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PO OLED 첫 적용...UWB 도 확대 적용될 듯
엑시노스 AP 이번에도 빠졌다
모델별로 램 용량 차별화, 일반 모델은 전작보다 저렴해져

삼성전자의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시리즈가 베일을 벗었다. 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LTPO) 디스플레이, 초광대역(UWB) 통신 기술이 첫 적용되는가 하면 비행시간차(ToF) 카메라와 100배 스페이스줌 기능은 사라졌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10’ 시리즈가 일반 모델과 플러스 모델 간 스펙 차이가 크지 않았던 데 비해 갤럭시노트20는 그 간극이 커졌다. 확실한 가격 이분화를 통해 폭 넓은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갤럭시노트20. /사진=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사진=삼성전자

① 디스플레이 : 갤럭시 최초의 LTPO OLED

 

부품 측면에서 갤럭시노트20이 가장 달라진 점은 LTPO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LTPO는 OLED 화면을 컨트롤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 갈래를 일컫는 이름이다. 

기존 갤럭시 스마트폰에 사용된 OLED는 저온폴리실리콘(LTPS)가 TFT로 사용됐는데, 이번에 갤럭시노트20 울트라 모델에 처음 LTPO OLED가 적용됐다. 

LTPO와 LTPS의 가장 큰 차이는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의 전력 소모량 차다. 기존 OLED는 화면이 검은색으로 표시된 영역에서도 일정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과 달리, LTPO OLED는 검은색 영역에서 거의 전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는 누설전류가 적은 옥사이드(산화물) 반도체 장점이다. 여기에 상황에 따라 주사율(화면이 1초에 깜빡이는 횟수)을 변경할 수 있는 특성을 더하면 전력소모량을 더 줄일 수 있다. LTPO OLED는 시간을 항상 표시해주는 올웨이즈온디스플레이(AOD) 기능 중에는 주사율을 극단적으로 1Hz까지 떨어뜨린다. 

각 TFT 별 전력소모량 비교. 문턱전압 아래서 IGZO의 전력소모량이 적다. IGZO는 LTPO를 구성하는 한 요소다. /자료=샤프
각 TFT 별 전력소모량 비교. 문턱전압 아래서 IGZO의 전력소모량이 적다. IGZO는 LTPO를 구성하는 한 요소다. /자료=샤프

마치 곰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심장박동수를 최소화해 신체 대사량을 줄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삼성전자는 120Hz까지 높일 수 있는 고주사율 특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배터리 절감이 주는 이점이 더 크다.

최근 애플의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가 적극 도입하고 있는 다크모드 화면에서는 LTPO OLED의 강점을 배가시킬 수 있다. 다크모드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표시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검은색 바탕화면으로 채우는데, 이 영역에서 LTPO OLED는 거의 전력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용환경에서 LTPO OLED의 전력소모량은 기존 LTPS OLED 대비 8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동일한 용량의 배터리라면 20% 더 길게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혹은 더 작은 배터리를 사용해도 같은 수준의 사용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20 시리즈 상세 스펙. /자료=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시리즈 상세 스펙. /자료=삼성전자

② AP : 갤럭시노트20도, 퀄컴이 먹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0’에 이어 갤럭시노트20 내수용 모델에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Exynos)’ 시리즈 공급에 실패했다.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내수용 모델에 탑재된 AP는 퀄컴의 AP ‘스냅드래곤 865 플러스’다. 이 제품은 갤럭시노트20 시리즈와 함께 발표된 ‘갤럭시Z 폴드2’ 와 ‘갤럭시탭 S7’, ‘갤럭시탭 S7+’에도 전량 채택됐다.

이전 갤럭시S20에는 유럽·남미·호주 등으로 출하되는 제품에 삼성 엑시노스가 전량 탑재, 내수용 공급 실패 탓에 줄어든 물량을 상당부분 상쇄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는 내수용 모델뿐만 아니라 전 지역에서 퀄컴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은 신제품 개발 지연이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당초 5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엑시노스 992’를 출시하고 갤럭시노트20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설계와 5나노 양산이 모두 미뤄지면서 갤럭시노트20에는 전작 ‘갤럭시S20’에 넣었던 ‘엑시노스 990’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KIPOST 2020년 5월 29일자 <내년 ‘갤럭시’ 시리즈에 엑시노스가 얼마나 들어갈 수 있을까> 참고).

