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컴퓨팅 설계자산 업체 '오픈엣지테크놀로지'
IP 불모지인 국내서 초성장세로 사업 확대 중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유독 허약한 연결고리가 설계자산(IP)이다. 메모리 일변도로 성장해 온 반도체 산업 역사로 비춰봐도 IP 업체가 국내서 자생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AI(인공지능) 특화 IP 업체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이 회사는 최근 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시리즈C 투자도 받기로 했다. 딜이 완료되면 창업 3년여만에 누적으로 450억원을 투자받게 된다. 

국내서 보기드문 IP 전문업체라는 점과 투자 회수 기간이 긴 반도체 벤처 업종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칩 하나당 10억 게이트... IP 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 

시스템 반도체 밸류 체인.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 반도체 밸류 체인.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설계에서 생산까지 주로 단일 종합반도체회사(IDM)가 일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반도체는 분업이 일반적이다. 핵심 블록 설계는 IP 업체가, 이를 받아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은 팹리스가, 제조만을 담당하는 파운드리의 역할 분담은 이미 보편화됐다. 

이러한 업무 분담은 더욱 가속화될 예정이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디바이스 사용이 증가하고, 고성능 SoC(시스템온칩)에 대한 시장 요구가 증가할 수록 칩 설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물론 비용 투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성현 대표는 "칩 하나당 10억 게이트가 들어가는데 이를 팹리스에서 모두 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RM 기반 반도체 출하량 추이. /자료=ARM
ARM 기반 반도체 출하량 추이. /자료=ARM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IP 시장 규모는 2020년 56억달러(약 6조2800억원)에서 2025년 73억달러(약 8조2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세계 최대 IP 업체인 영국 ARM은 지난해 4분기에만 ARM 기반 칩 출하량이 67억개에 달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누적적으로는 1800억개의 칩에 ARM이 설계한 IP가 적용됐다.

 

NPU + 메모리시스템 결합한 AI 특화 IP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AI 엣지 컴퓨팅에 특화된 IP를 전문적으로 설계한다. 딥러닝을 위한 필수 반도체로 꼽히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처리장치)'와 그에 최적화된 '메모리 시스템'이 주요 IP 제품군이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AI 컴퓨팅 플랫폼 IP. /자료=오픈엣지테크놀로지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AI 컴퓨팅 플랫폼 IP. /자료=오픈엣지테크놀로지

이 대표는 "NPU와 메모리 시스템, 이를 연계하는 인터커넥트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오픈엣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기존 CPU 대비 연산량이 급증하는 NPU와 NPU가 데이터를 불러오는 메모리 간 상호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IP를 설계했다는 것이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측 설명이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ENLIGHT' NPU는 신경망의 효율적 가속을 위한 연산 장치다. 엣지 환경에 최적화되어 그에 맞는 하드웨어 및 컴파일러 등이 구현된 것이 특징이다. 'ORBIT' 메모리 시스템은 SoC 반도체 내에서 다양한 기능 블록 및 디램 간 고속 데이터 전송을 담당한다. 

이 대표는 "칩 안에 블록들을 연계할 수 있는 것이 인터커넥트"라고 설명하며 "고객사의 칩은 모두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고정된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IP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립 3년 만에 글로벌 톱티어 반도체 기업 라이선싱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주요 사업적 성과. /자료=오픈엣지테크놀로지
오픈엣지테크놀로지 주요 사업적 성과. /자료=오픈엣지테크놀로지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2017년 12월 창업 이후 1년 마다 사업적 마일스톤을 달성했다. 2018년 국내 첫 라이선스 계약에 이어 2019년는 해외 첫 라이선스 계약, 지난해에는 글로벌 톱티어 반도체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구성원들이 업계에서 뼈가 굵은 설계 전문 인력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오랜 기간 엑시노스 시리즈 아키텍처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 이 대표는 "고객사들보다 더 많은 칩을 만들어 본 경험이 IP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사진=오픈엣지테크놀로지
이성현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대표. /사진=오픈엣지테크놀로지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2019년 인수한 캐나다 스타트업 'The Six Semi(TSS)' 또한 PHY(물리계층) 분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팀이다. 캐나다 팹리스 업체 ATI 테크놀로지에서 오랜 기간 아날로그 도메인 경력을 축적한 인력들이다. 이성현 대표는 "토론토는 예전부터 아날로그 엔지니어의 성지 같은 곳"이라며 "PHY는 흡사 장인과 같은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AI 컴퓨팅이 요구되는 엣지 단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성현 대표는 "엣지 분야는 어느 한 업체가 유일한 강자가 되는 대신 여러 세그먼트로 분류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비전(vision) 분야를 중심으로 보안 카메라, 운전자 모니터링, 네비게이션 등의 영역에 IP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