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5나노 따라잡는 게 목표... 내년 하반기 양산 예상

삼성전자가 TSMC의 5나노 공정과 맞붙을 무기로 5나노가 아닌 4나노 공정을 택했다. 

4나노 공정은 당초 계획했던 파생 공정이 아닌, 완전히 별도 공정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3나노 역시 대량 양산 시점을 앞당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 4나노, 독립 공정으로 재개발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4나노 공정을 7나노의 파생 공정이 아닌 독립 공정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설계자산(IP) 라이브러리와 제품개발키트(PDK)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연내 작업을 끝내 내년 하반기 대량 양산 체제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파생 공정은 기존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새로운 모듈을 추가, 성능·전력소모량을 개선한 공정을 뜻한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기반이 되는 메인 공정의 IP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공정 전환(Migration)이 쉬워진다.

당초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은 5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이었다. 5나노 공정은 7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이니, 4나노 공정은 7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도 된다. 지난해 열린 ‘삼성 SAFE 포럼’에서 발표한 로드맵에서도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으로 6나노 공정, 5나노 공정, 4나노 공정을 제시했다. 

 

지난해 삼성 SAFE 포럼에서 발표된 공정 로드맵. 4나노 공정은 7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이었다./Semiwiki
지난해 삼성 SAFE 포럼에서 발표된 공정 로드맵. 4나노 공정은 7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이었다./Semiwiki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계획은 유효했다. 4나노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리기가 예상보다 어려웠지만 내년 양산에 차질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5나노 공정을 양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삼성전자는 계획을 재검토했다. 양산 시점과 밀도 등 모든 측면에서 TSMC의 5나노와 격차가 벌어진 탓에 7나노 때 누렸던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5나노는 따라잡기 어렵고, 3나노는 대량 양산 시점을 특정할 수 없으니 일단 4나노를 TSMC의 5나노와 비견할 정도로 만들겠다는 게 내부 목표”라며 “5나노 3세대 공정(LPI, Low Power Improve)에서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차이가 너무 컸다”고 전했다.

 

목표는 TSMC의 5나노

삼성전자는 어쨌거나 7나노에 이어 5나노에서도 TSMC에 밀렸다. 두 공정 모두 양산 시점도, 밀도도 TSMC를 앞지르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TSMC의 공정 비교./ICKnowledge, KIPOST 재구성
삼성전자와 TSMC의 공정 비교./ICKnowledge, KIPOST 재구성

사실 7나노까지만 하더라도 둘 사이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TSMC의 N7+ 공정이 삼성전자의 7LPP 공정보다 단위 면적(㎟) 당 트랜지스터 밀도가 약 1.2배 높긴 했지만, 패키지 등 다른 공정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덕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TSMC의 7나노 고객사들로부터 일부 물량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TSMC의 7나노 가동률이 100%에 도달하면서 TSMC의 고객사들은 파운드리를 이원화해야했고, 그 수혜를 삼성전자가 받은 셈이다.

하지만 5나노 때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삼성전자의 5LPE 공정과 TSMC의 N5 공정의 밀도 차이는 약 1.4배에 달한다. 실제 양산에서는 위 수치보다 차이가 더 벌어진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5나노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7나노 때 있던 가상화폐 붐도 잠잠해진 지 오래고, TSMC가 당초 계획보다 5나노 생산 물량을 2배로 늘려 아직은 공급도 원활하기 때문이다.

7나노 때처럼 내년 TSMC의 5나노가 공급 부족 상황에 놓인다 해도, 삼성전자가 TSMC의 N5와 비슷한 공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원화로 얻을 이익은 제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의 5나노 공정이 삼성보다 밀도가 50% 정도 높다”며 “이원화를 기대하기 어려울뿐더러, 삼성전자의 5나노를 쓰느니 TSMC의 N7+ 공정을 쓰겠다는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을 파생 공정이 아닌 TSMC의 N5와 비슷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수준을 가진 독립 공정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4나노 공정을 2세대, 3세대로 진화시켜 TSMC의 5나노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자는 방안도 있었다”며 “하지만 아직 5나노 수율 안정화도 되지 않은 상황이고 3나노도 준비를 해야해 오히려 자원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같은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대량 양산 시점은 내년 하반기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 대량 양산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공정 개발은 거의 끝났고, 연내 IP 라이브러리와 PDK 개발을 끝내면 양산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3나노 공정 역시 내후년 중순께 대량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TSMC의 4나노 공정이다. TSMC 역시 내년 하반기 4나노를 준비하고 있다. 5나노 공정의 파생 공정으로, 3나노 양산 전 ‘거쳐가는’ 공정이라 사실상 힘은 5나노와 3나노에만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TSMC의 4나노 공정에 대해 밝혀진 바는 많이 없지만, 5나노 공정보다는 밀도가 높을 것”이라며 “이 밀도를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이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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