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메탈 소재 기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탈 케이스 가공 기술을 안정화한 만큼 표면처리 등 후공정 고도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반면 LG전자는 올해 첫 메탈 케이스 채택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여러 가공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다. 

 

애플보다 한 발 늦게 메탈 케이스를 채택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로운 소재 기술로 스마트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삼성전자 메탈 케이스 가공 / 삼성전자 블로그 

 

지난해 플래그십 모델에 처음 메탈 케이스를 채택한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잇따라 공법을 바꾸면서 효율적인 공정 개발에 힘써 왔다. 압출 알루미늄+컴퓨터정밀제어(CNC) 가공 방식이 안착된 만큼 앞으로는 아노다이징, 나노 다이아몬드 코팅 등 표면처리 기술 고도화에 연구개발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애플 메탈 케이스를 넘어설 기술로 나노 다이아몬드 코팅에 주목하고 있다. 메탈 표면에 나노 다이아몬드를 코팅하면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경량 금속이 흠집·변형 등에 취약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당초 이 기술은 러시아가 우주·항공용으로 고안했지만 비싼 가격 탓에 상업화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생산성을 높여 나노 다이아몬드 가공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후공정 부문에 아노다징뿐 아니라 멀티 도장 등 새로운 표면처리 기술을 적용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디자인 차별화를 시도한다. 

 

가공 방식은 압출 알루미늄+CNC, 즉 풀 CNC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삼성전자는 새로운 메탈 가공 기술로 애플 메탈 케이스 기술을 뛰어넘으려 했다. 압출 알루미늄을 CNC로 깎아 메탈 케이스를 만드는 애플과 달리 다이캐스팅(주조) 방식으로 만든 알루미늄을 CNC로 깎아 애플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 방식은 기존 풀 CNC 가공보다 생산 시간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후가공도 기존 25공정보다 대폭 줄어든 8공정으로 줄었다. 이론적으로 생산량은 250%, 원가는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갤럭시노트4뿐 아니라 갤럭시A시리즈에도 새로운 소재 기술이 적용됐다.


하지만 다이캐스팅+CNC 혼합 방식은 표면이 거칠어 금속 느낌이 덜하고, 조립 후 틈이 벌어지는 유격 문제도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올 초 삼성전자는 애플과 같은 풀 CNC 방식으로 바꿨다. 갤럭시S6 시리즈용 메탈 케이스는 풀 CNC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LG전자는 연내 메탈 케이스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알루미늄 공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선행개발 연구진은 프레스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가공방안을 검토 중이다. 알루미늄 원재료를 프레스로 1차 가공한 후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로 깎아내는 방식이다. 

 

정밀도만 확보한다면 기존 메탈 케이스 못지 않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메탈 케이스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삼성전자·애플과 다른 방식을 시도해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LG전자의 고민은 후방 공급망 관리(SCM)다. LG전자 케이스 공급 협력사는 플라스틱 사출업체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플라스틱 케이스 업체가 메탈 케이스를 생산하려면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LG전자 스마트폰 물량만 보고 수십, 수백억원대 설비투자를 단행할 협력사는 많지 않다. 새로운 메탈 케이스 공급 업체를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조차 메탈 케이스 공급업체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올 초 1조40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공장에 메탈 케이스 생산 라인을 자체 구축한 것도 후방 공급망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기존 서플라이 체인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애플처럼 풀 CNC 방식으로 메탈 케이스를 생산한다면 원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생산 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기 어려운 탓이다.


프레스 기술을 활용해 메탈 케이스를 생산한다면 기존 공급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기존 협력사 중 메탈 관련 기술을 보유한 곳이 새로운 케이스 공급 업체로 손꼽힌다. 관건은 기존 협력사가 얼마만큼 메탈 케이스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다.


   

 

 

▲ 메탈 케이스 가공법 / 키움증권 제공

 

원래 메탈 케이스는 애플을 상징하는 소재였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아이폰·아이패드 개발 초기부터 미래적인 느낌을 강조하고자 메탈 소재를 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계열 업체들이 메탈 케이스를 경쟁적으로 채택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메탈 케이스’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메탈 케이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스마트폰 브랜드 간 차별점이 점차 없어진 탓이다. 과거 스마트폰 경쟁은 반도체 스펙·디스플레이 크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지금은 디자인 외 차별화 요인을 찾기 쉽지 않다.  

메탈 케이스는 강도가 높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줘 사용자 만족도가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채택 비중은 7%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4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모바일기기용 메탈 케이스 수요는 지난해 2억2000만대에서 올해 5억대로 1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세계 메탈 케이스 시장은 캐처·폭스콘·페가트론·케이스텍 등 애플 협력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현재 아이폰·아이패드·맥북용 메탈 케이스를 생산 중이다.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대만 혼아이 자회사 폭스콘테크다. 컴퓨터정밀제어(CNC) 장비를 2만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월 생산능력은 1000만~1100만개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 메탈 케이스를 생산하기 위해 베트남 제2 공장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1만대 규모 CNC 생산라인을 꾸렸다.  

메탈 케이스 가공은 알루미늄 압출이나 다이캐스팅 방식이 주로 쓰인다. 


압출 공법은 알루미늄 잉곳을 고열로 녹인 후 바(bar) 형태로 길게 뽑아내는 방식이다. 바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후 CNC로 깎아 메탈 케이스를 만든다. 알루미늄을 용액 상태로 녹인 후 틀에 부은 후 식혀 만드는 다이캐스팅 공법은 비용이 저렴한 반면 압출 방식보다 강도가 낮고, 질감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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