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 이더넷 직결했으나 데이터 처리 한계
이르면 내년부터 양산차에 LVDS 적용

현대차가 이더넷망에 직결되어있던 후방 카메라 통신 방식을 변경한다. 이더넷 통신 도입으로 차량 내 케이블 무게를 절감했지만, 전송 속도 한계 탓에 영상을 압축하고 다시 해제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영상 처리 칩셋에 과부하가 걸리고 후방 카메라에 습기가 차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네시스 GV80의 '올 어라운드뷰' 기능을 켠 모습. 여러개의 카메라에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디스플레이로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GV80의 '올 어라운드뷰' 기능을 켠 모습. 여러개의 카메라에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디스플레이로 전송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사진=현대차

가볍고 신뢰성 높은 이더넷의 한계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출시된 ‘제네시스 GV80’부터 차량 내 통신 방식으로 이더넷 적용 비율을 크게 높였다. 그동안 사용됐던 CAN(Controller Area Network)이 고용량 데이터 전송에 적합하지 않고, 전장화가 진행될수록 늘어나는 케이블 무게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GV80에 적용한 이더넷은 CAN과 마찬가지로 차량 내 각 ECU(전자제어장치)들을 연결하는 통신 기술이다. 상업⋅산업용으로 오래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다. UTP(단일비차폐연선케이블)만으로 15m 이상 거리에서 100Mbps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GV80은 이더넷 도입 덕분에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비 케이블 무게를 50kg 가량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동차 연비 개선에 기여한다.

다만 이더넷이 ECU 간 통신에는 적합하다고 해도 고해상도 동영상을 주고받을 만큼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최근의 차량용 카메라는 1대당 160~480Mbps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더넷망 전송 속도가 100Mbps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갈수록 고화질로 업그레이드되는 차량용 카메라 통신 방식으로는 부적합하다.

기존 차량 내 통신 프로토콜의 사양. Soft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으로 동작하지 않아도 안전에 큰 위험이 없는 시스템을 말하고 Hard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 동작을 엄격히 준수해야하는 시스템을 말한다./르네사스, KIPOST 정리
기존 차량 내 통신 프로토콜의 사양. Soft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으로 동작하지 않아도 안전에 큰 위험이 없는 시스템을 말하고 Hard Real time system은 실시간 동작을 엄격히 준수해야하는 시스템을 말한다./르네사스, KIPOST 정리

현대차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메라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압축해서 전송한다. 중간에 동영상 압축용 칩셋을 넣어 용량을 줄이고, 실제 이를 디스플레이 상에 뿌려주기 직전에 다시 해제하는 방식이다. 동영상 압축 칩셋은 미국의 한 반도체 업체가 공급했다.

그러나 이는 카메라 사용이 잦아질수록 칩셋에 걸리는 부하도 많아지는 게 불가피하다. 고용량 동영상을, 거의 지연시간 없이 실시간 압축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GV80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기온이 떨어지면 후방 카메라에 습기가 찬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동영상 압축 칩셋 발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팹리스 업체 CTO는 “GV80에 사용된 칩셋이 후방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처리하는데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외기 온도차에 의해 습기가 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방 카메라에 습기가 차면 자연스레 사라질때 까지 화면이 흐리게 보인다. 

 

현대차, LVDS 도입 추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면서 현대차는 동영상을 압축⋅해제하지 않고, 바로 디스플레이까지 전송할 수 있는 LVDS(저전압차분신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VDS는 두 개의 송신기에서 서로 다전 전압을 보내면, 수신기에서 전압차를 이용해 신호를 해석하는 기술이다. 

이더넷 케이블. 가볍고 신뢰성 높지만 고속 통신에 적합하지는 않다.
이더넷 케이블. 가볍고 신뢰성 높지만 고속 통신에 적합하지는 않다.

노이즈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전력 소모도 적다. 무엇보다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압축⋅해제 과정이 불필요하다. 현대차 협력사 대표는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LVDS를 기반으로 한 카메라 통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이르면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실제 차량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LVDS 기반 카메라 통신 기술을 새로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GV80 후방 카메라 문제를 인식한 직후 R&D에 착수했다는 뜻이다.

한 통신칩 업체 연구원은 “이더넷이 가볍고 신뢰성 높은 통신 방식인 것은 맞지만 멀티미디어 전송에 적합한 방식은 아니다”라며 “현대차가 후방 카메라를 이더넷에 직결하는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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