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개발은 물론 제품 신뢰성 및 안정성도 좌우... 날로 커지는 중요성
소재 보는 시선도 까다로워져... CoA 범위도 늘어나고 디지털화 요구 거세

반도체 기술 발전에서 소재가 가진 힘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원래도 반도체 산업의 소재 의존도는 높았으나 이제는 소재 기술 뒷받침 없이는 반도체 기술 진보를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소재 업체들은 신규 소재 개발은 물론, 기존 소재에 있어서도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요구 사항들을 충족해야한다. 단순히 소재 업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원재료 공급사부터 유통업체, 소재 이송 시스템 업체 등 전체 공급망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반도체 전자재료 컨퍼런스(SMC) 코리아 2020’ 행사 첫 날인 19일, 제조사들은 입을 모아 업계의 변화를 요구했다.

 

점점 커지는 소재의 역할

▲기존 반도체(왼쪽)와 HKMG를 적용한 반도체./Realworldtechnology
기존 반도체(왼쪽)와 HKMG를 적용한 반도체./Realworldtechnology

반도체 기술 발전에는 늘 소재 혁신이 함께 했다. 

상보성 금속 산화물 반도체(CMOS) 공정 기술이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이를 해결한 건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였다. D램 스케일링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업계는 구조 변화가 아닌 에어 갭(Air gap) 도입을 택했다. 극자외선(EUV) 공정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마스크와 감광액이 없었다면 상용화가 불가능했다. 

구조 변화나 신규 공정 개발처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이렇듯 소재는 항상 반도체 기술 발전을 뒷받침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소재는 단순히 신기술 개발과 도입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반도체의 영역이 특수 산업과 소비자용 기기에서 자동차로, 의료 장비로 넓어지면서 반도체의 신뢰성과 안전성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반도체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건 소재다. 

 

지난 2017년 CES 2017에서 공개된 인텔·모빌아이·BMW의 자율주행차 디자인./인텔
지난 2017년 CES 2017에서 공개된 인텔·모빌아이·BMW의 자율주행차 디자인.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반도체다./인텔

반도체 제조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재 불량으로 인한 피해도 그만큼 커졌다. 장비야 중간에 레시피를 조정할 수 있다지만, 소재는 하루 아침에 바꿀 수가 없다. 가뜩이나 미세화로 소재 불량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제 소재는 ▲신기술 개발 ▲반도체의 신뢰성과 안정성 ▲대량 양산 등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자가 됐다.

박형순 SK하이닉스 테크니컬리더(TL)는 “난이도가 증가하면서 미세한 소재 차이가 공정의 이상 발생을 유발하고 있다”며 “갈수록 반도체 제조사와 소재 업체, 장비 업체간의 콜라보가 상당히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재 없인 신기술도 없다

D램, 낸드, 로직 반도체이 부딪힌 스케일링의 한계를 해결하는 것 역시 소재다.

 

▲D램 셀 구조. 트랜지스터 위에 비트라인, 커패시터(회색)가 있고 커패시터를 유전체(Dielectric)가 감싸고 있다./Researchgate
D램 셀 구조. 트랜지스터 위에 비트라인, 커패시터(회색)가 있고 커패시터를 유전체(Dielectric)가 감싸고 있다./Researchgate

D램은 1T1C(트랜지스터 하나에 커패시턴스 하나) 구조다. 

구조가 극히 단순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 트랜지스터의 두께를 줄여가는 방식으로 개발돼왔다. 하지만 트랜지스터 간 간격이 줄어들면 커패시터 간 간격도 감소하고, 커패시터 간 간섭현상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하프늄-지르코늄 산화물(HZO) 등 반강유전체(Antiferroelectric)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D램을 평면형(2D Planar)이 아닌 수직으로 적층한 적층 D램(V-D램)에 대한 연구 역시 소재에 집중돼있다. 비정질 인듐갈륨징크옥사이드(a-IGZO)나 징크틴옥사이드(ZTO, inc‐tin oxide) 기반 채널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낸드는 2D 구조에서 3D 구조로 간 지 수 년이 지났다. 당연히 적층에도 뛰어넘어야할 장벽은 있다. 적층 수가 늘어난다는 건 곧 두께가 두꺼워진다는 얘기다. 두께를 마냥 증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셀 간 간격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간격을 너무 줄이면 전자들이 산화물 층을 그대로 통과해버리는 터널링 현상이 발생한다. 터널링 현상이 발생하면 전자들이 제대로 셀 안에 갇혀있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데이터를 잃어버리게 된다.

