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력 불과 5년...SK이노베이션보다 짧아
각형에 NCM, NCA 배터리 양산 가능성 높아

폴크스바겐 '파워데이(Power Day)'. /사진=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파워데이(Power Day)'. /사진=폴크스바겐

지난 15일(현지시간) 전기차 시장 선두업체 폴크스바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개최한 '파워데이(Power Day)' 행사에서 배터리 공급 개편을 선언했다. 폴크스바겐은 향후 자사 전기차의 각형 배터리 탑재 비중을 80%까지 늘리고,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 간 유럽 내 240GWh 규모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이 구축하는 배터리 생산 기지 가운데 아직 부지와 협력사가 정해지지 않은 4곳을 제외한 독일⋅스웨덴 기지 두 곳은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Northvolt)'와 협력하게 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규모는 연간 80GWh에 달한다.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탑재량 기준으로 중국의 CATL과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배터리량을 모두 합친 규모(83.7GWh)에 맞먹는 수준이다. 

 

업력은 불과 5년...SK이노베이션보다 짧아

피터 카슨(Peter Carlsson) 노스볼트 CEO. /사진=노스볼트
피터 카슨(Peter Carlsson) 노스볼트 CEO. /사진=노스볼트

노스볼트는 2019년부터 꾸준히 폴크스바겐 측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알려진 바가 적다. 노스볼트는 테슬라에서 서플라이체인 관리를 담당하던 피터 카슨(Peter Carlsson)과 파올리 세루티(Paolo Cerruti)가 주축이 돼 2016년 설립됐다. 업력만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보다도 짧은 셈이다.

피터 카슨 CEO는 테슬라 합류 전 네덜란드 NXP반도체와 휴대전화 업체 소니에릭슨에서 경력을 쌓았다. 제조업계에서 생산 및 구매, 서플라이체인 관리를 20년 이상 해 온 전문가다. 공동 창업자 파올리 세루티 COO는 테슬라 이전 르노-닛산에서 15년 가량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위치한 '노스볼트 Ett' 전경. /사진=노스볼트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위치한 '노스볼트 Ett' 전경. /사진=노스볼트

폴크스바겐은 스웨덴 셸레프테오(Skellefteå) 지역에 위치한 노스볼트의 기가팩토리 '노스볼트 Ett(Northvolt Ett)'에서 프리미엄 셀을 중점적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리미엄 셀 생산은 2023년부터 시작된다. 폴크스바겐과 노스볼트 합작 배터리 회사인 '노스볼트 즈웨이(Northvolt Zwei)'가 독일 잘츠기터(Salzgitter)에 운영하고 있는 기가팩토리는 오는 2025년부터 대량 양산모델을 겨냥한 통합 셀 생산에 들어간다. 

노스볼트는 폴크스바겐과 향후 10년간 14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아직까지 노스볼트는 실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다. 업계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아직 배터리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이차전지 셀 업체 관계자는 "연구개발 단계는 보통 A~D단계로 나뉘는데 노스볼트는 현재 양산 테스트 전 연구개발 막바지 단계인 B단계 정도로 보인다"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소량 양산에 들어가고, 내후년 정도 전기차로 나오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각형⋅삼원계 배터리 양산 전망

업계는 노스볼트가 각형을 메인으로 삼원계 배터리인 NCM(니켈⋅코발트⋅망간)이나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양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스볼트 내 배터리 연구 개발진들 가운데 일본⋅한국 등 아시아 지역 출신 인력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노스볼트의 배터리 셀. /자료=노스볼트
노스볼트의 배터리 셀. /자료=노스볼트

노스볼트 내 배터리셀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야수오 아노(Yasuo Anno)는 독일계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 일본의 토다(TODA)공업, 파나소닉, 소니 등을 거친 일본 배터리 전문가다. 특히 토다공업은 삼원계 배터리 원천특허를 보유한 미국 아르곤 연구소와 라이선스를 체결한 업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양극재 내재화를 위해 토다공업과 합작사(STM, 현재는 청산)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노스볼트는 지난 10일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스타트업 큐버그(Cuberg)를 인수했다. 이 업체는 액체 전해질과 리튬메탈 양극재를 결합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큐버그의 배터리 셀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70%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 미국의 보잉(Boeing), 베타 테크놀로지(BETA Technologies) 등의 고객사를 확보 중이다.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배터리 공급 체계를 일원화하고 배터리 독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배터리 전문가는 "폴크스바겐이 발표한 구상은 생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오랫동안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테슬라도 아직까지 연구개발 단계인 수준에서 최소 2030년대는 돼야 제대로 된 자체 배터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