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전문 업체들 얘기 들어보니
"정부지원 등 상황 예의 주시"
"ESS 안전 기준 먼저 마련돼야"

지난해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절감량의 합이 ‘제로(0)’가 되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를 출력 저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친환경 에너지 연계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이 크게 성장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 국내 ESS 산업은 잔뜩 움츠린 상태다. 2017년 이후 발생한 30여건의 화재 사고 때문이다. 지난 6일 오후 충청남도 홍성에서 또 한 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다. 

 

AI, 지능형 센서 등 화재 안전성 강화 방법론 다양해져 

ESS(Energy Storage System). /사진=삼성SDI
ESS(Energy Storage System). /사진=인셀(Incell)

ESS 화재 사고 이후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친환경 발전과 ESS 시설이 필요하나 아직 화재사고 여파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ESS 전문업체들은 화재 안전 기능을 강화해 발전사들의 불안감 해소에 나섰다. 비에이에너지는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기산업대전(SIEF)-한국발전산업전(PGK)' 전시회를 통해 'SMS(Smart Management System)'라는 지능형 ESS 관리 시스템을 소개했다. 비에이에너지는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셀을 공급받아 ESS를 공급하는 업체다.

해당 시스템은 각종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화재 예측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비에이에너지의 ESS 관리 시스템. /사진=KIPOST
비에이에너지의 ESS 관리 시스템. /사진=KIPOST

ESS용으로 가장 많이 공급되고 있는 500kW 기준, 종전 대비 약 30여개의 센서가 추가됐다. 컨테이너 외부 상황(미세먼지⋅온도 등), ESS 내부 BMS(배터리관리시스템), PMS(전력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모니터링 능력을 키웠다.

인셀은 '오프가스(Off-gas)' 센서를 통해 배터리 내부 열폭주를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삼성SDI로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받아 ESS 패키징한다.

인셀은 또 ESS 화재 발생시 핵심 문제로 손꼽히는 화재 전이에 관해 열폭주 전이 방지 설계를 적용했다. 특정 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주변 셀로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현재 북미 배터리 기술 관련 인증인 'UL1973'의 화재 시험까지 통과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AI 기술을 접목한 BMS 기술을 공개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BMS 대비 더 빠르고 정확한 화재 및 이벤트 예측이 가능하다. 

 

ESS 화재 원인, 배터리? 시공·관리? 

2019년 정부의 ESS 사고 조사 자료.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19년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 발표 자료.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한편 ESS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이번 전시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들 모두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비에이에너지 측은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 뿐만 아니라 인셀,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모두 활용해 ESS를 만들었으나 단 한 곳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배터리 문제라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수십년간 발전 업계에 종사해 온 시종규 서창전기통신 상무는 "원죄는 배터리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공 업체 경험 상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 똑같은 ESS를 설치했을 경우에도 화재가 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모든 문제가 외부 환경이 아닌 배터리에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국내 ESS 시장이 본격 성장하던 시기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 내부 센서 수를 줄이는 등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한편 ESS 산업 활기를 위해선 ESS 안전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화재 사고 이후 현재까지 ESS와 관련한 화재 안전성 기준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비에이에너지 관계자는 “기준이 되는 제도 없이 그때그때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지침을 내려주는 식”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 ESS 업계 "중단된 정부 지원책도 회복돼야”

전라북도 장수에 설치된 인셀의 태양광 ESS. /사진=인셀
전라북도 장수에 설치된 인셀의 태양광 ESS. /사진=인셀

ESS 업황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ESS 패키징 전문 업체 인셀(Incell)의 김민재 영업팀 대리는 "지난해 특례요금제 일몰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더 침체됐다"고 말했다. 국내 ESS 산업은 2010년대를 전후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에 힘 입어 본격 성장하는 듯 했으나 연이은 화재 탓에 그 성장세가 꺾였다. 

특히 피크저감용 ESS 할인 제도와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 하락, 옥외 ESS 설치시 충전율 90% 제한 등의 조치가 연이어 나왔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ESS 산업 특성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980년대 수도 계량기를 시작으로 현재 ESS 시공 사업까지 하고 있는 서창전기통신의 시종규 상무는 이같은 시장 상황에 대해 "(특례제도가 끝난) 1월 1일 부로 산업이 멈춘 상태"라고 말하며 "앞으로 정부 제도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사업의 수익성이 결정되니 지금은 모두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있기 전까지는 ESS 산업이 쉽사리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편 이번 전시회와 함께 열린 컨퍼런스에서 배성환 켑코에너지솔루션 대표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데 최소 400GWh 규모 ESS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