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오는 2017년 애플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애플 개발⋅구매 인력 40여명이 방한한 당시 LG디스플레이는 물론 삼성디스플레이와도 플렉서블 AM OLED 수급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를 주요 AM OLED 공급사로 지정하는 한편, 일본 JDI를 제 3 공급 업체로 활용키로 했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플렉서블 AM OLED를 공급받는 방안이 확정되면, 현재 보류된 천안 탕정 A3 2단계 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7개 라인 중 5개가 ‘리지드(휘어지지 않는 평면)’ AM OLED 라인인 A2의 플렉서블 전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DC, 애플에 플렉서블 AM OLED 공급 가시화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기로 한 AM OLED는 단순히 휘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erble)’ 제품이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일본 JDI로부터 2017년 폴더블 AM OLED를 공급 받아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 생산에 사용할 계획이다.


애플은 이미 3~4년 전부터 AM OLED를 자사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출신 AM OLED 수석급 연구 인력을 꾸준히 채용해왔다. 업계서는 “애플이 대만 폭스콘에 돈만 투자하면 AM OLED를 만들게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AM OLED 서플라이체인(SCM)에 대한 연구는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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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아이폰6. 애플은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로부터 AM OLED를 공급받을 전망이다. / 애플 홈페이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애플과의 공급계약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AM OLED 공급 최종 성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이 같은 행보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철저히 배제하고, LG디스플레이를 집중 육성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AM OLED 자체에 거리를 둬 왔다. 삼성전자가 아이폰과의 차별화를 위해 AM OLED를 마케팅 포인틀로 활용해왔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AM OLED를 배척한 것이다. 


아이워치가 출시되기 전까지 애플 모바일 기기의 디스플레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을 박막트랜지스터(TFT)로 적용한 ‘레티나 LCD’ 일색이었다.



삼성보다 중국 견제 포석...남은 무기는 디스플레이 뿐

▲ 중국 샤오미가 생산한 스마트폰 ‘미3’. / 샤오미 홈페이지



이번에 애플이 전향적으로 AM OLED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를 끌어 안기로 한 것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분야에서 이제 삼성보다 중국이 더 큰 경쟁상대로 부각됐음을 뜻한다. 


아직 애플의 수익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시장에서 화훼이⋅샤오미 등 자국 업체들의 선전은 애플로서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2.2% 점유율로 샤오미(15.9%), 화웨이(15.7%)에 밀려 3위에 그쳤다. 2분기 중국에서의 애플 판매량은 전 분기보다 2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의 중국 시장 매출 의존도는 25% 수준이다. 


비록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타깃 시장이 다르고, 2분기 판매량 감소는 1분기 판매량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지만 애플도 샤오미⋅화웨이와 차별화 할 마케팅 포인트를 마련해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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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AM OLED 설비 투자 현황.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양산 라인, 나머지는 R&D 라인이다. / KIPOST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모듈, 메모리, 메탈케이스 등 거의 모든 하드웨어 스펙은 상향 평준화됐다. 애플이 중국 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무기는 사실상 디스플레이 밖에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내 디스플레이 업체들 중에서는 BOE, 비저녹스, EDO, 차이나스타 등 6개 회사가 AM OLED 투자에 나섰지만, 아직 양산 라인은 3개 뿐일 정도로 생산 규모 면에서 열세다. 아직 6세대 LTPS 양산 경험이 없는 중국 업체들로서는 AM OLED 분야 기술을 한국⋅일본만큼 끌어올리는 데는 최소 1년 반 이상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AM OLED를 채택한 것은 단순히 화질이나 색감의 문제가 아니라 LCD로는 구현할 수 없는 혁신적인 형태의 모바일 기기를 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조기에 뿌리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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