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방안을 재검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 OLED 방식과 차별화는 기본이고, 올해 시장이 개화하는 8K UHD 규격도 만족해야 한다. 65인치대로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조준하려면 8세대(2200mm X 2500mm) 규격으로는 부족하다.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CD 라인을 개조하는 대신 아예 처음부터 10.5세대(2940mm X 3370mm)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8 전미소비자가전쇼(CES)’에 전시된 8K UHD TV. /삼성전자 제공



The larger, the better(클수록 좋다)



TV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거의 갈리지 않는 기준이 크기와 해상도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큰 TV를 구매하고 있으며, 매년 시장에서 팔리는 TV의 평균 인치수는 1인치씩 성장한다.


지난해 판매된 LCD TV의 평균 크기는 40인치대 초반, 프리미엄 제품군에 속하는 OLED TV의 평균 크기는 60인치에 육박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내년에 판매되는 TV의 10%가 60인치 이상 제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TV 시장의 대형화 추세는 판매량 성장치 대비 면적 성장치를 비교하면 더욱 확연하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평판 TV는 총 2억6500만대가 판매돼 2016년 2억6430만대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판매된 TV의 총 면적은 2016년 1억3210만㎡ 대비 6% 성장한 1억3950㎡를 기록했다. 판매 대수는 그대로인데 총 면적이 증가했다는 것은 TV 1대의 평균 크기가 그 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60인치 이상 TV용 패널의 시장점유율.(단위 %) /IHS마킷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QD OLED TV용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2020년 이후다. 2~3년 뒤엔 65인치 TV가 거실의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더 큰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50인치대 제품은 거의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10.5세대 직행할까



▲QD OLED 개념도.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QD OLED TV용 패널 공장을 10.5세대 규격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재의 8세대 규격은 65인치 제품 생산 효율이 너무 낮다. 8세대 기판 1장에서는 65인치 패널을 3장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남는 부분(기판의 30%)은 버리거나 55인치 패널을 2장 더 찍어낼 수 있지만, 앞서 설명대로 QD OLED에 55인치 TV 시장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10.5세대 규격에서는 65인치 패널은 8장, 75인치 규격은 6장씩 만들 수 있다. 기판 면취율도 90% 이상으로 매우 효율적이다. 버리는 부분이 기판의 10%도 안 된다는 뜻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 OLED 투자를 10.5세대 규격으로 직행해야만 65인치는 물론 75인치 초프리미엄 시장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65인치 OLED TV용 패널을 만드는데 8세대 공정에서는 1장당 1001달러, 10.5세대 규격에서는 669달러가 들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D OLED의 공정 세대별 생산 원가 차이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OLED TV용 패널 제조원가. /IHS마킷 제공



업계 관계자는 “양산 안정성을 위해 8세대 라인 중 하나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수도 있으나 조기에 10.5세대 혹은 10.5세대 하프(절반) 기판 규격 투자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옥사이드+ 전면발광 기술 확보해야



문제는 투자 금액과 기술 확보다. 기존 8세대 LCD 라인을 OLED 라인으로 전환하며 투자금을 최소화하는 전략은 포기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8세대 LCD 공장에 인라인 증착 라인만 추가 구축하는 방법으로 TV용 OLED 라인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BOE가 10.5세대 LCD 라인(월 9만장 규모)에 투자하면서 밝힌 비용은 약 7조원. 절반 규모만 투자해도 투자 금액이 3조원을 넘는데다, LCD에는 없는 증착(EV) 라인까지 갖추려면 투자 금액이 최소 4조원은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컬러필터를 잉크젯 프린팅 기술로 대체할 예정인데, 이는 신공정이라 투자 비용이 산정조차 안 된다.


10.5세대 옥사이드 기판 및 전면발광(Top Emission) 생산 기술 확보는 또 다른 문제로, 이는 LG디스플레이⋅BOE의 공통적인 숙제다. 올해 개화하는 8K TV를 OLED 패널로 생산하려면, 전자이동속도가 빠른 옥사이드 기판과 전면발광 기술이 필수다.  


강정두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A5(가칭) 라인에 10.5세대 TV용 OLED 장비를 반입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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