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17년, 혹은 그 이후 출시될 모바일 기기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적용한다면, 남은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각각 어느 정도 물량을 공급하게 되느냐는 점이다. 


아직 애플이 어떤 업체로부터 얼마 만큼의 AM OLED를 구매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국내 업체 2곳이 주요 협력사로 지정되고, 일본 JDI가 제3의 협력사 역할을 맡는 방안은 윤곽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향후 AM OLED 공급량 산출을 위해서는 우선 애플의 구매주문(PO) 관례부터 따져봐야 한다.

 

▲'SID 2013’에서 삼성디스플레이 ‘풀HDAMOLED(아몰레드) 화질 체험존’ / 삼성전자 블로그

 

 

아이폰, 6개월 전 9000만개 분량 선()주문


애플은 오는 9일(현지시각) 공개될 ‘아이폰6S’ 출시를 위해 이미 6개월 전 소재⋅부품을 선주문했다. 주문 물량은 총 9000만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 달에 약 1500만개 분량의 소재⋅부품을 수급해야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애플이 AM OLED 적용 기기로 니치마켓 용 제품이 아닌 아이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역시 한 달에 1500만개의 AM OLED가 필요하다.


일본 JDI가 애플에 공급할 AM OLED는 전체 수급량의 15%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합쳐서 월 1200만개 분량의 AM OLED를 공급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단독으로는 최소 월 600만개 이상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AM OLED 설비 투자 현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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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플렉서블 AM OLED 양산 라인이다. / KIPOST



지난 4월 가동한 A3 라인은 100% 플렉서블 AM OLED 라인이지만, A2 라인은 7개 중 2개 라인만 플렉서블 장비가 갖춰져 있다. 플렉서블 라인은 유리 대신 투명하고 유연성이 강한 폴리이미드(PI)를 기판으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PI를 경화시키기 위한 큐어링 장비와 PI를 유리판에서 떼어내는 레이저탈착(LLO) 장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리지드(휘어지지 않고 평면의) AM OLED와 플렉서블 라인 구성이 다소 차이가 나는 이유다.


아래는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는 플렉서블 AM OLED 물량을 수율별로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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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 수율별 생산 시나리오. 면취 효율과 양산 안정화 정도를 감안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KIPOST



이를 아이폰6 면적으로 환산하면, 수율이 70%일때 월 480만개의 AM OLED를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최대 기판 투입 면적을 아이폰6 면적으로 단순하게 나눈 것으로 실제 면취 효율과 양산 안정화 정도를 감안하면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여기에 5.5세대(4분할) 라인인 A2 3⋅7 라인 생산량을 더해야 한다. 설비상 월 6만4000장까지 원판을 투입할 수 있는 5.5세대 7라인의 경우, 수율이 70%일때 360만개의 아이폰용 AM OLED를 생산할 수 있다. 


3라인은 월 최대 기판 투입량이 7라인의 절반이므로, 수율이 70%일때 월 180만개의 아이폰용 AM OLED를 생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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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A2 7라인 수율별 생산 시나리오. 면취 효율과 양산 안정화 정도를 감안하지 않은 시나리오다.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 KIPOST



이상 A2 3⋅7 라인과 A3 라인의 아이폰 6용으로 생산 가능한 AM OLED 생산량은 최대 월 1020만개다. 


면취 효율과 양산 안정화 정도를 감안하면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더 적을 전망인데, 여기에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플렉서블 AM OLED 소요량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6 엣지, 갤럭시 기어S2 등 플렉서블 AM OLED를 적용한 기기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이르면 내년쯤 삼성전자는 폴더블(접히는) AM OLED를 적용한 패블릿(폰+태블릿PC)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지금처럼 AM OLED를 공급하면서 애플을 신규 고객사로 영입하기 위해서는 당장 설비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A3 2단계 투자냐, A2 전환 투자냐


삼성디스플레이가 플렉서블 AM OLED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2가지다. 


당초 올해 초 예정했다가 보류 중인 A3 2단계 라인 투자를 재개하거나, 기존 A2 라인 중 리지드 라인을 플렉서블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AM OLED 장비 업체들에 오는 10월 A3 2단계 투자 발주가 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투자 규모는 1단계와 같은 6세대(2분할) 원판 투입 규모 월 1만5000장 수준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탓에 설비 투자가 한 차례 더 연기될 수는 있으나, 갈수록 플렉서블 AM OLED 적용 애플리케이션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한정 투자를 늦출 수 없을 것으로 장비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리지드 라인인 A2 1⋅2⋅4⋅5⋅6 라인에 대한 플렉서블 전환도 계속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AM OLED 공급을 타진하면서 A3 2단계 투자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2017년 하반기 공급 스케쥴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장비 발주가 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얼어 붙은 삼성의 투자 심리를 감안하면 우선 A2 리지드 라인에 대한 전환 투자를 먼저 한 뒤, 상황을 봐가며 A3 라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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