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5개년 경제 개발 계획 방안에 '반도체 장비 국산화' 주요 이슈로
현재 전공정 기준 국산화율 30%… 나우라·북경이탕 등 집중 육성 예상

반도체 장비 업계가 중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0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의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 내년부터 2025년까지 적용될 제14차 5개년 경제 개발 계획 방안이 논의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이후 중국 내부에서는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해야한다는 요구와 함께 최신 공정에 대한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업계는 제14차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에 이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화웨이 추가 제재 이후, 중국 내부 분위기는

 

웨이퍼 가장자리./램리서치
웨이퍼 가장자리./램리서치

중국 내에서 반도체 핵심 장비를 국산화해야한다는 요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반도체 설계, 제조(전공정), 후공정, 소재(원자재), 부품 등 반도체 산업 전반에 이미 중국 기업들이 활약하고 있었지만 단 하나, 중국 업체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게 장비였기 때문이다.

중국의 장비 국산화 노력은 정부 주도로 시작됐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 일명 ‘프로젝트(Project) 02’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해 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안됐다. 이를 통해 반도체 생산 공정 각각에 들어가는 장비를 개발했지만, 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보다 장비 기술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4년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면서 자국 반도체 제조사들의 65나노, 40나노 생산라인에 국산화한 반도체 장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최첨단 노드는 아니었지만 중국 장비 업체들은 장비를 공급하며 납품실적(Reference)과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다, 주 고객사들인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필요한 장비를 외국에서 사다 써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현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가 터지고, 미국이 핵심 장비 수출까지 막으면서 중국 내부에서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대한 니즈가 급격히 커졌다.

중국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는 A사 관계자는 “반도체에 대한 제재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장비 수출을 막는 강수를 두자 파급력이 굉장히 컸다”며 “당장은 하이실리콘이 목표물이었지만, 외산 장비를 쓰는 중국 내 파운드리 및 메모리 업체들 모두가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국산화밖에 답이 없다

추가 제재 발표 전후로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기존 장비 업체들을 대체하기 위해 일본·한국 등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곳의 장비 업체들을 찾았다. 하지만 영향이 덜하다뿐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답은 국산화다.

현재 중국에서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전공정 반도체 장비는 ▲세정 장비 ▲식각 장비 ▲화학적증기증착(CVD) 및 물리적증기증착(PVD) ▲열처리 장비 ▲화학적기계연마(CMP) ▲마스크 얼라이너 ▲스핀 코터 등이다. 후공정 반도체 장비도 상당부분 국산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비가 45㎚ 이하 구 공정용으로, 28㎚ 이하에 쓰일 수 있는 장비는 손에 꼽는다. 특히 노광 공정에 쓰이는 마스크 얼라이너, 디스펜서 장비 등의 경우 아직 65㎚ 이하로 기술 수준이 내려오지 못했다. 

 

2019년 중국 반도체 장비 업계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사(상단) 및 집적회로(IC) 장비 업체 10개사(하단) 순위 및 매출. IC 장비 업계 순위의 경우 그 해 적자인 기업은 순위에서 제외됐다./CEPEA
2019년 중국 반도체 장비 업계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사(상단) 및 집적회로(IC) 장비 업체 10개사(하단) 순위 및 매출. IC 장비 업계 순위의 경우 그 해 적자인 기업은 순위에서 제외됐다./CEPEA

물론 개중에서도 16㎚나노 핀펫(FinFET) 이하 첨단 공정에서 쓰일 수 있는 장비를 제작하는 곳이 있다. AMEC(中微半导体)이나 나우라(NAURA·北方华创), 상하이루이리, 성메이반도체(盛美半导体) 등이다. 

이 업체들은 YMTC·SMIC 등 중국 현지 반도체 제조사들이 중국 입찰정보사이트 차이나비딩(chinabidding)에 공개한 장비 입찰 공급 명단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나우라는 CVD 장비와 세정장비, 어닐링 장비를 개발한 업체로 6개 장비가 이미 SMIC의 14나노 생산라인에서 검증을 받고 있다. AMEC은 유전체 및 실리콘 식각 장비를 개발, TSMC의 7나노 생산라인에 장비를 반입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정부가 현지 제조사들에게 생산라인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산화한 장비들로 채우라는 요구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술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있기 전부터 중국 정부가 국산화 장비를 쓰라고 요구해서 현지 업체들이 쓰기 시작했지만, 장비 업체들의 실력이 글로벌 업체들과 차이가 컸다면 그것마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나우라 등 일부 장비 업체들은 TSMC에도 장비를 반입하는 등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 다음은?

자이스 직원이 EUV 마스크용 화학선 계측 장비 AIMS를 들여다보고 있다./자이스
자이스 직원이 EUV 마스크용 화학선 계측 장비 AIMS를 들여다보고 있다./자이스

업계는 중국이 반도체 설계는 하이실리콘, 파운드리는 SMIC, 디스플레이는 BOE 등 분야별 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것처럼 반도체 장비 역시 대표 기업들을 추려 집중 지원할 것으로 본다. 기술 장벽이 높고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편차도 크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직원 채용시 지원금, 장비 판매 지원금 등을 통해 대부분의 장비 업체들이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 기업은 중국 정부가 깊숙하게 개입, 투자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알려져있다”며 “전공정만 치자면 30% 정도 국산화가 된 상황이라 그렇지 않은 장비들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들을 육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노광 장비 기술 고도화에도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 

현재 극자외선(EUV) 등 최첨단 노광 장비를 공급하는 곳은 네덜란드 ASML뿐이다. 지난 2018년 네덜란드 정부가 ASML에게 반도체 장비의 중국 판매에 대한 라이선스를 내줬지만, 미국의 압박과 로비로 갱신이 되지 않고 있다.

ASML로부터 EUV 장비를 사들여 7나노 공정을 준비했던 SMIC는 EUV 없이 7나노 공정을 양산하기로 연구개발 방향을 틀었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려면 EUV 노광 장비는 필수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Global times)에 따르면 최근 중국 과학원 산하의 나노 기술 및 나노 바이오닉스 연구소와 나노 과학 기술센터는 5나노 반도체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고정밀 레이저 노광기술을 개발했다.

물론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계가 EUV 장비 및 생태계 조성에 10여년 이상을 투자해온 만큼, 중국 역시 단기간 내 EUV 장비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EUV는 단순히 EUV 장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는 마스크와 계측 장비 등 제반 생태계도 갖춰져야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분위기로 봐서는 장비 국산화가 내년부터 실행될 5개년 경제 계획의 반도체 정책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국내 장비 업체들은 물론 글로벌 업체들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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