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과 애플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합작 투자는 디스플레이 업계 판도를 LCD에서 AM OLED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공급자 주도적 시장인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모처럼 만에 수십조 단위의 투자가 집행되는 만큼, 관련 장비⋅소재⋅부품 협력사까지 AM OLED에 ‘올 인(다 걸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큰 장 선다

 

현재 애플과 삼성디스플레이의 합작 투자 규모는 최대 100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서 비교적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건 지난 2012년이 마지막이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각각 중국 쑤저우와 광저우에 8세대 LCD 라인을 건설한 것이다. 당시 투자 규모는 삼성과 LG가 4조원씩 정도였다.


이후 중국 LCD 업체들이 묻지마 투자를 단행하면서 LCD 공급 과잉이 심화됐고, 삼성⋅LG 모두 LCD에 대한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해 약 1조원을 들여 중국 8세대 라인에 보강 투자를 단행한 게 LCD 투자의 전부다.


이번에 AM OLED 라인에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경우,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 자체가 AM OLED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 PDP 모듈을 탑재한 평판TV. 한때 LCD와 경쟁해던 PDP는 LCD 대규모 투자로 가격 격차가 줄면서 시장에서 사장됐다. /삼성전자 제공

 

 

과거 평판 TV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던 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중 LCD에 결정적으로 힘이 실린 계기도 대규모 투자였다.


PDP 모듈을 생산하던 삼성SDI⋅LG전자 대비 LCD를 생산하던 삼성전자 LCD총괄(현 삼성디스플레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가 투자 여력이나 타이밍에서 크게 앞섰다.


이는 PDP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쌌던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시장에서 PDP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졌다.



가격에서 열세인 OLED, LCD 따라 잡을듯

 

현재 5인치 스마트폰용 패널을 기준으로 AM OLED는 17.1달러,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가격은 15.7달러 정도다. 화질 측면에서 두 제품 성능이 비슷하다고 봤을 때, AM OLED가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다.


이는 AM OLED의 재료비가 비싸다기 보다는 공정 수율이 워낙 낮고, 규모의 경제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LTPS LCD 수율이 최소 85% 이상으로 안정적인데 비해, AM OLED의 수율은 아직 70%선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AM OLED 부문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AM OLED와 LCD의 가격 격차는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 애플과 삼성 간에 논의 중인 투자 규모가 A3 1단계 라인의 최대 10배에 달하고, LG디스플레이 역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AM OLED 생산량이 늘면, 패널 업체는 물론 인광물질⋅폴리이미드(PI) 등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 지면서 전반적으로 AM OLED 가격도 낮아진다.


시장이 커지면 관련 연구개발(R&D)도 늘면서 AM OLED의 수율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AM OLED 가격이 재차 인하하는 계기가 된다.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소형 OLED용 장비를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곳이 삼성디스플레이 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LG디스플레이와 일본⋅중국 업체들에까지 공급할 수 있어 장비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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