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H EVKit 플랫폼' 상세 사양 공개
폭스콘 "전기차계 안드로이드 될 것"

폭스콘(Foxconn)이 자체 차량용 오픈 플랫폼의 세부 사양을 공개했다. 자율주행차 생산에 필요한 하드웨어 프레임에 이어 구체적인 플랫폼 매뉴얼까지 제공하면서 '전기차계 안드로이드'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위탁생산 전문업체 폭스콘이 전기차 OEM을 자처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IH EVKit 플랫폼 사양 살펴보니

MIH EVKit 플랫폼 상세 스펙. /자료=Foxtron
MIH EVKit 플랫폼 상세 스펙. /자료=Foxtron

폭스콘이 최근 공개한 MIH EVKit(전기차용 오픈 플랫폼) 상세 사양을 보면 플랫폼 최고 출력은 177마력(130kW),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360km 정도다. 고속 충전 시 48분이면 80% 충전이 완료되고, 저속 충전 기준으로는 90% 충전에 408분이 소요된다. 배터리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배터리가 사용된다. 

사용자 및 개발자들은 해당 플랫폼 위에 전기차·자율주행이 필요로 하는 각종 소프트웨어 및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다. 폭스콘은 "기존의 폐쇄적인 자동차 산업 운영 소스 체계를 혁신하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 프로세스 병목 현상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자율주행 개발자들은 해당 플랫폼을 통해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폭스콘은 플랫폼 사양과 함께 차량 구동렬(Drivetrain), 제동 등에 관한 하드웨어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 등도 함께 제공했다.   

폭스콘이 MIH EVKit를 공개한 건 지난해 10월이다. 해당 플랫폼은 배터리·모터 등을 포함하는 전기차 하드웨어 프레임으로 차량 내 모듈 작동을 지시하는 ECU(전자제어장치) 등을 포함하는 '기본 몸통'이다. 플랫폼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껍데기'라 부를 수 있는 섀시 등을 올리면 전기차가 만들어진다. 

한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가는 "사람으로 치면 두뇌 이외의 몸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사양과 관련해 "ADAS 알고리즘이나 자율주행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겨냥 본격화하는 폭스콘

지난해 10월 폭스콘이 공개한 MIH EVKit 플랫폼. /사진=electrive.com
지난해 10월 폭스콘이 공개한 MIH EVKit 플랫폼. /사진=electrive.com

애플 스마트폰 전용 OEM 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은 수년전부터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폭스콘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생활가전, PC 등 생산을 통해 연 매출 200조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나 2016년 이후 성장세가 꺾인 상태다. 특히 지난해 1분기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00년대 들어 최악의 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폭스콘은 성숙기에 도달한 스마트폰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의료기기·로봇 등 신규 먹거리를 탐색하고 있다. 

특히 폭스콘은 그동안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왔다. 지난해 10월 폭스콘 임원 윌리엄 웨이(William Wei)가 "구글의 모바일 OS(운영체제)를 참조해 전기자동차의 안드로이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향후 폭스콘 전기차 사업 방향 윤곽이 드러났다. 영 리우(Young Liu) 폭스콘 회장은 "자체적으로 자동차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없다"며 전기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30년 이상 축적한 제조 및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기차 OEM 자리를 선점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폭스콘은 현재 대만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위룽그룹과 손을 잡고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테슬라에도 일부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현지 언론은 오는 6월 폭스콘과 위룽 그룹 합작사인 폭스트론(Foxtron)에서 프로토타입 전기차를 선보이고 빠르면 올해 말 출시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외에도 폭스콘은 2025년 전세계 전기차 시장 1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스(FCA),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톤(Byton) 등과 함께 전기차 개발·양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폭스콘 따라 전기차 시장 개화기 시작되나 

자율주행차량. /자료=유진투자증권
전기차. /자료=유진투자증권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폭스콘의 오픈 소스 플랫폼을 통해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 자율주행차 전문가는 "자동차 산업의 장벽이 사라지고 다양한 참여자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산업 성장 시기 미디어텍(MediaTek) 사례와 비교하며 폭스콘이 전기차 시장 성장의 티핑 포인트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폭스콘이 과거 미디어텍처럼 중국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폭스콘은 2015년 텐센트와 전기차 스타트업 '퓨처모빌리티'에 공동으로 투자하고, 2016년에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滴滴出行)'에 1억2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중국 모빌리티 업체들에 투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 진입하는 업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플랫폼이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 확보해 사용자가 실제로 쌓여야 오픈 플랫폼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테슬라, 구글 웨이모, 인텔 모빌아이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이미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 또한 폭스콘의 오픈 플랫폼이 자리를 잡는 데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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