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화 난이도 높은 반면 가격은 내려야 하는 딜레마
타깃 시장 달라 당장 QD-OLED와 경쟁 없을 듯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 출시할 110인치 가정용 마이크로 LED TV를 공개했다. 지난 2018년 처음 선보인 ‘더 월’이 B2B용 마이크로 LED TV라면,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처음으로 B2C 시장을 겨냥한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를 얼마나 더 작게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미니 LED TV나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QD-OLED)와 경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삼성전자가 출시한 마이크로 LED TV. /사진=삼성전자
10일 삼성전자가 출시한 마이크로 LED TV. /사진=삼성전자

B2C 제품으로는 첫 마이크로 LED TV

 

삼성전자가 10일 공개한 마이크로 LED TV는 화면 내 화소(픽셀) 하나하나를 적색⋅녹색⋅청색 LED로 구성한 제품이다. 110인치 크기에 약 800만개 LED 패키지를 배치해 4K UHD 화질을 구현한다.

삼성전자의 기존 QLED를 포함한 LCD TV가 백라이트유닛(BLU)으로부터 빛을 받아 컬러필터 상에서 색을 구현하는 것과 달리, 마이크로 LED TV는 각 화소가 직접 빛난다. ‘자발광 화소’라는 뜻이다. 

이는 화면의 명암비(명암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명암비는 화면에서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밝기 차를 표현하는 수치다. 명암비가 클수록 또렷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마이크로 LED와 OLED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들이 LCD 대비 명암비가 크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더해 마이크로 LED TV가 OLED 대비 화소 열화(번인 현상)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LED가 무기물로 이뤄진 만큼, 유기물질을 이용하는 OLED보다 열화에 강하다는 설명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전무는 “마이크로 LED TV는 10만 시간의 수명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출시 기자간담회. /사진=삼성전자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 출시 기자간담회. 추종석 부사장(사진 가운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 가격은 1억7000만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 예약판매를 실시하고, 내년 1분기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마이크로 LED TV,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가 관건

 

내년에 삼성전자는 또 다른 신제품인 미니 LED를 적용한 QLED TV를 첫 출시할 예정이고,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공장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향후 TV 시장을 놓고 각 기술간 생존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정 기술이 TV 시장을 독과점하느냐, 갈라먹느냐는 최상위 제품군인 마이크로 LED TV를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번에 110인치로 출시된 마이크로 LED TV는 여타 디스플레이 기술과 달리 작게 만드는 게 더 어렵다. 패널 크기가 작으면 마이크로 LED를 더 촘촘하게 배치해야 하고, 개별 LED의 크기도 더 줄어야 하기 때문이다. LED 크기가 작아지면, 밝기(휘도)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뿐더러 핸들링 난이도도 높아진다.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 소자 800만개를 정확한 위치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의 난제로 꼽히는 전사(Transfer) 공정은 물론, 검사와 리페어 공정 난이도도 다 같이 올라간다. 낱개 크기가 작은 퍼즐을 손으로 일일이 맞춰 완성하기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마이크로 LED TV는 작게 만들수록 제작은 어려워지는 반면, 가격은 싸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사진=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는 작게 만들수록 제작은 어려워지는 반면, 가격은 싸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사진=삼성전자

반면 마이크로 LED TV 제품 크기가 작아지면 가격은 더 싸져야만 한다. 110인치 제품이 1억7000만원이므로, 100인치 이하 제품은 가격도 그에 맞춰 저렴해져야 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대로 제작 난이도가 더 어려워지는 제품을 더 싸게 팔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LED TV가 당장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아무리 작아도 80인치대가 한계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밑으로는 생산하기도 어렵고, 경쟁 제품과의 가격차가 너무 크다. 현재 고가 제품군인 OLED TV 77인치 가격이 최저 600만원대에 불과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한 QD디스플레이 라인은 현재 65인치+55인치 혼합 생산(MMG)에 최적화 돼 있다. 패널 사이즈만 놓고 보면 당장에 마이크로 LED TV와 경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QD디스플레이가 상대해야 하는 호적수는 오히려 미니 LED가 적용된 LCD TV다. 미니 LED는 종전 LCD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명암비를 OLED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여기에 미니 LED 도입으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은 크지 않다.   

65인치 미니 LED TV용 모듈 가격 및 원가 추정. /자료=DSCC
65인치 미니 LED TV용 모듈 가격 및 원가 추정. /자료=DSCC

LED 업계에 따르면 미니 LED 기술을 적용했을 때, 백라이트유닛(BLU)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원가 상승폭은 25만원(65인치 기준) 정도다. 종전 BLU 원가가 5만원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QD-OLED TV와의 가격차와 비교하면 감내할 만 하다. 

밥 오브라이언 DSCC 연구원은 “75인치 제품군에서 미니 LED TV 원가 경쟁력이 OLED(QD-OLED 포함)를 크게 앞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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