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이어폰 단자를 없앴다. 이 소식은 향후 산업적∙기술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시사한다. 

 

앞으로 거추장스러운 선이 사라지고, 모든 기기가 무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넘어 커넥티드카∙드론∙사물통신(IoT) 등 이른바 초연결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무선 통신이 늘어나면 이를 제어할 반도체 및 회로 부품 수요도 늘어난다. 기기 크기는 작아지는데 기능은 복잡해지면서, 전자회로 내 노이즈도 크게 증가한다. 결국 노이즈 제거 역할을 할 수동소자 또한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다. 


3대 수동소자 부품으로 커패시터(콘덴서)∙인덕터∙저항이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삼화콘덴서 등 커패시터 업체들이 부각됐다. 앞으로는 인덕터∙저항 관련 업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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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코전자가 개발한 초소형 인덕터./ 아비코전자 제공 


 

 

크기는 작아지고 용량은 커지고...업체간 수동소자 기술 격차

 

 

인덕터는 전류 변화량에 비례해 전압을 유도하는 기본 회로 부품이다. 전류의 급격한 변화를 막고 노이즈를 걸러내는 필터로 쓰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전자회로를 구성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인 셈이다. 

 

모든 기기가 IoT화 될수록 수동소자 수요가 늘어난다. 사실 IoT는 너무 광범위한 산업이다. 커넥티드카, 가상현실(VR), 드론도 IoT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세분화하면 IoT는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전장 부품∙드론 등에 쓰이는 부품과 일반 가정에서 연결돼 쓰이는 것으로 분류된다. 

 

차량 전장용이나 드론 등에 쓰이는 수동소자는 부가가치가 높지만, 일반 IoT용 부품은 품질∙신뢰성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 국내 수동소자 업체들에 기회가 있는 곳은 고부가 시장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분야를 선점한 일본 업체와 한 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기기 경박단소화, 회로 고도화로 반도체 수요가 늘 듯 이를 보완할 수동소자의 역할도 점점 커진다.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드론 등 차세대 기기는 통제 범위를 벗어나거나 노이즈로 오작동을 일으키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VR 등 새로 등장한 기기도 고용량 콘텐츠를 전송하려면 향후 5G 수준의 고속 통신이 요구된다. 전자회로에서 노이즈가 상당량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향후 차세대 기기에 쓰이는 수동소자는 작고, 큰 용량이 필요하다. 고속 통신으로 주파수 대역폭이 넓어지고 복잡한 통신은 기기 회로에 노이즈 및 급격한 전류∙전압 변화를 촉발시키기 때문이다. 

 

수동소자 시장 내 기술 장벽이 더욱 뚜렷해진다는 이야기다. 통상 수동소자는 커머디티(범용) 부품으로 손꼽히지만, 고부가 제품은 스페셜티(특화)화 될 가능성이 있다. 

 

초소형 대용량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중국 등 로컬 업체와 저가 경쟁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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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코전자 주요 제품 및 사용처./ 아비코전자 제공 

 

 

 

커패시터 다음은 인덕터저항, 아비코전자 ‘다크 호스’ 부상

 

 

수동소자 중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커패시터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대용량 커패시터 수요가 급증했다. 삼화콘덴서∙뉴인텍 등 커패시터 업체들은 전통 업종에서 성장 산업군으로 재분류 되고 있다. 

 

앞으로는 인덕터∙저항 같은 수동소자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연 아비코전자가 독보적이다. 이 업체는 최근 초소형 고용량 인덕터, 저항을 출시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이 회사는 TDK∙도꼬 등 일본산 수동소자를 국산화하는 2등 업체로 인식됐다. 매년 꾸준한 성장률과 두 자릿수에 이르는 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받은 이유다. 성장성이 정체되고 있는 스마트폰 매출 의존도가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분기 기준 아비코전자 매출에서 스마트폰용 시그널 인덕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42%다. 

 

그러나 아비코전자는 올 들어 초소형 고용량 인덕터∙저항을 출시해 거래처 다변화에 성공했다. 브렉시트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대외적인 영업 환경도 우호적이다. 

 

아비코전자는 지난 2014년 초소형 파워인덕터(LPP) 양산에 성공해 삼성전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50억원 수준 매출에서 올해는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DDR4용 D램에 쓰이는 초소형 칩 저항기도 호조다. 아비코전자는 DDR4 D램용 칩 저항기를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올 상반기 칩 저항기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친 것은 SK하이닉스 탓이다. 21나노 DDR4 D램의 고객사 승인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 승인을 완료함에 따라 아비코전자 칩 저항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차량용 파워 인덕터도 성장세다. 이 제품은 지난해 아비코전자 매출의 10%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는 15%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고객사인 LG전자 VC사업부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출하량이 늘면서 파워 인덕터 납품량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아비코전자 부품은 LG전자를 거쳐 현대∙기아차에 최종 공급된다. 

 

LPP∙DDR4 D램용 칩 저항기∙차량용 파워인덕터는 다른 제품에 비해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향후 물량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수익성은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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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코전자 주요 제품./ 아비코전자 제공 

 

 

 

아비코전자 체질 개선의 배경에는 기술 혁신이

 

 

최근 아비코전자 실적 개선의 원인으로는 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손꼽힌다. 하지만 아비코전자가 다른 업체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도 분명하다.

 

우선 권선형 수동소자로 초소형 고용량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인덕터는 크게 적층형과 권선형이 쓰인다. 적층형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이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가 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반면 아비코전자가 생산하는 권선형은 투자 부담이 적지만, 부품 가격이 비싼 편이다. 일정 규모 이상 커지지 못했던 이유다.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진다. 차량 전장 부품 및 드론 등 차세대 기기는 기능이 많고 회로도 복잡하다. 크기도 초소형 타입이 요구된다. 기존 적층형 수동소자는 커버할 수 있는 변동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권선형 수동소자는 변동폭이 커 차세대 기기에 강점을 가진다. 문제는 적층형 못지않은 소형화 기술이다. 아비코전자는 일본 도꼬∙TDK 못지않은 소형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인덕터 시장은 초소형 권선형 중심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아비코전자 수익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다. 

 

수동소자 업체에 소형화 못지 않게 중요한 기술은 재료 배합이다. 아비코전자는 그동안 페라이트 소재로 주로 인덕터∙저항을 만들었다. 그러나 LPP에 국내 업체로는 처음 순수 철(Fe) 소재 기반으로 인덕터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일본 도꼬 정도만 철 소재 기반 LPP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소재 기술로 제품 다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자 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재료로 부품을 만드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다. 공정 중 가스 하나만 바꿔도 수율이 달라지고, 부품 성능에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재 기술을 확보한 점은 아비코전자 밸류 스트레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PP는 구조 자체도 소형화 대용량화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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