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연구소, 테크페어 개최

‘철보다 튼튼하고 가벼운 항공기 외장재, 2차 수술이 필요 없는 접골용 나사못, 압연 과정을 크게 줄인 자동차 강판…..’


1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재료연구소 테크페어’에는 제조업 혁신을 위한 각종 재료⋅공정 기술이 전시됐다. 테크페어는 재료연구소가 2년에 한번 개최하는 소재⋅부품 기술 교류 행사다. 올해는 재료연구소가 보유한 7건의 ‘세계 1등’ 기술을 포함해 총 94건의 연구소 소재 기술을 소개했다.


▲한국형 전투기 형상. 탄소 복합재료가 KFX 사업을 통해 개발된 전투기에 적용될 전망이다. /방위사업청 제공


탄소복합재료연구실은 항공기 착륙장치(랜딩기어) 커버로 쓰일 수 있는 탄소 복합소재를 전시했다. 탄소 복합소재는 탄소섬유를 엮은 직물에 에폭시 수지를 함침(impregnation)시켜 경화한 재료다. 플라스틱처럼 가벼우면서도 기존 금속 소재 대비 1.5배 강도가 높다. 


재료연구소가 개발한 탄소 복합소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KFX)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진우 탄소복합재료연구실장은 “랜딩기어 커버는 굴곡진 부분이 많아 항공기 외장재 중에서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랜딩기어에 적용하는데 성공하면 항공기 내 다른 부분이나 자동차용 소재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량금속연구실은 기존 자동차용 압연 강판 제조 공정을 최소 30% 이상 생략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자동차용 압연 강판은 두꺼운 알루미늄판을 먼저 만들고, 이를 두 개의 롤러 사이를 여러 번 왕복시켜 얇게 가공한다. 연구실이 개발한 기술은 두꺼운 알루미늄판을 만들지 않고, 용탕(쇳물)을 바로 롤러 사이로 통과 시켜 한 번에 얇은 강판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용탕이 롤러를 만나면서 바로 경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롤러를 빠른 시간에 냉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롤러를 열전도가 빠른 소재로 제작하고, 냉각수를 투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생산한 압연 강판은 기존 방식 대비 공정이 30~50% 줄어들면서도 강판의 강도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윤수 경량금속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이전 방식 대비 저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압연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인 자동차용 강판 제조 기술. /재료연구소 제공


기능분말연구실은 양자점(QD)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QD를 연속적으로 대량 합성할 수 있는 반응기술을 소개했다. 이 기술은 ‘테일러 볼텍스 유체흐름(Taylor vortex flow)’ 원리를 이용해 QD를 대량 생산한다. 


이를 통해 10cc 크기의 실린더 안에서 1시간 당 10g의 QD를 합성할 수 있다. 60인치 크기의 QD LCD TV를 만드는 데 약 0.1g의 QD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반응기로 1시간에 60인치 QD LCD TV 100대분의 QD를 생산할 수 있다. 김영국 책임연구원은 “향후 반응기 실린더 크기를 500cc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는 양산에도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마그네슘연구실은 자동차용 경량화 소재와 안전한 생체재료로서의 마그네슘에 대해 소개했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에 비해 30% 정도 가볍다. 덕분에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를 높이기 위한 경량화 소재로 주목한다. 알루미늄에 비하면 강도는 70% 정도지만, 압력에 덜 민감한 부품부터 마그네슘으로 교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독일 포르셰, 이탈리아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연비와 함께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도 마그네슘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마그네슘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에서 의료용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마그네슘은 인체의 뼈와 재료 물성이 가장 유사하면서 시간이 흐르면 인체 내에서 자연 분해된다. 골절 부위를 접합하는데 쓰는 나사못을 마그네슘으로 만들면, 나사못을 꺼내기 위한 2차 수술이 필요 없다. 재료연구소는 접골 시간까지 부식되지 않고 강도도 높은 마그네슘을 개발하고 있다. 배준호 마그네슘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마그네슘은 우리나가가 기술 주도권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소재 분야”라며 “미래 소재로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재료연구소 테크페어는 12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며 기술전시와 함께 세미나 중심의 기술교류회도 준비됐다. 이정환 재료연구소장은 “소재기술은 원천기술의 성격이 강해 양산화까지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은 분야”라며 “이번 행사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보탬이 되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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