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투자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이르면 10월 말 결론이 날 것 같았던 양측의 투자안 확정은 이달 말로 한 차례 시점을 미뤄왔다. 


최근에는 양측간 투자 규모와 세부 조건을 놓고 이견이 갈리면서 자칫 12월까지 결과 도출이 순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단기 투자 규모서 큰 시각차


MK News

▲ 삼성디스플레이 AM OLED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제품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 및 장비 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현재 삼성과 애플 간 가장 큰 시각차를 보이는 부분은 투자 시기와 규모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양산능력을 조기에 끌어 올리기 위해 6세대(1500mm x 1850mm) 원판투입 기준 월 18만장까지 조기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AM OLED 생산능력이 커져야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고, 그 만큼 저렴하게 AM OLED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삼성의 셈법은 훨씬 보수적이다. 우선 원판투입 기준 월 4만장 정도를 투자한 뒤, 향후 양산 안정화 양상을 봐서 단계적으로 투자하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애플이 공동 투자 내지는 전용라인 구축 방식으로 지분을 가져가지만,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애플이 투자만 해 놓고, 생산된 AM OLED를 충분히 구매하지 않을 경우 삼성 입장에서는 제품 재고와 장비 감가상각에 따른 적자만 떠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애플 측에 생산된 물량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구매해 간다는 내용을 문서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의 문제⋯결론은 날 것

 

현재 양측 협상이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협상 결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디스플레이 전략상 LCD에서 AM OLED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애플과, AM OLED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삼성의 이해가 딱 맞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이르면 2017년 하반기 AM OLED를 아이폰⋅아이패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성을 우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서 유일하게 중소형 AM OLED를 대량 양산하고 있는데다, 2014년 사파이어 글래스를 아이폰6용 커버유리로 적용하려다 실패한 경험 때문이다.


2013년 애플은 미국 GT어드밴스트테크놀러지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아이폰6용 커버유리에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 대신 고급 시계에 사용되는 사파이어 글래스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GT에 4억3900만달러의 선수금까지 지급하며 사파이어글래스 수급을 추진했으나 GT측이 애플의 까다로운 품질요구를 맞추지 못하면서 공급이 최종 무산됐다. 


GTAT's plant in Arizona will be used to manufacture durable sapphire screens for Apple Inc.’s mobile devices.

▲ GT어드밴스트테크놀러지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당초 애플 아이폰6 커버유리용 사파이어글라스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품질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GT측이 파산에 이르렀다. /GT어드밴스트테크놀러지 제공


 

이 일로 결국 파산에 이른 GT 입장에서도 치명적인 결과였지만, 아이폰6에 새로운 소재를 탑재하지 못한 애플에도 뼈아픈 경험이었다. 이 때문에 애플은 공급사슬관리(SCM) 측면에서 모험적인 시도를 최소화하고, 철저하게 생산 능력이 검증된 업체만을 협력사로 선정하는 추세다.


만약 애플과 삼성간 협상이 결렬된다면, 애플의 AM OLED 도입 계획은 최소 2년 이상 늦어질 수 있다. 삼성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LG디스플레이와 일본 JDI 정도다. 그러나 이들의 생산 능력과 양산 경험으로는 2017년부터 월 2000만개(5인치 기준) 수준의 AM OLED를 공급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폼팩터(Form Factor) 경쟁에서 차별점을 찾고자 하는 애플로서는 AM OLED 도입 스케줄이 늦어질수록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허용하는 꼴이 된다.


삼성 역시 애플과의 딜이 성사 되지 않으면 향후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더 힘들어진다. LCD 기술력 부문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없어진 상황에서 중국 BOE가 AM OLED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애플을 등에 업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면 LCD는 물론 장기적으로 AM OLED 분야서도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지 모른다. 


결국 애플과 삼성 모두 이번 공동 투자 협상은 성사되는 쪽으로 노력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다만 세부적 조건에서 이견을 얼마나 빨리 좁히느냐에 따라 성사 시기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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