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 스마트폰⋅태블릿PC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적용을 추진 중인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JDI 3사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각 회사 설비투자를 유도해 AM OLED 생산능력을 충분히 늘린 뒤, 수급 조절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용 옥사이드(산화물) LCD 역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샤프 3사로부터 공급받을 것처럼 해 설비투자를 유도한 뒤, 최종적으로는 샤프 한 곳에서만 물량을 조달 중이다.

 

▲Apple 로고 /Apple 제공

 


애플, AM OLED 공급과잉 노리나


애플이 2017년 어느 회사를 AM OLED 주요 공급사로 선정하게 될 지는 아직 안갯속에 있다. KIPOST가 AM OLED 장비⋅소재⋅부품 업계와 학계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애플은 3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설비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역대 처음으로 애플에 AM OLED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애플이 최소 50% 이상의 물량 배정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업체 중 AM OLED 양산 능력이나 기술력이 가장 성숙한 만큼, 처음부터 대규모 물량을 배정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AM OLED 라인 현황. 노란색 라인이 플렉서블 AM OLED 생산 라인이다. /KIPOST 


애플 AM OLED 공급을 위해 전담팀도 구성한 삼성디스플레이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애플에 대규모 AM OLED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A2 공장 내 리지드(휘지 않는 평면) 라인을 플렉서블 라인으로 추가 전환하거나, 올 초 보류된 A3 2단계 투자를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A2 라인에는 5.5세대 라인 7개가 구축돼 있으며, 이 중 2개만 플렉서블 라인이고 나머지는 리지드 AM OLED를 생산한다. 만약 삼성디스플레이가 2017년 애플에 플렉서블 AM OLED를 50% 이상 공급한다면, 나머지 라인의 플렉서블 전환이 불가피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와는 별도로 A3 2단계 라인 투자 시기를 내달 중 확정키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A2 라인 전환투자 규모와 A3 2단계 투자 시기를 보면 애플과의 AM OLED 공급 협상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메인 공급사 꿈꾸는 SDC, 투자 규모 숨기는 LGD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처럼 플렉서블 AM OLED 추가 투자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한층 미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AM OLED 투자와 관련해 경북 구미 ‘E5’ 라인 투자 계획만 내놓은 상태다. E5는 6세대(1500㎜×1850㎜) 플렉서블 AM OLED를 생산하는 라인으로 양산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주목할 것은 E5 라인의 양산 규모가 당초 애플이 장비 협력사에 공지한 것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는 E5 라인 양산 규모를 원판 투입 기준 월 7500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초 애플이 증착 및 봉지 장비 협력사들에게 밝힌 규모는 두배인 월 1만5000장 규모다. 

 

▲LG디스플레이 경북 구미 P6 공장. 중소형 플렉서블 AM OLED를 생산한는 E5 라인은 P6 공장 내에 설치된다. /구미시 제공



애플은 과거 저온폴리실리콘(LTPS) 투자때와 마찬가지로 E5 라인에 자본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일부 생산 장비는 직접 스펙과 반입 시기를 조율했는데, 당시 장비 업체들과 논의했던 것과 비교해 E5 라인 양산 규모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만약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이 일부러 양산 능력을 축소해 발표했다면, 이는 삼성디스플레이나 일본 JDI의 설비 투자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애플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던 LG디스플레이의 양산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클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나 JDI가 양산 투자를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JDI가 추가 투자에 나서면 곧바로 양산 능력을 확충할 수도 있다.


만약 3사가 경쟁적으로 AM OLED 생산능력을 늘린다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JDI로서는 애플의 구매 전략에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옥사이드 LCD 공급戰 ‘3각 경쟁’ 재판되나


애플의 이 같은 협력사 관리 방식은 앞서 재현된 바 있다. 


애플은 11월 정식 출시할 ‘아이패드 프로’ 생산을 위해 당초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샤프 3사에 공급을 타진했다. 


아이패드 프로는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가 적용된 12.9인치 LCD가 탑재됐다. 옥사이드 TFT는 기존 비정질실리콘(a-Si) LCD에 비해 저전력 설계가 가능하고, 두께도 기존 패널에 비해 30% 이상 줄일 수 있어 완제품 슬림화에도 유리하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는 물론, 노트북에도 옥사이드 LCD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샤프 3사와 공급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3사는 제각각 증설을 추진했다.


▲12.9인치 옥사이드 LCD가 적용된 아이패드프로. 당초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샤프 3사와 공급을 논의했으나 현재는 사실상 샤프에서 독점 공급받고 있다. /애플 제공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천안 5세대(1100×1300㎜) L6라인을 옥사이드 라인으로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월 4만장 생산 규모를 갖췄고 내년까지 월 10만장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도 경기도 파주 8세대 라인인 P8·P9 라인에 각각 옥사이드 라인 개조와 증설 중이다. 일본에서는 샤프가 최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샤프는 8세대(2200mm×2500mm) 라인에서 월 3만장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애플 요구에 맞춰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이처럼 3사가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섰지만, 결국 애플의 낙점을 받은 곳은 샤프 한 곳이다. 삼성의 경우 9월부터 소량의 샘플을 공급키로 했지만, 단기간에 공급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수율 문제 탓에 최종 공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용 패널을 양산하면서 이미 옥사이드 TFT 양산능력은 검증됐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TV용 OLED는 옥사이드 TFT에 ‘화이트 OLED+컬러필터’를 합쳐 완성한다.


업계 관계자는 “TV용 OLED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 프로용 옥사이드 LCD 수율에 문제가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애플의 협력사 관리 전략에 3사가 주도권을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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