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이사회 열고 투자 승인
"애플과 공급 감안한 사전 교감 있었을 듯"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17년 중단했던 경기도 파주 E6 3번째 라인 투자를 3년여 만에 재개한다. E6-3는 앞선 1⋅2번 라인과 마찬가지로 애플 전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으로 구축될 계획이었다. 당시 애플과의 공급협상이 결렬되면서 투자도 무기 연기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E6-3 양산 가동을 통해 애플 향(向) 중소형 OLED 공급량을 더욱 늘린다는 목표다.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연말 중단된 E6-3 투자를 재개한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연말 중단된 E6-3 투자를 재개한다. /사진=LG디스플레이

E6-3 투자 재개...애플 물량 포석

 

LG디스플레이는 이달 말 이사회를 열고, E6-3 라인에 대한 투자를 승인할 계획이다. E6-3의 생산능력은 앞선 1⋅2번 라인처럼 6세대(1500㎜ X 1850㎜)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이다. 

지난 2017년 연말 LG디스플레이는 E6-3 구축을 위해 캐논도키에 증착장비를 발주해 놓고도 투자를 전면 보류했다. 한상범 당시 대표(부회장)가 미국 애플 본사까지 찾아가 진행한 OLED 장기 공급계약이 단가 문제로 실패하자, 부랴부랴 투자를 연기한 것이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캐논도키 증착장비는 미리 구매주문(PO)이 나간 상태였다. 캐논도키 측에서 PO 취소는 불가하다고 통보함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한두차례 입고 시기를 연기했다가, 지난해 할 수 없이 증착장비만 입고시켰다. 정식으로 장비를 셋업하지는 않고, LG디스플레이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는 증착장비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들을 추가로 발주해 OLED 라인을 완성키로 했다. OLED 발광층을 산소⋅수분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박막봉지(TFE) 장비와 디스플레이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장비가 대상이다. 각종 검사장비와 모듈(후공정) 장비 발주도 나온다.

OLED 생산라인에서 증착장비가 발주부터 장비 입고까지의 기간이 가장 길다. 디자인 리뷰(DR) 기간과 장비 제작 기간까지 합치면 총 1년 6개월이 걸린다. E6-3은 이미 증착장비가 국내로 들어와 있는 만큼 구축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이미 일부 장비 업체들은 PO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장비 제작에 들어갔다”며 “7월에 이사회가 통과되면 10월을 전후해 입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비 업체 임원도 “4분기 초에 장비를 입고하면 내년 상반기 말쯤 OLED 생산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의 E6-3 투자 재개는 애플 아이폰용 OLED 물량 수주를 위한 포석이다. 사진은 '아이폰11 프로'.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E6-3 투자 재개는 애플 아이폰용 OLED 물량 수주를 위한 포석이다. 사진은 '아이폰11 프로'. /사진=LG디스플레이

관건은 투자 비용이다. 통상 6세대 OLED 라인은 1개 라인(월 1만5000장 원장 기준) 당 2조원이 소요된다. 투자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증착장비값은 이미 치렀겠으나, 나머지 절반인 TFE⋅TFT 공정 장비 구매를 위해 최소 1조원 안팎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적자만 1조7000억원이 넘는다. 2분기에도 5000억원 내외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영업 상황이 좋지 않은 마당에 조단위 투자금 지출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 애플과 교감 있었을 듯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E6-3 투자에 앞서 애플로부터 선급금을 받거나, 최소한 OLED 추가 구매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최근 LG디스플레이의 재무 상황을 감안하면 애플의 구매 의사 확신 없이는 과감한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올해 약 1억대의 OLED 아이폰을 생산한다. 가을에 출시될 아이폰12(가칭)용으로는 약 7500만개의 OLED를 구매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5500만개, LG디스플레이에서는 2000만개 정도를 구매할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의 계약상 공급량은 지난해 500만개보다는 네 배 늘었으나,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하면 수주 규모가 작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중소형 OLED 글로벌 수요와 공급. /자료=삼성증권
중소형 OLED 글로벌 수요와 공급. /자료=삼성증권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 라인인 경북 구미 E5와 파주 E6 1⋅2번 라인 중 애플로부터 공급 승인을 받은 곳은 E6-2가 유일하다. E5와 E6 1번 라인은 증착장비와 TFE 장비 규격이 애플 기준에 맞지 않아 승인을 받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아이폰용 OLED를 더 큰 규모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애플로서도 LG디스플레이의 추가 투자가 절실하다. 애플은 올해 중국 BOE가 새로운 OLED 공급사로 지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샘플 품질이 기대 이하였다. 내년이라고 해서 BOE의 OLED 품질이 크게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의 단가 협상을 위해서는 LG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하다.

한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E6-3이 실제 안정화 되는 시점과는 별개로 LG디스플레이가 생산능력을 늘렸다는 것만으로도 애플의 삼성디스플레이 상대 협상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애플은 ‘아이폰SE2’를 기존 ‘아이폰8’ 699달러 대비 300달러 저렴한 399달러에 출시했다. 아이폰12 역시 아이폰11 시리즈 대비 가격을 낮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출고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부품 가격(BOM)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자료=삼성증권
자료=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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