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애플과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공동 투자에 나선다. 애플이 절반의 투자금을 내는 대신 AM OLED 생산물량의 일정비를 의무 배정 받는 방식이다. 


이번 합작이 최종 성사되면 삼성은 지난 2004년 일본 소니와의 S-LCD 합작 투자 이후 디스플레이 사업서 가장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그동안 애플워치를 제외하면 모든 전자제품에 LCD만 사용해왔던 애플이 AM OLED를 본격 적용하면서 디스플레이 산업 패러다임도 AM OLED로 급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 100억달러 공동 투자 "애플, 최대 절반 부담"



▲ IMID 디스플레이 전시회 / 삼성전자 제공  

 

삼성과 애플의 AM OLED 합작 투자 규모는 총 100억달러, 우리 돈 11조3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투자금 중 애플이 최대 절반까지 부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투자 방식은 S-LCD 때 처럼 합작사 형태보다 전용라인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애플이 지난 2012년 LG디스플레이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애플 전용 라인을 구축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는 향후 AM OLED를 싸게 대량 수급하는데 합작사 보다 전용라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외에도 LG디스플레이, 일본 JDI로부터 AM OLED를 구매하는데, 합작 법인을 설립해 특정 밀월관계를 강화하면 향후 LG디스플레이⋅JDI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3사 모두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관계를 유지하는 게 그간 애플의 공급사슬관리(SCM) 전략의 핵심이다. 이와 함께 사실상 소니의 투자 실패로 끝난 S-LCD의 합작 사례도 참고했다.


이번 투자는 2017년부터 아이폰⋅아이패드에 AM OLED를 적용키로 한 애플과, AM OLED를 반도체와 함께 주력 부품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삼성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성사됐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AM OLED 사업은 외판보다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 성격이 강했다. 지난해까지 삼성디스플레이는 AM OLED 생산량 대부분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판매해왔다. AM OLED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차별화 포인트였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다른 스마트폰 업체로의 AM OLED 공급을 자제해왔다. 


지난해 연말 이 같은 방침을 철회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영업을 강화했다. 올 들어 화웨이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용 AM OLED를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 삼성 디스플레이시티 아산캠퍼스 / 삼성전자 제공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투자 성사를 위해 올 들어 네 번이나 애플 본사를 방문하는 등 양사 합작 투자에 정성을 기울였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역시 최근 애플 본사를 방문했다가 지난 4일 귀국했다. 


삼성과 애플은 이르면 이달 내로 합작에 대한 세부 논의를 마무리하고, 투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 디스플레이 패러다임, AM OLED 급선회

 

애플과 삼성의 AM OLED 합작 투자는 향후 디스플레이 산업 패러다임이 LCD에서 AM OLED로 급선회하는 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2012년 중국 쑤저우 8세대 LCD 공장 신설 이후 LCD 분야 대규모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해 쑤저우 라인에 보강 투자를 단행했으나, 규모는 1조원 정도에 그쳤다. 중국 BOE가 약 7조원의 거금을 들여 10세대(2940×3370㎜) LCD 라인 신규 투자에 나서는 것도 지켜만 보고 있을 뿐, 선뜻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도리어 충청남도 천안 5세대 유휴 LCD 라인을 BOE에 매각하는 등 채산성이 떨어지는 LCD 라인은 정리하는 중이다.


반면 AM OLED 분야 투자는 점차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2조원을 투자해 A3 1라인을 완공했으며, 올 들어 A2 라인의 리지드(휘어지지 않는) AM OLED 라인을 플렉서블(휘어지는) 라인으로 전환하는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애플과의 합작이 최종 성사되면 디스플레이 분야서는 사상 최대 규모 투자가 단행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LCD에 대한 투자 여력은 점차 떨어지면서 삼성의 10세대 LCD 투자는 끝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플렉서블 AM OLED 생산능력을 원판투입 기준 월 16만장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원판투입 월 1만5000장 규모인 A3 1라인의 AM OLED 생산량이 월 350만개(5인치 기준)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차 삼성의 스마트폰용 AM OLED 생산능력은 최소 월 4000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애플, 처음부터 매스(mass) 모델에 OLED 적용...후방산업 출렁

 

일각에서는 수급 문제를 들어 애플이 2017년 일부 프리미엄 모델에만 AM OLED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과의 합작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애플은 처음부터 매스(mass) 모델에 AM OLED를 적용할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월 4000만개분의 생산량이라면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와 절반씩 나누더라도 애플의 아이폰 물량을 소화할 만큼 크다. 애플은 통상 신작 아이폰 판매 6개월 전에 9000만대 분량의 소재⋅부품을 주문한다. 월 기준 최소 1500만대분의 생산능력을 갖춰야하는 셈이다. 향후 아이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PC 등으로 AM OLED 적용 범위를 늘리더라도 일부 물량 정도는 소화할 수 있는 정도다.



▲ 삼성 AM OLED 적용 스마트폰 /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산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애플이 AM OLED를 자사 제품에 적용하면 중국⋅일본 내 스마트폰 업체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중국 내 스마트폰 1위 업체인 화웨이가 ‘넥서스6P’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5.7인치 AM OLED를 적용하면서 선수를 친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패널 업체는 물론 관련 소재⋅부품⋅장비 업계 희비도 가른다. 그동안 LCD 산업의 수혜를 맛봤던 백라이트유닛(BLU)⋅발광다이오드(LED)⋅광학필름 등의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형광재료 및 AM OLED 장비 업계는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에 이어 애플까지 AM OLED를 적용한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나 일본 스마트폰 업계도 AM OLED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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