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ATL은 PER 70배, LG화학은 38배에 불과
전통 사업에 기업 가치 희석...자금 확보 효율화 위해 분사 필요

LG화학이 성장 사업인 배터리 부문을 분사한다. 배터리 사업 단독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신규투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석유화학・첨단소재 사업 등이 혼재된 현재의 기업 구조로는 배터리 사업에 대한 공정한 시장 평가가 어렵다고 본 셈이다. 

LG화학 원통형 배터리에는 실리콘계 음극재가 일부 사용된다. /사진=LG화학
LG화학이 생산한 원통형 배터리. /사진=LG화학

LG화학,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예정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할 예정이다.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배터리 사업은 LG화학이 100% 지분을 갖는 자회사로 편입된다. 자회사는 향후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거나 기업공개(IPO)로 대규모 자금을 공모할 수도 있다. 

LG화학이 굳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기로 한 것은 현재의 기업 구조로는 효율적인 자금 확보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을 양대 축으로, 첨단소재・생명과학・팜한농까지 사업이 다각화 되어 있다. 응당 기업의 주가 등 가치평가도 이 모든 사업을 합산해 이뤄진다. 

이처럼 다각화 된 사업구조는 기업 안정성 면에서 뛰어나다. 배터리 분야가 좋지 않을 때는 석유화학 분야가 돈을 벌고, 경우에 따라서는 첨단소재・생명과학이 치고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배터리 전문 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릴 때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이 석유화학 같은 전통 사업에 희석되기 때문이다. 

CATL과 LG화학 주가 추이(2019년 1월 1일을 100으로 고정했을 때 기준). /자료=하나금융투자
CATL과 LG화학 주가 추이(2019년 1월 1일을 100으로 고정했을 때 기준). /자료=하나금융투자

상장사가 주식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나타내는 척도가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이는 시가총액을 영업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PER이 높을수록 한 회사의 주식이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뜻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의 PER이 69.5배(2021년 예상)에 달하는 반면, LG화학의 PER은 38.7배에 불과하다. CATL은 순수 배터리 업체인 덕분에 최근 시장이 높게 부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만약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자회사로 내릴 경우, 자회사 역시 CATL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사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향후 일부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거나 IPO시에도 훨씬 많은 양의 현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 분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사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시나리오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 성장 반열에 오른 1~2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LG화학이 현대차를 비롯해 테슬라모터스・제너럴모터스・폴크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부터 수주한 배터리 잔고만 150조원에 달한다. 이를 적기에 생산하기 위해서는 향후 매년 3조원 가량의 투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1분기까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흑자 구조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분사가 미뤄져왔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분사할 경우, 향후 IPO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2분기에는 배터리 부문이 1555원의 흑자를 달성하면서 비로소 분사를 위한 조건이 갖춰졌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도 분사를 전격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실물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미국・중국 등 주식시장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각 국 정부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현금을 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한 분사라면 시중에 현금이 풍부한 현 시점이 적기다. 한 배터리 검사장비 업체 대표는 “비록 흑자 구조라고는 하나 내부 현금으로만 충당하기에는 투자금이 부족하다”며 “향후 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투자비용을 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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