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LED TV, OLED 보다 싸고 기존 LCD 대비 명암비 높아
TV용 OLED 패널 가격 압박 심해질 것

2021년 TV 시장은 각종 신기술이 경쟁하는, 거대한 과도기로 진입하는 해다.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본 경쟁틀은 동일하지만, 여기에 미니 LED TV라는 어딘가 ‘낯익은 신인'도 경쟁에 가세한다. 특히 프리미엄 TV 시장을 놓고 OLED 진영과 미니 LED 진영간 경쟁이 치열해 질 전망이다. 

미니 LED TV의 구조. 기존  LCD TV와 거의 동일하나 BLU 내 LED가 더 촘촘하게 박혀 있다. /사진=TCL
미니 LED TV의 구조. 기존 LCD TV와 거의 동일하나 BLU 내 LED가 더 촘촘하게 박혀 있다. /사진=TCL

 

미니 LED TV, 명암비 잡고 OLED 넘는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호치민시 가전복합단지(SEHC) 내 TV 생산라인에 미니 LED TV 생산을 위한 조립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에 연간 200만~300만대 정도의 미니 LED TV를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연간 TV 판매량이 4500만대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니 LED TV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소량 출시될 것으로 것인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내년 초 북미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미니 LED TV를 선보이기 위해 연말까지 시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미니 LED TV는 넓게 봐서 기존 LCD TV 범주에 속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LCD 패널에 빛을 공급하는 백라이트유닛(BLU) 내 LED가 기존 LCD TV 보다 훨씬 촘촘하게 박혀 있을 뿐이다. 

왼쪽 두개의 사례가 기존 LCD TV, 오른쪽 두 개가 미니 LED TV를 이용한 제품이다. BLU를 선택적으로 켜고 꺼 명암비를 극대화한다. /사진=TCL
왼쪽 두개의 사례가 기존 LCD TV, 오른쪽 두 개가 미니 LED TV를 이용한 제품이다. BLU를 선택적으로 켜고 꺼 명암비를 극대화한다. /사진=TCL

종전에는 LCD TV 화면 영역을 100개 이하 구역으로 나눠 빛이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LED를 켜 밝혔다. 미니 LED TV는 작은 크기(100~200㎛)의 LED를 사용해 화면 영역을 수백개 단위로 더 잘게 세분화한다.

이전 LCD TV가 마을 전체에 큰 조명 하나로 비추는 방식이었다면, 미니 LED TV는 각 가정에 작은 조명 한 개씩을 보급한 것과 유사하다. 집에서 필요할 때 제각기 불을 켰다 끄는 방식이다.

화면 영역을 잘게 쪼개어 LED를 선택적으로 점멸하면, 전력소비량을 아낄 수 있을뿐만 아니라 화면 전반적인 명암비(Contrast)가 높아진다. 명암비는 화면 안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밝기 차를 나타내는 지표다. 명암비가 높을 수록 확연한 검정색을 표면한다는 뜻으로, 더 또렷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LCD 기술이 날로 발전해 OLED와 화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명암비만큼은 LCD가 OLED에 아직 크게 열세다. 통상 LCD의 명암비를 5000대 1, OLED의 명암비를 1만대 1 정도로 표현한다. OLED의 명암비가 두 배로 높다. 화면 영역을 듬성듬성 나눈 기존 LCD는 검은색 화면에서도 뒤의 LED가 계속 빛을 내고 있기 때문에 ‘리얼 블랙(Real Black)’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 

따라서 미니 LED TV가 출시되면 하이엔드 TV 시장에서 OLED의 LCD 대비 차별성이 무색해지게 된다. OLED가 확연하게 앞서던 지표가 명암비였는데, 이 장점마저 미니 LED가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방식별 특징. /자료=IBK투자증권
디스플레이 방식별 특징. /자료=IBK투자증권

물론 LG전자가 지난해 CES에서 선보였던 롤러블 기술은 폼팩터가 자유로운 OLED만의 장점이지만, 아직 롤러블 TV 시장은 성장세가 불투명하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한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 임원은 “그동안 명암비 때문에 OLED TV를 선택했던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미니 LED TV가 출시되면 마음을 바꿀 것”이라며 “내년에 OLED TV 시장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OLED TV 가격 압박 심해질 것

 

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 양산 가동으로 TV용 OLED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난 LG디스플레이나, ‘QD디스플레이(QD-OLED)’ 패널 양산을 준비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에도 큰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TV 시장에서 OLED 제품의 판매 가격은 1700달러 안팎이다. 이에 비해 LCD TV 평균 가격은 500달러에도 못미친다. 32인치부터 다양한 크기의 제품이 팔리는 LCD와 달리, OLED는 55⋅65인치 제품이 주력이라는 점에서 기본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같은 크기의 제품을 비교해도 OLED TV가 LCD TV 대비 2배 이상 비싸다.

따라서 제품 특징에 큰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지갑은 저렴한 LCD를 향해 열릴 가능성이 크다. 미니 LED로 명암비 격차를 없앤 LCD TV가 내년에 하이엔드 TV 시장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 Q1 라인으로 장비가 반입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QD디스플레이 라인으로 장비가 반입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OLED 진영으로서는 어떻게든 원가를 절감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여줄 수 밖에 없으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LG디스플레이의 기존 8.5세대 OLED 라인은 다중생산모델(MMG)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 이상 65인치 이상 대형 사이즈의 면취율이 낮다(70% 대). 그렇다고 현재 멈춰져 있는 10.5세대(2940㎜ X 3370㎜) 라인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도 자금 사정상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는 아직 양산 전이지만, 기술만 놓고 보면 생산 원가가 결코 낮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봉지 공정만 패널 당 두 번씩 이뤄지고, QD 잉크젯 공정 등 신기술 장비가 동원되는 만큼 감가상각비도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미 2013년부터 TV용 OLED 패널을 생산해 온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양산 경험치를 쌓을 기회도 부족했다.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미니 LED TV는 원래 과도기 기술로 분류됐으나, 내년 경쟁 양상을 보면 오히려 하이엔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며 “OLED 진영으로서는 어려운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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