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거부권 시한 하루 남기고 공동 합의문 발표
향후 10년간 국내외 쟁송도 모두 취하
합의금 지급 방법은 내일 중 발표 예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여 지속된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전격 합의로 마무리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2조원 규모 합의금 지급하는 대신, 국내외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 내 배터리셀 생산 및 판매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SK→LG에 2조원 지급, '현금 1조원 + 로열티 1조'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로고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로고

11일 오후 양사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현재 미국 현지에서 진행 중인 ITC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 가치 기준 총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 지급 ▲관련 국내외 쟁송 모두 취하 ▲향후 10년 간 추가 쟁송 없음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현지시간 11일 자정, 한국 시각 12일 오후 1시까지 가능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또한 이루어지지 않게 됐다. ITC 소송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곧바로 ITC 최종 결정은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조 단위 합의금 규모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던 양사는 결국 현금과 로열티를 절충한 2조원 규모로 합의했다. 앞서 SK측은 수천억원대 합의금을 원하는 것으로, LG측은 그동안의 영업 비밀 침해로 인한 피해 보상이 가능한 수조원대 합의금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측 관계자는 "현금은 비교적 단기간에, 로열티는 장기간에 해결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내일 오전 중 관련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다. 합의급 지급 방법에 관한 일부 사항이 공개된다.  

 

국내외 모든 배터리 쟁송 10년 간 모두 중단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양사는 또한 향후 10년간 관련 국내외 쟁송을 모두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외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이었으며, ITC 내에서도 LG측이 제기한 특허소송과 SK가 제기한 특허소송이 별개로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특허소송에 관한 ITC 발표가 연일 나오면서 소송전은 더욱 과열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ITC는 지난달 31일 LG측이 제기한 특허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의 분리막 및 양극재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한 바로 그 다음날인 4월 1일 증거 인멸을 이유로 SK 소송을 취소해달라는 LG측 요청을 기각했다. 이 때문에 오는 7~8월로 예정된 예비 판결에서 LG 또한 수입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서는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를 상대로 미 현지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LG가 양사 간 배터리 분쟁의 효시라 할 수 있는 2014년 양사간 '세라믹 코팅 분리막 특허' 부제소 합의를 깨고 미국 현지에서 같은 특허에 대한 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심에서 이같은 SK측 주장을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SK는 이에 불복해 항소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으나 이번 합의로 해당 불복 절차 또한 종료된다. 

 

진정한 승자는 바이든 대통령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한편 이번 LG-SK 합의에 따른 또 한 명의 승자는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부권 행사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조지아주 일자리 감소 문제도 해결했기 때문이다. 미 대통령의 ITC 심결 거부권은 그동안 극히 제한적으로, 주로 자국 기업을 위해 사용돼 왔다. 이번 LG-SK 배터리 소송은 미국 기업도 아닌데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식재산권 보호에 반하는 조치라는 비난이 불가피했다. 그렇다고 거부권을 쓰지 않기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조지아주 일자리 감소가 우려됐다.

ITC 최종 판결 이후 지난 두 달여 간 배터리 업계 뿐 아니라 한국 정부, 미국 정재계 관심사가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려 있었다. 미 현지 대규모 배터리 생산 시설을 구축 및 계획 중인 SK이노베이션의 사실상 사업 전면 중단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준 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이 현지에서 행정부 및 정재계를 상대로 활발한 로비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이언 켐프 미 조지아주 주지사는 막판까지 ITC의 수입 금지 조치를 번복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SK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장기간 지속된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준 한미 행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변함 없는 지지를 보내준 조지아주 주민들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주정부 관계자, 조지아주 상·하원,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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