업계 관계자는 “아직 엑시노스 992는 개발조차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며 “연말 파운드리 사업부가 5나노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라, 내년 초 출시되는 ‘갤럭시S21(가칭)’에 공급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브랜드 '엑시노스'./삼성전자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엑시노스990’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 플러스’는 물론 갤럭시S20에 적용됐던 ‘스냅드래곤 865’보다도 성능이 떨어진다. 갤럭시S20 출시 당시에도 엑시노스를 쓸 수밖에 없었던 유럽·호주 등의 지역에서는 불만이 쏟아져나왔을 정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같은 가격에 성능 차이가 20~30% 가량 나는데 굳이 엑시노스를 쓸 이유가 없다”며 “그나마 한 지붕 아래 식구이기 때문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대로라면 차기작 ‘엑시노스992’도 가망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③ 근거리 통신 : 공간을 인식하는 UWB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는만, 갤럭시노트20에는 갤럭시 시리즈 중 처음으로 UWB 칩이 탑재됐다. UWB는 6.0~7.2㎓ 대역에서 1나노초(ns) 이하의 단순 펄스 신호를 무선으로 송수신하는 통신 기술이다. 보안성이 높고, 와이파이⋅블루투스⋅NFC 등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위성항법장치(GPS)와 달리 실내서도 정확한 위치측정이 가능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1’ 시리즈에 처음 UWB 칩을 탑재했으며, 현대차는 내년 출시될 ‘제네시스' 라인에 UWB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갤럭시노트20와 자동차 간의 UWB 연동 시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WB가 다른 디바이스와의 통신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주변에 UWB 칩을 탑재한 기기가 늘수록 활용도는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0를 시작으로 내년 출시될 갤럭시S 차기 모델에도 UWB 칩을 탑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노트20 기기간 파일공유를 UWB 칩 활용 사례로 소개했는데, 향후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늘어나면 UWB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 단말기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제네시스 GV80. 현대차가 내년에 출시될 제네시스 라인부터 UWB칩을 탑재한다.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GV80. 현대차가 내년에 출시될 제네시스 라인부터 UWB칩을 탑재한다. /사진=현대차

④ 카메라 : ToF 빠지고 줌 한계 짧아져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스펙을 갱신해왔던 카메라는 이번 갤럭시노트20 부품들 중 유일하게 다운그레이드 됐다. 갤럭시S20에 탑재됐던 ToF 카메라가 빠졌고, 100배 스페이스줌도 50배 스페이스줌으로 줌 한계가 짧아졌다. 

ToF의 경우 소비자 활용도가 크지 않은데다 ToF 칩 개발에 착수했던 시스템LSI와 무선사업부 간 불협화음 탓에 빠졌다는 게 정설이다. ‘갤럭시S10 5G’ 등 기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ToF 칩은 일본 소니가 공급해왔다. 이를 이원화하기 위해 시스템LSI가 나섰고, 무선사업부가 인력지원까지 했으나 성과가 미진했던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스템LSI의 센서 개발에 진전이 없자 노태문 무선사업부 사장이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며 “이 때문에 갤럭시노트20는 물론 내년에 나올 갤럭시S 차기작까지 ToF는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장착된 ToF 센서. 오른쪽 가운데 부품이 ToF 센서다. /사진=애플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장착된 ToF 센서. 오른쪽 가운데 부품이 ToF 센서다. /사진=애플

그러나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ToF를 빼놓고 갈 수는 없는 실정이다. 애플이 올 가을 출시할 ‘아이폰12’부터 ToF를 탑재할 계획이어서다. 이미 올해 초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에서 ToF의 활용성을 테스트했고, 아이폰12에서는 대규모 적용을 통해 사용자층을 늘린다. 

애플이 ToF를 통해 킬러앱이라도 론칭한다면 삼성전자로서는 다시 소니의 손을 잡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시스템LSI에 센서 개발을 맡길 수 밖에 없다.

스페이스줌 역시 사용빈도가 떨어지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100배 줌 사용시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갤럭시노트20에서는 100배 줌에서 50배 줌으로 스펙을 하향 조정했다.

 

⑤  램 : 울트라 모델과 일반 모델 차별화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10 시리즈는 플러스 모델과 일반 모델 모두 12기가바이트(GB) 램이 탑재됐다. 그러나 갤럭시노트20는 울트라 모델이 12GB 램을 탑재한 것과 달리, 일반 모델은 8GB 램이 적용됐다. 

덕분에 갤럭시노트20 일반 모델의 출고가(119만9000원)는 울트라(145만2000원)보다 저렴함은 물론,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10 일반모델(124만8500원) 보다 싸다. 지난해부터 출시된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중 출고가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전작 대비 낮아진 것은 갤럭시노트20 일반 모델이 처음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울트라와 일반 모델간 확실한 이분화를 통해 프리미엄 고객층은 물론, 준 프리미엄층 고객까지 포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갤럭시노트20 일반 모델은 램 외에도 디스플레이 해상도 역시 풀HD급으로 낮고, 화면은 엣지 타입이 아닌 평평한 플랫 타입이다. 256GB 내장 메모리 외에 마이크로SD 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슬롯도 지원되지 않는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가격 차별화를 했다고는 하나 일반 모델도 결코 가격이 싸다고 할 수는 없다”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탓에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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