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디테크놀로지 빈 자리 꿰찬 건 업계 1위 글로벌유니칩(GUC)
내년 UFS 3.1 컨트롤러 양산 프로젝트 끝나면 에이디와는 이별

SK하이닉스가 자체 낸드 컨트롤러 디자인하우스 협력사로 글로벌유니칩(GUC)을 낙점했다. 

기존 협력사 에이디테크놀로지가 TSMC에서 삼성전자 진영으로 노선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올해 나온 신규 프로젝트는 전부 GUC가 수주했고, 에이디테크놀로지와는 기존 해오던 프로젝트 중 양산 프로젝트만 지속한다.

 

에이디테크놀로지에 등돌린 SK하이닉스가 향한 곳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이후 나온 신규 낸드 컨트롤러 설계 프로젝트를 전부 GUC에 맡겼다. 

 

CTF(Charge Trap Flash)와 PUC(Peri Under Cell)를 결합한 SK하이닉스의 4D 낸드./SK하이닉스

낸드 컨트롤러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유니버셜플래시스토리지(UFS) 등 낸드 기반 메모리 모듈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낸드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일종의 서재라면, 컨트롤러는 어떤 데이터(책)를 언제 어디에 넣고, 꺼낼지 결정하는 사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노화로 낸드 셀 간 간섭이 심해졌을 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에러·불량도 막는다.

회사는 그동안 TSMC의 생산 공정을 활용하면서 TSMC의 국내 디자인하우스 협력사(VCA)인 에이디테크놀로지에게 낸드 컨트롤러 프로젝트를 맡겼었다. 하지만 에이디테크놀로지가 TSMC에서 삼성전자로 노선을 변경하면서 SK하이닉스 측도 에이디테크놀로지를 대체 업체를 물색해왔다.

GUC는 세계 1위 디자인하우스로, TSMC가 최대 주주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생산라인(Fab)을 찾는 고객들을 상대로 시스템온칩(SoC) 백엔드 설계와 전용 반도체(ASIC) 설계, 설계자산(IP) 등을 제공하며 성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 GUC는 거의 한 몸처럼 커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 기술로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수주했던 것과 달리, TSMC는 퓨어 파운드리를 유지하면서 GUC를 지원해 동반 성장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GUC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기 낸드 컨트롤러 개발을 시작한 이후 에이디테크놀로지와 거래를 할 적에도 SK하이닉스는 몇 번 GUC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AMD·엔비디아 등 글로벌 업체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높은 단가도 고배를 마신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GUC와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연말 인사 때 낸드 솔루션 개발본부 임원진이 크게 바뀌면서 다시 관계가 회복됐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설계 단계에 들어간 각 메모리 업체들의 컨트롤러는 거의 7나노 공정을 활용할 정도로 기술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첨단 공정 경험도 거의 없는 에이디테크놀로지보다는 GUC와 거래하고 싶어했지만 사이가 틀어졌다가 최근 다시 GUC와의 거래를 텄다”고 설명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와는 어떻게? 새로운 VCA는?

SK하이닉스는 신규 프로젝트는 GUC에 주되, 기존에 진행해오던 프로젝트 중 개발이 끝나고 양산 단계에 돌입한 프로젝트들은 에이디테크놀로지를 통해 TSMC에서 양산하기로 결정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UFS 3.1 컨트롤러다.

UFS는 임베디드멀티미디어카드(eMMC) 및 SD카드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플래시 메모리 인터페이스 규격으로, eMMC와 다르게 전이중(Full Duplex) 통신을 사용한다. 전송 속도가 빠르며 전력소모량도 적어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되다가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용처가 넓어지고 있다.

UFS 3.1은 UFS의 최신 규격으로, 지난 1월 30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표준을 공식 업데이트했다.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칩/하이실리콘 제공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칩/하이실리콘 제공

SK하이닉스는 올해 UFS 3.1 컨트롤러를 양산, 모듈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모바일 시장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를 내년으로 미뤘다. UFS 3.1 모듈 출시로 올해 연 매출 2000억원 돌파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던 에이디테크놀로지도 내년께 매출이 잡힐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큰 거래들은 거의 종료되는 것으로 안다”며 “SK하이닉스는 TSMC 팹을 고집하고 있고, TSMC는 GUC 등 VCA를 중간에 끼고 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에이디테크놀로지가 SK하이닉스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국내 VCA인 에이직랜드와는 일부 연구개발(R&D) 과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직랜드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가속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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