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제정해도 상용화까지 3~5년 걸려
퀄컴 Rel.16 칩셋, 샘플 출시 내년 하반기 돼야
주도권 다툼보다 실증 데이터 수집이 우선

미국과 중국이 차량사물통신 표준으로 ‘C-V2X’를 채택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는 5.9㎓ 대역 75㎒ 폭 용도를 차세대 와이파이와 C-V2X로만 제한하는 안을 오는 7월 시행한다고 연방관보에 게재했다. 앞서 중국은 2018년 C-V2X로 표준을 결정했다. 

그러나 C-V2X 새 표준에 맞는 칩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으며, 실증사업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이 표준 단일화를 확정했음에도, 여전히 상대 진영인 웨이브 ‘유예기간’이 얼마가 될지는 가늠하지 못한 이유다. 

NXP반도체는&nbsp;NEC코퍼레이션(NEC Corporation)이&nbsp;5세대 이동통신(5G) 안테나 라디오 유닛(RU)에 사용할 무선통신(RF) 멀티칩 모듈 공급 업체로 자사를 선정했다./NXP반도체<br>
NXP반도체 자율주행 통신 관련 이미지(기사의 특정내용과는 관련없음)./사진=NXP반도체

표준 제정돼도, 상용화까지 3~5년 걸려

V2X 기술은 차량과 어떤 대상을 무선으로 연결, 정보를 주고 받는 기술이다. 

자동차와 자동차(V2V: Vehicle to Vehicle), 자동차와 인프라(V2I: Vehicle to Infrastructure), 자동차와 보행자 소지 이동단말(V2P: Vehicle to Pedestrian), 차량 내 유무선 네트워킹(IVN: In-Vehicle Networking) 통신을 총칭한다. V2X 기술은 크게  웨이브(DSRC) 기반 V2X와 LTE·5G 등 이동통신망을 C-V2X로 나뉜다. 웨이브가 차량 간 직접 통신을 통한 안전에 초점을 맞춘다면, 차량-인프라간 통신을 통한 C-V2X은 초저지연⋅전송속도⋅커버리지 등에서 표준으로 힘을 얻는다. 

통신은 차량과 사물 간 데이터 공유를 통한 안전성 확보, 효율성 증대 측면에서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핵심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각국에서 웨이브와 C-V2X 진영 간 공방을 벌이는 이유다. 미국⋅중국은 C-V2X를 표준으로 택했으며, 싱가포르는 DSRC와 C-V2X 혼용방식을 채택했다. EU(유럽연합)는 DSRC 기반 V2X 입법안 초안이 독일⋅프랑스 등의 반대로 부결돼 여전히 표준 확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V2X 통신 시스템 구성. /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차량 통신을 위한 5G 기술’&nbsp;&nbsp;
V2X 통신 시스템 구성. /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중 G2의 C-V2X 표준 확정으로 C-V2X는 대세로 자리잡을까.

업계는 미국 결정이 국내 통신 표준 제정에 있어 정책 결정의 준거로 작용할 여지는 클 것으로 본다.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로보틱스연구본부장은  "유럽⋅일본⋅우리나라는 미국 표준에 맞춰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웨이브에 대한 유예기간을 결정하지 못한 것은 C-V2X 통신 기술 적용이 당장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FCC는 아직 웨이브에 대한 유예기간은 결정하지 못했다. 5.9GHz대역의 75MHz폭 가운데 상위 30MHz 폭은 C-V2X 용도로 분배 되며 하위 45MHz 채널은 와이파이 중심 비면허대역 서비스 용도로 분배된다. 이중 하위 45MHz 폭 채널에 분배된 웨이브에는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 기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유예기간에는 웨이브와 C-V2X가 혼용으로 사용된다. FCC 측은 이에 대해 산업계와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C-V2X가 표준으로 채택되더라도 당장 상용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은 어떤 방식이든 일정 기간 동안 웨이브와 C-V2X 혼용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C-V2X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C-V2X를 표준으로 채택했다고 하더라도 칩셋이 상용화되고 실제 도로에 적용되는 것은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다"고 강조했다. 

칩셋이 완성되고 샘플이 나온 뒤에도 실제 차량 적재까지는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5G 국제 표준화 단체인 3GPP(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 기구)는 지난해 7월 최신 C-V2X 표준인 Rel.16 표준을 확정했다. 3GPP는 차세대 5G 이동통신 표준 Rel.17은 내년 6월 최종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X60 5G 모뎀 RF 시스템./퀄컴
퀄컴 스냅드래곤 X60 5G 모뎀 RF 시스템./사진=퀄컴

퀄컴이 올해 출시한 Rel.16 규격 칩셋은 셀룰러용이다. 실제 도로에 부착하는 RSU(노변단말기) 상용화까지는 최소 3~5년은 걸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통신장비업체 임원은 "퀄컴의 Rel16 기반 칩이 나왔지만 5G IoT 모듈 및 단말이라고 보면 된다. V2X기능은 빠져있다"며 "퀄컴은 내년 하반기에 별도로 엔지니어링 샘플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샘플이 나온 뒤에도 실제 망에 쓰려면 최소 2-3년 뒤 디버깅이 다 끝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모빌리티 통신 업계 전문가 역시 "퀄컴 측은 칩 안에 여러 개 모뎀을 넣어서 통합칩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아직 칩도 나오지 않았고, 정확한 로드맵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도권 다툼보다, 실증데이터 수집이 우선

이에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당장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구민 교수는 "아직 C-V2X를 위한 실증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표준만 제정할 경우 사회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C-V2X 표준을 제정한 지 3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설치된 노변기지국은 겨우 900개에 불과하다. 실제 현실에 적용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2017년 말 ‘V2X 추진협의회’를 꾸려 C-V2X 표준 논의를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과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포럼, 한국도로공사, 전자부품연구원(KETI) 등이 논의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논의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웨이브와 C-V2X 진영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업계는 웨이브 방식, 과기부와 통신업계는 C-V2X 방식을 각각 표준으로 지지한다.추진협의회는 연내 C-V2X 통신방식과 통신방식별 주파수 대역 채널 배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V2X의 다양한 형태들. /퀄컴
V2X의 다양한 형태들. /사진=퀄컴

전문가들은 주도권 다툼에 매몰되기보다 V2X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산업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V2X 표준 갈등에서 벗어나 지난해 실증작업에 착수한 싱가포르 사례는 해법으로 제시된다. 싱가포르 COSMO 프로젝트는 웨이브와 C-V2X 방식을 모두 가능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혼용 방식을 위한 기술 개발 및 시나리오 실증을 통해 우선 서비스 개발 및 실증 고도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기술 타당성과 실용성이 확보되면 국가 차원에서 혼용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C-V2X 진영의 실증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다"며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당장의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서비스 고도화에 더 주력하는 것이 더 나은 해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방식이든 자율주행 실현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소비자 선택권이 주어지면 자연스레 표준이 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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