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솔루션 기반 현장 진단으로 생산성 혁신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209곳(간이휴게소 제외) 중 97%에 달하는 189곳은 한 회사에서 만든 호두과자 재료를 이용해 호두과자를 굽는다. 

 

대신제과는 완제품, 반제품, 원료(반죽 및 팥소)를 생산하는데 휴게소에 납품하는 원료인 팥소(팥앙금)만 월 250톤, 하루 12.5톤을 출하하고 있다. 지난 1971년 설립돼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했고, 거의 독점공급을 하는 덕에 사업은 순항 중이다.

 

그런데 이 회사도 고민거리는 있다. 팥앙금 배합 공정만 떼어 보자면, 평균 원료 재고를 7일치나 쌓아두고 있다. 배합 후 10kg들이 포장된 팥앙금들이 창고에 제때 적재되지 않아 비좁은 공장에서 작업자들 길을 막았다.  

 

40년 넘는 세월동안 호두과자 업계 1위를 지킨 회사라면 제조 노하우도 상당할만한데,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대신제과가 생산한 완제품 호두과자.

 

 

잘못된 수요 예측, 생산과 재고 모두 꼬인다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MOT) 스마트팩토리 기술경영학과 김수영 교수가 개발한 스마트공장운영관리(FOM) 시스템을 통해 사례 연구에 나섰다. 호서대 디지털팩토리센터 전문위원과 박우주 대신제과 본부장이 약 2주간 걸쳐 팥앙금 수요량 예측, 생산 공정상 문제 등을 차례차례 짚어보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상 괴리를 분석해봤다. 호서대 MOT는 한 학기에 걸쳐 수업과 현장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골목기업 제조 현장을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 나온다" 참조)



대신제과의 호두과자 생산 설비. /대신제과

 

실제로 회사의 기존 수요 예측과 생산 상황은 달랐다.  

 

월 수요량 25만톤은 설, 추석 명절이나 휴가철 등 특수 상황에서의 수요다.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 협회에 따르면 이용객이 평소대비 많게는 5배 늘어나는 휴게소도 있다. 평일과 주말도 2배 차이가 난다. 

 

호두과자의 핵심 재료인 팥소(앙금)는 월 3회씩 입고되는데, 회당 80톤(t)씩 월 약 240톤 분량의 호두과자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정기적으로 3회 입고를 받다보니 평상시에는 재고가 확 늘고, 명절이나 휴가철에는 줄어들었다. 적제 공간과 운영비가 낭비 됐다.  

 

수요 예측이 정교하지 못해 과잉 생산도 이뤄졌다. 명절이 길면 좀 더 생산하고, 연휴가 길어도 좀 더 생산하는 식이다. 수급조절이 쉽지 않았고, 제품 재고와 원료 재고가 동시에 쌓이기도 했다. 박우주 본부장은 “탄력적으로 원료 발주를 내고 생산 계획을 짜야 하는데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석에 기반해 생산 공정의 사이클타임(Cycle time) 차이를 고려한 인력 재배치, 팥소 배합기(교반기) 공정을 수작업에서 저비용자동화(LCA, Low Cost Automation)로 바꾸는 것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제품당 생산시간을 늘리는 주범이었던 포장 공정도 장비를 로터리 형태로 바꿔 생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신제과의 앙금 배합(교반)기. LCA를 활용하면 간단하게 원료를 정량 투입할 수 있게 된다. /대신제과

 

8대 낭비항목도 찾았다. 과잉생산과 과잉처리 문제, 포장 후 대기 시간이 길고 운반 동선이 길다는 점, 작업자들이 불필요하게 움직여야 하게 만드는 요소들, 불량품 관리, 노후 장비로 인한 불필요한 유휴 시간 등도 지적됐다. 

 

 

IT기술 일부만 도입해도…확 바뀔 수 있다

 

제조기업 CEO들이 하나같이 고민하는 건 기술력과 상품성을 갖추는 한편 공장의 생산성을 증대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쉽사리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지 못했다. 그동안 스마트팩토리는 비싼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공장을 자동화하는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40년동안 다양한 생산성 증대 노력을 해온 대신제과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 기반해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니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이 회사는 지금 IT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전화로 주문을 받고, 원료를 주문해왔던 것을 전산화 해 입출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량품 데이터도 전산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각 고객사에 임대한 호두과자 기계 사후서비스(AS)와 민원접수도 전산화 하기로 했다. 데이터만 잘 관리해도 새벽에 호두과자 배송을 가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예측이다. 

 

주문 데이터 관리를 통해 배송 코스도 단순화 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비정형적으로 배달을 했다면, 이제는 미리 수요량을 파악해 고속도로 상행선과 하행선을 각각 나눠 직선 배송을 하는 형태다.

 

김수영 교수는 “중견, 장수 기업들은 오랜 기간 수익을 내왔던 만큼 임직원의 사고방식(마인드셋)을 변화시키는 게 가장 큰 과제”라며 “구체적으로 중소, 중견기업의 현장에 맞는 해법을 찾으면 단기간에 생산 혁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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