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새로운 영역으로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체력과 역량을 갖췄다. 전기차 등 어떤 시장이 급성장할 것인지 트렌드만 잘 따라가면 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협력한다면 전기차를 제어할 수 있는 AP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전기차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IoT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IoT 반도체 플랫폼 아틱(Artik)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어떤 기기든 연결하고 제어하는데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반도체, 더 크게보면 스마트폰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가가치가 나오는 영역이 스마트폰 기기에서 다른 서비스, 솔루션, 생태계로 옮겨갈 뿐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적자가 나더라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갖추지 못한 하나가 바로 운용체제(OS)다. 삼성전자 IT사업 수직계열화의 종착점은 OS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와 협력하면서도 타이젠 등 자체 OS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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