 

3D 낸드플래시의 도전 과제는 증착과 식각이다./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3D 낸드플래시의 도전 과제는 증착과 식각이다./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터널링 현상은 양자역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신소재로도 100%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에 업계는 오랫동안 강유전체 전계효과트랜지스터(FEFET)를 고안하고 있다. 하지만 FEFET 역시 각 셀이 서로 전계 효과를 받아 의도치 않게 특성이 변화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가 저장된 셀 사이에 데이터가 없는 셀이 있다고 치자. 데이터가 없는 셀에 정보를 주입하기 위해 전계 효과를 발생시키면, 인접한 셀이 영향을 받아 기존에 데이터가 저장된 셀의 전자 일부가 날아가버린다. 데이터가 삭제된다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는 것 역시 재료다.

문제는 낸드와 D램이 이러한 한계에 부딪히는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스케일링 추세를 유지할 경우 D램은 5년, 낸드는 6~7년 정도 뒤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소재 개발은 그보다 선행돼야한다.

로직 역시 마찬가지다. EUV가 등장했지만 지금은 싱글 패터닝(SPT)만 한다. 여기서 나아가 더블 패터닝(DPT)을 하고, 차세대 EUV 시스템인 고개구수(High-NA) EUV까지 양산에 적용되려면 그에 맞는 마스크와 펠리클, 감광액이 필요하다. 이미 아이멕(Imec) 등 주요 반도체 연구기관들은 이를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 교수는 “D램의 경우 임계치수(CD)를 줄여서 집적도를 올리는 리니어 스케일링보다는 구조와 물질의 혁신을 통한 집적도 및 성능 향상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라며 “낸드 역시 적층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온 기반의 새로운 물질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정성·신뢰성·생산성의 핵심, 소재

소재는 개발부터 까다롭다. 단순히 해당 소재 자체의 특성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소재와의 상호작용까지 고려해 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유통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따라 소재 특성이 저하되는 경우도 허다하고, 아주 작은 특성 변화가 전체 디바이스의 동작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소재가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 생산성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날 열린 실시간 세미나에서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무엇보다도 이 점을 강조했다.

 

SK머티리얼즈가 경북 영주시 본사에 구축한 반도체 소재 통합분석센터/SK머티리얼즈
SK머티리얼즈가 경북 영주시 본사에 구축한 반도체 소재 통합분석센터./SK머티리얼즈

소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품질이다. 이 품질을 늘 유지할 수 있어야한다. 최삼종 삼성전자 소재기술그룹장은 이를 ‘항상성’이라고 표현했다.

이전까지 제조사들은 소재를 볼 때 특성, 품질, 성능(Output) 등 해당 소재 자체의 결과물만 살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재를 만들 때 나오는 제조 파라미터와 원재료 파라미터, 그리고 소재를 이동하는 실린더나 탱크롤 등의 파라미터들도 확인한다. 이같은 변수들이 소재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지라도 디바이스에는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10년 전까지만 해도 소재 품질 불량의 주 원인은 불순물(Particle) 등 소재 자체에 있었다. 하지만 5년 전부터서는 제조 조건과 다른 소재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추가됐고, 3년 전부터는 소재 제조 시 미세한 산포 등이 직접적으로 제품에 영향을 주는 문제로 등극했다. 대기 온습도, 보관 방법에 따른 미세한 변화도 마찬가지였다.

최삼종 그룹장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소재가 문제가 없다고 해서 신제품에 동일하게 사용한다면 고스란히 문제가 발생한다”며 “소재 품질 파라미터에 대한 인식도 물리적인 불량(Physical Defect)보다는 좀 더 발전된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소재 품질 관리 및 불순물 기준(상단 표, 노란색 박스)과 로드맵./KIPOST
지난해 삼성전자가 SMC2019에서 공개한 소재 품질 관리 및 불순물 기준(상단 표, 노란색 박스)과 로드맵./KIPOST

삼성전자는 소재 품질 이슈를 극복하기 위해 전체 공급망에 걸쳐 문제를 분석하고 객관적인 판단 지표를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각 소재군, 소재 제조사, 적용 층 등을 분석, 등급을 매기고 있다. 목표는 모든 소재의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는 것이다. 100가지 중 하나의 소재에만 문제가 있어도 불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은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조사들이 공정 개선을 위해 자동화를 도입하고, 제조 공정의 각종 파라미터를 분석해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한 것처럼 소재 제조사들 역시 디지털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소재 공급망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소재 워크플레이스(Material Workplace)’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시험성적서(CoA)의 기반이 되는 소재 분석 방법도 지속 개발 중이며, 매달 수십만장의 리포트를 받아 생산 데이터와 결합해 상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응답 및 소스 파라미터를 분석,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공정 마진을 확보하는 작업들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수입검사(IQC), 공정검사(LQC), 출고검사(OQC) 관리 데이터를 빅데이터와 접목, 공정 이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별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면 소재의 또다른 기술 혁신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 그룹장은 “대량으로 들어오는 CoA 데이터는 정확한 관리 기준을 설정, 통계 기반으로 새로운 분석 툴들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소재 업체들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미리 해줬으면 싶고, 우리가 제공하는 방법론을 활용하거나 이외 추가적으로 제안할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피드백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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