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첫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코드명:프로젝트 밸리) 출시를 놓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프로젝트 밸리는 완전히 접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적용한 패블릿(폰+태블릿PC)으로, 5인치대 화면 2개를 반으로 접는 형태를 띨 전망이다.



밸리로 애플에 역전 노리는 삼성전자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부 외신 보도는 내년 1월로 점치고 있으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출시가 유력시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1년 갤럭시노트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5년만에 하드웨어 혁신을 시도하는 만큼, 밸리에 대한 회사 안팎의 기대는 크다. 과거 스마트폰 하드웨어 분야서 애플을 추격해왔던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애플을 압도한 바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밸리를 앞두고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핵심 부품인 폴더블 AM OLED를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셈법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밸리 출시를 통해 애플에 크게 밀리고 있는 프리미엄폰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725080_20150916071039_087_0002_99_20150916150013.jpg

▲IT전문매체 지포게임스가 공개한 프로젝트 밸리의 콘셉트 사진.



카운터포인트 테크놀로지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북미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6%로, 애플(34%)에 크게 밀렸다. 또 다른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의 점유율도 추락 중이다. 


IHS 테크놀로지 중국본부에 따르면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올해 2분기에 한자릿수대(9%)로 떨어지며 5위까지 추락했다. 샤오미와 화웨이가 1,2위를 차지했고 애플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밸리를 이 같은 위기상황을 타계하는 무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 밖에 없다는 점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재빨리 내놓으면 한동안 타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프로젝트 밸리 출시를 위한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가장 중요한 반복 폴딩 시험은 3r 각도로 10만회 신뢰도 획득했다. 3r 내구성을 통과했다는 것은 AM OLED를 반지름이 3mm인 원을 감쌀 정도로 접어도 유기층, 봉지, 박막트랜지스터(TFT)에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눈치보기 


이처럼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프로젝트 밸리를 띄우고 있는 것과 달리, 핵심 협력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셈법은 삼성전자와 약간 다르다. 


2017년 애플에 폴더블 AM OLED 공급을 타진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밸리가 애플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프로젝트 밸리의 성공은 핵심 부품 협력사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애플과의 AM OLED 공급협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2.9인치 옥사이드 LCD가 적용된 아이패드프로. 당초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샤프 3사와 공급을 논의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샤프에서 독점 공급받고 있다. / 애플 제공



프로젝트 밸리가 큰 성공을 거둘 경우, 애플이 또다시 삼성디스플레이를 견제하면서 LG디스플레이나 일본 JDI 쪽으로 주요 협력선을 굳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혹은 LG디스플레이 둘 중 한 회사를 AM OLED 메인 협력사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과거에도 애플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 제품 사용을 꺼려왔다. 현재 ‘아이폰 6’용 LCD는 LG디스플레이, JDI로부터 대부분 공급 받고 있으며 일본 샤프가 소량 납품 중이다.


기대를 모았던 ‘아이패드 프로’용 12.9인치 옥사이드 LCD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성사가 유력시 돼 왔으나 결국 샤프만 공급하는데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 들어 샘플을 납품했지만 최종 공급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삼성전자가 프로젝트 밸리를 내년에 최고급 틈새시장용 제품으로 소량만 판매하고, 2017년 2세대 제품으로 애플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그러면 2017년 폴더블 기기 출시를 검토 중인 애플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년, 내후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밸리에 대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셈법이 다른 만큼, 그룹에서 역할 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룹내에서 목소리가 더 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의지가 더 크게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