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ASML 자회사 사이머가 공급
기존 대비 EUV 출력 획기적으로 개선한 기술

삼성전자와 네덜란드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용 차세대 광원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EUV 노광공정은 낮은 광원 출력 탓에 하루 웨이퍼 처리량이 업계 기대치를 밑돈다.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기존 EUV 광원으로 사용하는 모듈 대비 출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SML EUV 노광장비에 장착된 광원. /사진=사이머
ASML EUV 노광장비에 장착된 광원. /사진=사이머

린시안, 기존 대비 출력 4배 높은 EUV 광원 개발

 

삼성전자-ASML이 차세대 EUV 광원 공급사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 린시안(Lyncean)이다. 2001년 설립된 린시안은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EUV 광원 뿐만 아니라 엑스레이⋅감마레이 광원도 컴팩트한 사이즈로 만들어 제공한다.

한 노광공정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ASML이 EUV 양산 도입 이전부터 린시안을 차세대 광원 공급사로 검토해왔고, 지난해 린시안 광원 모듈을 받아 시험기에 장착했다”고 말했다. 새 광원의 양산성을 시험기에서 검증하는데 2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린시안 광원이 실제 라인에 적용되는 시점은 2023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ASML이 이제 막 양산 라인에 적용된 EUV 노광장비의 차세대 광원을 검토하는 건 광원 출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다. 광원 출력은 EUV 장비 생산성에 직결된다.

현재 삼성전자⋅TSMC⋅SK하이닉스 등이 사용하는 EUV 광원은 ASML의 미국 내 자회사인 사이머(Cymer)가 전량 공급한다. 아직 EUV 광원 양산에 성공한 곳이 사이머 밖에 없어서다. 

사이머가 개발한 EUV 광원. /사진=사이머
사이머가 개발한 EUV 광원. /사진=사이머

사이머 EUV 광원은 고속으로 낙하하는 액체 주석(Sn) 방울을 이산화탄소(CO₂) 레이저로 맞춰 EUV 빛을 발생시킨다. 주석 방울 1개에서 발생하는 EUV 양이 극소량이라 1초에 5만개의 주석 방울을 떨어뜨리고 이를 레이저로 모두 쏴 맞추는 방식으로 EUV 빔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고난도 기술에도 불구하고, 아직 EUV 광원 출력은 250W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는 EUV 노광장비의 하루 웨이퍼 처리량을 기존 불화아르곤(ArF) 장비 수준인 4000장 정도로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 양산 라인에 도입된 EUV 장비 생산성은 하루 1000~1500장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EUV 노광장비의 웨이퍼 처리량을 업계 요구치만큼 늘리려면 광원 출력을 현재의 서너배 수준으로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ASML은 공식적으로 EUV 노광장비의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을 170장 이상, 즉 하루 4000장 수준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생산능력은 절반 이하다. 

린시안이 개발한 방사광가속기 기반의 광원. /사진=린시안
린시안이 개발한 방사광가속기 기반의 광원. /사진=린시안

방사광가속기 기반의 EUV 광원

 

린시안은 사이머와는 전혀 다른 방사광가속기 기반의 EUV 광원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EUV 출력을 1~2kW(킬로와트)까지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치상 사이머 광원 대비 최소 4배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전자가 강력한 자기장을 지나며 휘어질 때 방출되는 빛(방사광)을 얻어내는 장치다. EUV처럼 파장이 짧은 고에너지 빛을 발생시키는데 용이하다. 

문제는 종래의 방사광가속기 크기가 축구경기장 면적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고 비싸다는 점이다. ASML의 EUV 장비는 대략 수출용 컨테이너 박스 2개 정도 크기인데, 이 안에 사이머 광원장치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기존 방사광가속기 정도 크기라면 운용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광원장치만으로 반도체 공장 전체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린시안 EUV 광원은 세로 5m, 가로 12m로 방사광가속기를 최소화한 사이즈다. 가격도 1대당 3000만달러(약 340억원) 이내에 제공한다. 관건은 이처럼 작은 크기로 만들면서 충분한 양의 EUV 빛을 뽑아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린시안 주장처럼 1~2kW 수준의 EUV 광원이 양산성을 확보하면, 7nm(나노미터) 이하 로직 반도체 생산성이 전례 없이 큰 폭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린시안 EUV 광원의 주요 스펙. /자료=린시안
린시안 EUV 광원의 주요 스펙. /자료=린시안

현재는 10나노 4세대 1a D램에 적용하고 있는 EUV 기술이 더 적극적으로 확대 도입될 여지도 있다. 

한 반도체 후방업체 대표는 “삼성은 삼성벤처투자(SVIC)가 지분투자까지 검토할 정도로 린시안 광원을 유력한 차세대 광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삼성벤처투자가 린시안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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