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kipost.net)]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가전 등 첨단 기술 업계가 한 해를 전망하고 전략을 소개하는 장이다. 10여년간 CES를 휩쓸던 특정 주제가 있었다. 디스플레이 경쟁이 한창이던 때에는 PDP와 LCD, 3D TV, 스마트TV 등이 수요를 이끌었다. 


올해 CES의 화두를 하나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제품이나 하드웨어가 딱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많은 업체들이 기존의 ‘기술 공급’ 중심 사고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은 서비스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에는 혁신 기술을 먼저 보여주고 소비 시장이 따라오는 것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수요를 읽어내 바로 서비스에 적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를 돕는 기술을  인공지능(AI), 5G 통신망, 반도체로 축약할 수 있다. 



상향 평준화된 가전 제품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하드웨어 공급자가 수요를 창출하던 시장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은 상향 평준화 됐다. 


삼성·LG, 소니 전시장의 디스플레이 가전은 QLED TV와 OLED TV로 채워졌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4’와 ‘플레이스테이션VR’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로봇 청소기나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진열 공간이 넓다는 것, LG전자는 서비스 로봇을 별도로 전시했다는 게 차이다.


중국 업체인 하이얼, 창홍 등도 화려함이나 제품 종류에서 차이가 있을 뿐 4K, 8K OLED TV가 주 출입구와 중심에 배치됐다. 스카이웍스는 삼성이나 LG와 유사한 스마트홈을 꾸렸다. 집안 내의 가전제품을 서로 연동하고, 좀 더 편리한 생활을 돕는다는 개념은 이미 후발 가전사도 따라잡았다. 

 

 

photo

▲중국 스카이웍스가 선보인 8K TV. 이 업체의 올해 주력 제품은 4K OLED TV다. /KIPOST

 


 

로봇 시장은 오히려 중국이 주도한다. 로보틱스관을 비롯, CES에 전시된 로봇의 절반 이상은 중국 업체가 개발한 제품들이다. LG전자가 출시한 ‘허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유비테크의 ‘링스’는 이미 3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제품이다. 하드웨어 완제품 분야에서 한국, 일본 등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여실하게 보였다.  



아마존 ‘알렉사(Alexa)’가 승자? 기업의 수요 예측 도구로 활용


올해 CES의 모든 전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알렉사(Alexa)’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존이 출시한 음성비서 서비스로, 마이크로 수집한 음성에 반응하고 또 그 음성들을 모아 진화하는 플랫폼이다. 애플 ‘시리’가 애플 제품에 특화된 폐쇄적인 플랫폼이라면 알렉사는 가전 제품, 로봇 등에 전방위적으로 침투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등 한국 업체는 물론, 중국 업체들이 대거 출품한 로봇들도 알렉사를 채택했다. 폭스바겐 같은 자동차 업체도 빠지지 않았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과 차를 타고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속속들이 챙긴다. 


알렉사의 역할은 소비자에게는 똑똑한 비서지만 공급자에게는 수요자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다. 그동안 기술 기업은 신 기술을 소개해 없던 수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 애플 ‘아이폰’이나 ‘LCD TV’ 등이 그 예다. 이제 기업들이 생각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은 한계에 다다랐다. 알렉사가 CES를 휩쓴 이유도 그만큼 수요 창출이 힘들고 예측도 힘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photo
▲중국 업체 유비테크가 선보인 3세대 비서 로봇. 알렉사를 탑재했다. /KIPOST

 


 

그렇다면 기업들이 이런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이용해 할 일은 무엇인가.



서비스 기업으로 업종 전환하는 업체들 


도요타도 자사 인공지능(AI) 플랫폼 ‘유이(Yui)’를 탑재한 자동차 ‘콘셉트-i’를 선보였는데, 인간의 행동을 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주는 역할을 한다. 도요타는 전시장에 콘셉트-i의 향후 개발 방향에 대해 ‘공부하고(Learn)’, ‘영감을 주는(Inspire)’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차의 기능보다는 어떤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가에 맞췄다.

 

 

photo
▲도요타가 제안한 미래 차 '컨셉트(Concept)-i' /KIPOST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가 이전에는 차를 물리적으로 잘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R&D)을 했다면, 이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차를 잘 팔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CES 기조연설자로 초대된 크루즈 업체 카니발 역시 이제는 선박 회사가 아닌 여행 서비스 회사로 업종을 전환했다. 이 회사는 선박에 약 7000여개의 센서를 부착하고 ‘오션 메달리온(Ocean Medalion)’이라는 팬던트를 이용해 크루즈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 문을 열고, 무언가를 사먹거나 체험 활동을 하는 것은 메달이 센싱해 자동 결제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아놀드 도널드 카니발 CEO는 “IT 기술을 이용해 우리 회사의 크루즈선과 다이닝, 체험, 쇼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두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센서 개발은 직접하지만 생산은 아시아 지역 외주생산(OEM)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제조 기술 대신 센서의 핵심 기술과 서비스만 갖고 가겠다는 뜻이다. 

 

 

 

photo
▲아놀드 도널드 카니발 CEO(왼쪽)가 CES2017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게리 샤피로 CES 회장. /KIPOST

 

  

 

제조업이 할 일은 아직 많다


이제 제조업의 시대는 끝났다고 봐야 하는가. 여전히 제조업이 할 일은 많다. 


서비스 시장의 기반은 여전히 제조에 있다. AI 기술은 강력한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가 있어야 구현할 수 있다. 인공지능 자동차 시대는 엔비디아와 인텔이 열었다.


인텔과 퀄컴은 이번 CES에서 5G 모뎀을 발표했다.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핵심적인 기반 기술이다. 

  

중국, 일본 가전 업체가 선보인 OLED TV에 패널을 공급하는 업체는 국내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한상범 부회장의 설명 대로라면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패널 생산량이 2배(약 250만대)로 성장한다.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의류 및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IT 기술을 선보이는 만큼 시장도 더 넓어질 수 있다. 5년 전만해도 CES에 등장한 자동차 업체는 아우디 정도였다. 지금은 자동차는 아예 한 개 홀(hall)을 차지할 정도로 CES에서의 비중이 커졌다. 헬스케어 역시 마찬가지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와 별도로 마련된 ‘샌즈 엑스포(Sands Expo)’ 한 개 층의 절반을 헬스케어와 피트니스, 웨어러블 업체들이 채웠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