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 성공의 핵심은 필기도구, 즉 스타일러스펜인 ‘S펜’을 기본 탑재했다는 점이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1도 S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갤럭시 노트 단종설까지 퍼지기도 했다. 

갤럭시Z 폴더블 시리즈가 갤럭시노트를 대체하려면 디지타이저의 유연성, 커버 윈도인 UTG(초박막유리) 내구성 개선 등이 필요하다. (▶2020년 8월 20일자 ‘폴더블 스마트폰이 갤럭시노트를 대체하기 위해 남은 과제’ 참고

갤럭시S 시리즈와 펜 탑재는 또 다른 문제다. 연간 800만대(2019년 기준)가 팔리는 갤럭시노트와 달리 갤럭시S 시리즈는 연간 2000만대가 출하되고, 내년에는 화웨이 제재에 따른 플래그십 수요 일부를 흡수해 더욱 판매량이 늘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 잘 팔리는 모델이라는 점이 바로 문제다.    

갤럭시노트10.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삼성전자

 

한정적 공급망, 수급 문제가 발목

S펜의 기본 필기 기능은 배터리가 필요 없는 EMR(Electro Magnetic Resonance) 방식을 사용한다. 스마트폰 OLED 패널 하단에 자기유도방식 센서가 포함된 인쇄회로기판(PCB) 일종인 디지타이저가 들어가고, S펜은 이 디지타이저와 가까워지면 활성화 된다. 디지타이저는 특허 기술을 가진 일본 와콤이 전량 공급한다. 

삼성은 작년부터 블루투스 기능을 S펜에 담아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전원 장치로 충전 시간이 느리고 수명 한계가 있는 배터리 대신 슈퍼 캐패시터를 사용한다. 

배터리가 화학물질들간 반응을 통해 충방전 하는 구조라면, 캐패시터는 완전 차단된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양전하와 음전하를 일렬로 배열해 전기를 담는 기술이다.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적지만,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고 충전 시간이 짧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슈퍼캐패시터의 원리. /AVS

삼성은 S펜에 원격 기능을 추가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는데,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S펜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이다. 

문제는 갤럭시노트 S펜이 현재 지원하는 ‘에어 액션’이나 ‘에어 커맨드’ 기능 구동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다양한 기능을 위해서는 부품의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슈퍼캐패시터가 중⋅고전압용으로 주요 사용돼 소형 기기에 적합한 패키지 기술 개발이 활발하지 않았다. 소형 제품의 PCB에 부품을 장착할 때 주로 SMT(표면실장기술) 방식을 쓰는데, SMT가 가능하려면 부품이 보통 100℃ 이상에서 5분 이상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온도조건이 있다. 이를 만족시키는 패키지 기술을 보유한 건 세라믹 패키지 특허를 가진 일본 세이코 인스트루먼츠가 유일하다. 그래서 S펜에 들어가는 3.2mm x 2.5mm 크기 슈퍼캐패시터는 세이코가 전량 공급한다.  

결국 S펜의 공급망이 너무 단순해 물량이 큰 제품에 적용하기에 부담이 크다. 부품 하나 때문에 수급 지연이 될 경우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은 디지타이저 공급 안정화를 위해 2013년 와콤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S펜을 별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

특히 세이코 인스트루먼트의 세라믹 슈퍼캐패시터 생산능력은 연간 1500만~2000만개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생산량 100%를 S펜용으로 전량 공급한다 해도 갤럭시S, 갤럭시Z 시리즈 생산량에는 한참 못 미친다. 

삼성 입장에서 S펜의 편의성과 편리성을 다른 플래그십 모델에도 적용하고 싶어도 S펜을 확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신 택한 게 S펜을 별도 판매해 일단 저변을 넓히는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가 되면 삼성도 갤럭시노트 단종이나 S펜 전면 적용 등 제품 라인업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SMT 가능한 소형 슈퍼캐패시터 공급사들을 열심히 물색중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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