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러스글로벌은 어떻게 '선한 기업'이 됐을까
서플러스글로벌은 어떻게 '선한 기업'이 됐을까
  • 김주연 기자
  • 승인 2020.07.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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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투자대비이익(ROI)' 개념 앞세워 살에 와닿는 사회적 가치 창출
오티즘엑스포·함께웃는재단은 물론 반도체 교육 및 R&D까지 지원

사회적 책임(CSR)이 기업의 필수 덕목으로 꼽힌 지도 20여년이 지났다.

지난 2000년 국제기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가 지속가능보고서 발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10년 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CSR에 대한 국제 기준 ‘ISO26000’을 제정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가치로 환산, 실질적으로 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한 지표를 개발하는 일이 한창이다.

반도체 업계도 CSR이라면 빠질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 CSR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아래 수많은 협력사들은 아직이다. 오죽하면 CSR이 활발한 협력사에게 인센티브를 줄 정도다.

 

지난해 개최된 제1회 오티즘엑스포에서 김정웅 함께웃는재단 이사장 겸 서플러스글로벌 대표가 환영인사를 하고 있다./서플러스글로벌

그래서 서플러스글로벌은 유별나다. 반도체 중고 장비 사업을 하는 이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십여가지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적 투자대비이익(Social ROI)을 고려,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업계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봉사·기부 등 단발성 활동을 주로 하는 다른 업체들과는 사뭇 다르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회사가 자리잡은 후인 지난 2010년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김 대표는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대학생 때부터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며 “컨설턴트들을 만나고 책을 수십권 읽으면서 나만의 사회공헌 지표로 ‘소셜 ROI’를 세웠다”고 말했다.

앞서 짚었듯, 사회 공헌 활동이나 CSR 활동에 대한 가치를 계량화하는 건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SK 그룹은 지난해부터 경제기여·비즈니스·사회공헌 3개분야의 성과를 계량화한 ‘사회적 가치(SV)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서플러스글로벌의 ‘소셜 ROI’는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회사의 투자 비용을 모두 고려해 산출된다. 사회적 가치 그 자체만을 놓고 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기업이라면 그에 대한 비용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둘 중 더 방점을 찍는 건 투자 비용이 아닌 사회적 가치다.

 

오티즘 엑스포 포스터./서플러스글로벌
오티즘 엑스포 포스터./서플러스글로벌

김 대표는 지난해 서플러스글로벌이 주최한 ‘오티즘 엑스포’를 ‘소셜 ROI’의 성공 사례로 꼽았다.

오티즘(Autism)은 자폐성 장애를 뜻하는 말이다. 자폐성 장애나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생애주기 별로 맞춤형 교육과 치료가 필요하지만 공유된 정보가 많지 않다. 이같은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티즘 엑스포는 자폐성 장애 및 발달 지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행사 초기에는 관람객 4000여명이 목표였지만, 이를 한참 넘어서는 2만여명이 다녀갔다. 서로 동떨어져 있었던 2만명의 발달 장애인 가족, 관련 기관 및 기업 80여곳도 이 행사를 계기로 교류를 시작했다.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가치를 달성한 셈이다.

김 대표는 “영국에서는 매년 전국 3개 지역에서 오티즘 쇼(Autism Show)라는 행사가 열리는데, 관람객이 1만명 정도에 그친다”며 “상업적인 행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이 찾아준 건 자폐성 장애나 발달 장애에 대한 정보 수요자 입장에서 행사를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함께웃는재단은 발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웃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워진 사회복지법인이다. 지난 2018년 열린 '제2회 함께웃는 음악회'의 주인공들이 밝게 웃고 있다./함께웃는재단 

함께웃는재단도 그가 소셜 ROI를 높이기 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이다. 자폐 같은 발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웃는, 함께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함께웃는재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통해 장애 인식 개선 사업, 사회통합 프로그램, 부모교육 및 문화여가 지원사업 등을 펼치면서 성인 주간 보호 시설 '마음톡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중에서도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발달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발달 장애인 가족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발달 장애 및 자폐증과 관련된 '함께웃는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첫 번째 책 '우리 아이 언어치료 부모 가이드'는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두 번째 '나도 모르게 사라진 돈: 금융범죄 이야기'도 제14회 금융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3번째로 '자폐인 근로지원을 위한 가이드(An Employer’s Guide to Managing Professionals on the Autism Spectrum)' 번역 출판사업을 진행 중이다. 

발달 장애 외에 그가 잘 아는 게 또 하나 있다. 반도체 장비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세계 1위 반도체 중고장비 업체다. 고객은 대부분 반도체 제조사(OEM)지만, 장비 업체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보니 그들의 고충도 잘 안다.

그는 “장비 업체나, 제조사나 늘 고민하는 게 인력 문제”라며 “‘반도체는 사람장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력 풀도 좁고 현장 교육을 할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입 장비 엔지니어는 입사 후 꼬박 3년간 장비 다루는 걸 배운 다음에야 현장에 투입된다. 대부분은 실제 반도체 장비를 다뤄본 경험이 전무한 탓이다. 장비 가짓수도 많고 가격도 비싸 대학에서 현장 교육을 제공하기가 어렵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장비 엔지니어들의 이직률이 높은 건 이 때문이다.

 

'세미콘글로브'의 반도체 장비 전시장 전경./서플러스글로벌<br>
'세미콘글로브'의 반도체 장비 전시장 전경./서플러스글로벌<br>

그래서 그는 반도체 장비교육센터를 고안했다. 멈춰있는 중고설비를 활용해 연간 2000여명을 대상으로 장비 교육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전·후공정은 물론, 6인치부터 12인치 웨이퍼 장비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중고장비 업체이기 때문에 큰 투자 없이 가능한 일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부터 라임글로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장비 교육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당장은 수요가 크지 않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휴설비를 활용, 연구개발(R&D) 생산라인(Fab)이나 장비 렌탈 비즈니스를 운영할 계획도 세웠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내년 완공되면 이를 본격화한다. 제조사는 물론 소재·장비·부품 업체나 학교에 제공,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인큐베이션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IMEC, 인터몰레큘러 등 R&D 파운드리에 막대한 비용을 내면서 R&D를 진행한다. 각 제조사가 가진 R&D 장비와 생산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소재·장비·부품 업체나 학교는 그럴만한 금전적 여유가 없다.

그는 “이같은 교육 및 R&D 활동을 지속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CSR 역시 목표는 선순환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면, 사회가 한층 더 발전해 기업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서플러스글로벌 역시 사회 공헌으로 얻은 이익이 있다. ‘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다.

김 대표는 “입사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회사 이미지가 ‘선한 기업’이라 택했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사회공헌에 투자한 금액이 작지는 않지만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얻은 이익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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