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VR 기기 이용자 비율, 1년만에 2배
다시 2배가 되는데는 1년 안 걸릴수도

'하프라이프;알릭스' 게임 플레이 장면. /사진=밸브
'하프라이프;알릭스' 게임 플레이 장면. /사진=밸브

‘작품, 트레일러(예고편), 블록버스터, 임장감(臨場感)…’

영화 산업에서 익숙할법한 단어지만, 이제 게임판에서도 숨쉬듯 쓰는 말이 됐다. 소위 ‘트리플A(AAA)’급에 속하는 요즘 게임은 잘 만든 영화 못지 않은 영상미를 추구한다. 전문 성우의 더빙이 동원된 지는 오래됐고, 스토리텔링이 허술한 게임은 이류 취급받기 십상이다.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 아서 클라크라면 “고도로 발전한 게임은 영화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 같은 게임산업 발전은 하드웨어, 정확히는 반도체 기술 토대 위에 싹이 텄다. CPU⋅GPU와 함께 인공지능(AI)을 가속화하는 xPU들의 등장은 고도의 물리엔진 연산능력을 뒷받침한다.

스팀 내 VR 기기 별 점유율. /자료=스팀
스팀 내 VR 기기 별 점유율. /자료=스팀

이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역시 빠른 응답속도, 색표현력 등에서 게임 산업 발전을 지원했다. 그러나 테이블 위에 얹혀진 육중한 사각형 형태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잠시 시선을 스팀으로 돌려 보자. 스팀은 게임 업계 포털로 불리는, 세계 최대 ESD(전자 게임 소프트웨어 유통망)다.

지난해 12월 스팀 이용자 중 VR(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한다고 밝힌 비율은 1.09%였다. 지난달에는 이 수치가 1.96%로 올라갔다. 1년만에 VR 기기 사용자 비율이 두 배로 커졌다. 스팀 이용자를 9000만명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약 180만명이 VR 기기를 이용하는 셈이다. 물론 스팀 집계에 잡히는 수만 이만큼이다. 

이는 올해 1월 출시된 신작 게임 ‘하프라이프 : 알릭스(Half-Life : Alyx, 이하 하프라이프)’ 영향이 지대했다. 트리플A 게임으로는 처음 VR 전용으로 출시된 하프라이프는 게이머들에게 ‘VR 게임의 표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와의 경계가 흐려질 정도로 게임의 영상 퀄리티가 강조되는 동시에 VR을 경험한 게이머 수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늘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테크 자이언트’들이 놓칠 리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한 제니맥스미디어는 게임 제작사 중 VR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회사다. MS는 제니맥스 인수로 당장 엑스박스 콘텐츠 독점력을 높이고 싶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VR 시장에 대한 포석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5월 애플은 VR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회사 넥스트VR을 인수했다. 넥스트VR은 그동안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페이스북 오큘러스, HTC 바이브, MS, 레노버 등 다양한 VR 플랫폼 및 VR 헤드셋 제조사에 VR 솔루션을 제공했다. 애플이 향후 ‘애플 아케이드(게임 스트리밍)’에 VR 기술 접목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그러나 아직 세계 최대 게임쇼라는 E3는 물론이고, 국내서 열리는 지스타에도 삼성⋅LG디스플레이 CEO(최고경영자)가 다녀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게임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아직 충분히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올해 1월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이용자 1인당 지출은 27만원(구글플레이 기준)을 기록했다. 게이머들은 그 어떤 콘텐츠 소비자들보다 지불의사가 높다. 1%에서 2%가 되는데 1년이 걸린 VR 이용자 비율이 4%가 되는데는 1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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