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 소재 및 배리어 필름·투명전극으로 낙점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e)이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적용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3나노 이후 배선 소재로,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배리어 필름과 투명전극으로 그래핀을 점찍으며 연구개발(R&D)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래핀, 꿈에서 현실로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된 2차원(2D) 평면 구조의 소재다./그래핀스퀘어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된 2차원(2D) 평면 구조의 소재다. 구리보다 전기가 100배 이상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전자이동도가 100배 빠르다. 강도는 강철의 200배 이상, 열전도 성능은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이다.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특성이 좋지만, 양산하기 어려워 ‘꿈의 소재’로 불린다. 

지금까지 그래핀 연구는 완성품에 적용했을 때의 성능 변화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각 업계가 그래핀을 어떤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지 특정하자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부품화 및 양산 기술 R&D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차세대 배선 소재로 그래핀 검토

반도체 업계는 그래핀을 3나노 이후 차세대 배선(interconnect) 소재로 검토하고 있다.

초기 그래핀은 실리콘 대체재로 검토됐지만, 밴드갭(bandgap) 구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밴드갭은 전류의 흐름을 제어, 반도체가 ‘0’ 또는 ‘1’의 디지털 신호를 내게 해주는 성질로 그래핀은 밴드갭 값이 0이다.

연구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2020년 3나노 양산을 개발 중인 삼성전자에서는 박성준 종합기술원 상무가 그래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IBM에서 그래핀을 적용한 반도체 제작 기술 등의 특허(IP)를 다수 양도받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그래핀을 반도체 인터커넥트(interconnect) 및 컨택트(contact)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최근 열린 나노코리아 2018에서 삼성전자의 부스에는 이에 대한 연구 성과가 전시돼있었다./KIPOST

반도체에서 배선은 트랜지스터, 커패시터 등 각 회로 블록(block)을 서로 연결해 전기 신호를 주고받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배선 선폭이 좁아질수록 저항(R) 값과 배선 간 정전용량(C)이 커지는 ‘RC 지연(RC delay)’이 급격히 커진다.

배선 소재는 핵심 도체인 구리(Cu)를 흡착시키고, 유전체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배리어 층(barrier layer)이나 라이너 층(liner layer), 씨드 층(seed layer)의 두께를 줄이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삼성전자는 저온 유도결합형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ICP-CVD) 방식으로 그래핀 층을 형성, 이 세 가지 층을 대체해 도체 소재를 더 많이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학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려면 기판이나 회로가 망가지지 않도록 저온에서 그래핀 층을 형성해야한다”며 “아직 양산할 정도의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최근 학계에 이에 관한 R&D 과제를 내놓고 있어 수년 내 기술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래핀을 리튬이차전지에 적용하는 것도 검토했었다. 지난해 그래핀을 팝콘처럼 뭉쳐 리튬이온전지의 음극으로 사용, 충전 시간을 대폭 줄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단가 탓에 탄소나노튜브(CNT)가 먼저 채택됐지만 CNT보다 그래핀을 적용했을 때의 성능이 더 좋다. GS칼텍스와 포스코도 그래핀 음극재를 개발 중이다.

 

투명전극보다 배리어 필름이 먼저

디스플레이에서 그래핀은 투명전극보다 배리어 필름(barrier flim)으로 먼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투명전극은 LG디스플레이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및 주성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개발 중이다.

배리어 필름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속 물이나 산소에 취약한 유기물을 보호한다. 그래핀 단층은 헬륨(He) 기체도 직접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그물망이 촘촘하게 짜여있는데, 대면적 제조가 어렵다.

상보는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은 박리 기법으로 만든 그래핀을 습식 분산 코팅 방식으로 고분자 매트릭스에 결합하는 방식을 채택, ‘그래핀 유·무기 복합 필름’을 개발했다. 

 

▲상보가 개발한 그래핀 배리어 필름./상보

포장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퀀텀닷(QD)용으로는 개발 완료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에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LED)용 그래핀 배리어 필름을 개발 중이다. 상보가 개발한 그래핀 배리어 필름의 투습도는 평균 0.07WVTR(g/㎡/day)이다.

김진호 상보 CMS 사업본부장은 “그래핀 유무기 복합 필름은 현재 식품 포장재용으로 소량 납품 중”이라며 “QD용 필름으로는 아이컴포넌트나 토판, 도레이 등 타사 제품보다 얇고 성능이 우수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양산만 남았다… 관련 특허 출원 활발

아직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 양산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전무하다. 단가도 1g 당 10만원에 달한다.

그래핀은 에피텍셜 성장, 화학·기계적 박리, CVD 세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이 중 고품질 그래핀 양산에 유리한 방법은 CVD다.

CVD 기법은 메탄과 같은 탄소원을 금속 촉매를 바른 기판 위에 직접 성장시키는데,  금속 촉매 자체가 방향성을 가진 다결정이라 그래핀이 결정 주변에 뭉치면서 형성돼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형태로 층이 형성된다. 

학계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정 후 첨가물을 넣어 갈라진 부분을 메우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업계는 그래핀 관련 특허를 속속 출원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그래핀 분리 방법이 처음으로 제시된 후 지난해 1분기까지 국내 업체가 출원한 그래핀 특허는 6024건이다. 포스코와 한화는 미국 그래핀 제조사 XG사이언스에 지분 투자했다.

양우석 전자부품연구원(KETI) 박사는 “대기업들은 수년 내 그래핀을 대량 양산할 것으로 보고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며 “학계에서도 그래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업계의 로드맵에 맞춰 양산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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