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TV 시장이 포화되고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리던 한국 부품⋅소재 업계가 중국 완제품 산업이 성숙하면서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 삼성전자⋅LG전자 외에 화웨이와 ZTE, 다크호스인 샤오미 신모델에 국산 협력업체 제품이 채택되는 경우가 잦아 고객사 다변화 효과도 보고 있다. 


 

샤오미와 손잡는 반도체 업계

 

전력관리반도체(PMIC) 업체 실리콘마이터스는 10월말 출시될 예정인 스마트워치에 PMIC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I, 페어차일드, 맥심인터그레이티드 등 미국계 업체들이 가격 공세를 펴고 있지만 실리콘마이터스가 레퍼런스 협력사로 채택됐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중대형 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PMIC를 주력으로 했지만 디스플레이 시장 침체에 따라 고객사 다변화가 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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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오미 워치 / 샤오미 제공  

 

샤오미 스마트폰 홍미노트2는 삼성전자 1300만화소 CMOS이미지센서(CIS) 외에  동운아나텍의 자동초점(AF)칩을 썼다. 1000만 화소 이상 고화소 CIS는 삼성전자, 소니가 출시했지만 시장은 소니가 과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중국 내에서 수익률이 낮은 500만 화소 CIS 이하급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샤오미가 삼성 CIS를 택하면서 고화소 제품도 내부거래시장(캡티브마켓) 밖에서 팔릴 여지가 커졌다.

 

삼성 CIS와 더불어 샤오미는 동운아나텍의 카메라 자동초점(AF) 구동칩과 삼성전기 등의 손떨림방지(OIS) 기능 등을 썼다. 카메라 모듈 핵심 부품을 모두 일본 업체가 아닌 한국산을 사용했다.  

 

샤오미가 생체인식 기술까지 눈독을 들이면서 이미 화웨이에 지문인식모듈을 공급 중인 크루셜텍도 유력한 협력업체로 검토되고 있다. 

 

 

 

한국 기술 낚는 중국

 

삼성디스플레이 씬글라스(TG)와 모듈 협력사인 켐트로닉스는 지난 상반기 2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냈다. 하반기 화웨이 등에 삼성디스플레이 공급 물량이 늘면서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위해 미리 확보해두던 물량을 줄여 중국 공급량을 늘리기로 한 덕택이다.

 

중국 완제품 업체들이 한국 부품업계를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우선 전반적인 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미디어텍의 레퍼런스보드를 조립해 샨자이 시장(짝퉁, 그레이 마켓)에 팔았던 과거와 달리 2013년부터 선전 화창베이 시장에서 짝퉁을 찾기 힘들어졌다. 중국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졌다. 

 

중국 내 경쟁 심화도 한몫한다. 내수 시장에만 ‘제2의 샤오미’를 꿈꾸는 업체가 30개 이상 난립하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과 기능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수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다. 

 

글로벌 모델을 내놓기 위해서는 중국 부품보다는 특허 이슈에서 자유로운 한국 부품을 사용하는 게 편리하다.

 

가격 조정 여지가 많은 한국 업체들이 일본 업체에 비해 협력하기 편하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일본 부품을 적극 활용했듯 중국도 한국 부품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기술이 역전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걱정했다. 중국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 대표는 “기술 유출 걱정 때문에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현지화 전략을 펴 시장을 확보하는 게 후속 연구개발(R&D)과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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