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 세계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첫 감소 전망
명암비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미니 LED와 경쟁은 부담

2021년을 준비하는 LG디스플레이의 심경은 복잡하다. 오는 22일 모처럼 흑자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고, 2021년 디스플레이 업황도 지난 2년 보다 나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미니 LED 진영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7분기만에 흑자...내년 디스플레이 공급 제한은 상수

 

증권사 마다 금액 차이가 있을 뿐,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한두달 전만 해도 100억~200억원 수준이던 LG디스플레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들어 많게는 1500억원(유진투자증권 추정) 이상까지 출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반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준 LCD 업황 회복은 내년에도 강도만 다를 뿐,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유동적이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의 제한 요인은 이미 상수화됐다. 올해 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국내 LCD 생산라인 가동을 종료하기로 한데다, 코로나19 탓에 중국 내 반입이 예정됐던 LCD 투자가 줄줄이 연기됐다. 

당연히 양산 시점도 순연된다. 이 때문에 내년 7세대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증가치는 역대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7세대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전망. 내년에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 증가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 /자료=DSCC
7세대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능력 전망. 내년에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 증가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 /자료=DSCC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2021년 전 세계 7세대 이상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이 2억5000만㎡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전체 생산능력 253㎡ 대비 1% 가량 감소하는 수준이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소비자들의 대형 TV 선호 트렌드에 따라 매년 5% 안팎 성장해야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LCD 산업 태동 이후 대형 디스플레이(7세대 이상) 생산 능력은 매년 한 번도 빠짐 없이 증가해왔다. 공급과잉이 극심했던 2018~2019년 생산능력은 각각 12.5%와 12.8%씩 급증, 업계 전반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내년에 실제 대형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이 사상 처음 뒷걸음질 친다면 공급 측면에서 업황에 큰 호재인 셈이다. DSCC측은 “반전된 디스플레이 업황이 패널 업체들의 투자 욕구를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추가 증설과 관련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시작된 LCD 패널가격 강세가 내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실적 전망치. /자료=유진투자증권
LG디스플레이 3분기 실적 전망치. /자료=유진투자증권

연말까지 국내 LCD 라인 가동을 중단키로 했던 LG디스플레이가 계획을 잠정 보류한 것도 디스플레이 시황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양호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KIPOST 2020년 8월 25일자 <LCD 패널가 급반등...LG디스플레이, TV용 LCD 가동 연장할듯> 참조).

 

OLED TV, 원가 절감이 관건

 

이 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닌 건, 미니 LED TV라는 호적수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미니 LED TV는 LCD 패널에 빛을 전달하는 백라이트유닛(BLU)을 수백개 영역으로 쪼개 선택적으로 빛을 밝힐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그동안 OLED TV 대비 LCD TV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명암비(Contrast)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밝은 부분은 밝게, 어두운 부분을 더욱 어둡게 만들어 또렷한 화면을 구현한다.

이 같은 로컬디밍(Local dimming) 개념은 기존 LCD TV에도 있었으나 미니 LED TV는 이를 정점까지 끌어올렸다. 

미니 LED TV가 파괴력을 가지는 건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가가 비싸지 않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OLED TV 패널은 조단위 신규 투자가 필요한 반면, 미니 LED TV는 기존 LCD 라인을 그대로 쓴다. 다만 모듈 생산(후공정) 라인에 약간의 추가 투자가 필요할 뿐이다.

미니 LED 기술을 활용한 애플 '프로 디스플레이 XDR'. /사진=LG디스플레이
미니 LED 기술을 활용한 애플 '프로 디스플레이 XDR'. /사진=LG디스플레이

하이투자증권이 분석한 미니 LED TV 원가는  BLU 가격 상승 요인(15만~17만원)에 따라 기존 LCD TV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재 LCD TV에 들어가는 BLU 원가는 2만원 안팎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미니 LED TV용 BLU 원가는 증권사 분석 보다는 좀 더 비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같은 크기의 LCD TV와 OLED TV의 가격차가 100만원 가량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니 LED TV의 원가 경쟁력이 높다. 

OLED TV로서는 미니 LED TV보다 비싼데다, 유일한 장점이던 로컬디밍 특성까지 빼앗기게 된다면 더 이상 승부할 무기가 사라지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와 중국 광저우의 생산 효율화를 통해 어떻게든 OLED TV 패널의 생산원가를 절감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QLED TV는 명암비 측면에서, QD-OLED는 원가 차원에서 LG디스플레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며 “미니 LED TV는 명암비와 원가를 잡은 최초의 경쟁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 LED TV용 BLU 원가 분석. /자료=하이투자증권
미니 LED TV용 BLU 원가 분석. /자료=하이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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